마을의 역사는 드론사진으로 남는다 - ‘ 하늘에서 본 강진’ 발간에 즈음하여
사진집 ‘하늘에서 본 강진’은 마을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동욱의 작품집이다. 나는 그를 이 작품집으로 인해 인연이 되기 십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오랜 지기이다. 그런 연유로 내게 추천사를 부탁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예술작품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일 뿐 만 아니라 사진작품과의 연결고리는 더더욱 관계가 먼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이기 때문이다. 공군사관학교와 중앙대학교에서 젊은 학생들을 통해 전자공학을 전수하는 일에 30여년이 넘도록 봉사해 오면서, 논문에 대한 코멘트나 전공관련 분야에 대한 비평에는 자주 참여했었지만, 예술작품에 대한 추천사를 부탁 받은 건 내 삶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더욱더 망설여졌다.
그러나 비록 작으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이 사진집에서 다루고 있는 전체적인 내용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나는 강진군 강진읍 춘전리 신학마을에서 출생하였다) 강진군에 대한 사진작품이라는 점과, 또 하나는 내가 전공했던 전자공학이 기반이 되었던 4차 산업혁명의 기본 플랫폼으로 일컬어지는 드론을 활용하여 강진군의 곳곳을 속속들이 파헤쳐가며 작가적 예술 혼을 가미시킨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는 이미 우리들 주변에 운명처럼 다가와 버렸고 이제는 거의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또한 그 변화는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변화를 거듭할 것임에 틀림이 없고, 그 변화의 흐름에 우리의 고향 강진의 미래 모습도 기꺼이 동참할 수 밖에 없다. 강진군은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와 함께 인구절벽, 고령화, 그리고 이농현상에 따른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마을마다 빈집이 늘어가고 폐교되는 학교들이 생겨나는 안타까운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2,30년 후에 강진군을 포함한 많은 수의 군 단위가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변화의 한 가운데서 고향의 터전, 전통 마을의 역사가 하나의 섬세한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여, 어떤 식으로든 사라져 가는 고향의 옛 모습과 함께 현재를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현지인들이나 고향을 떠난 출향인들 모두의 한결 같은 바람일지도 모른다. 그런 뜻에서 마동욱의 ‘하늘에서 본 강진’ 사진집은 마을 지킴이나 고향지킴이로서의 향도라는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마동욱이 드론 사진을 통해 고향 마을을 담고, 또 그것들을 사진집으로 펴내는 사진가로서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흔들림이 없이 수긍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장생탐진포럼을 통해서 만나고 알아갔던 마동욱의 사진 솜씨는 늘 예사롭지 않았음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역량있는 중견의 사진작가라는 사실 앞에 서고 보니 새삼 경외감이 밀려온다. 이번에 발간하는 ‘하늘에서 본 강진’ 이라는 사진집을 옛날 소년 시절의 고향 강진을 떠올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 컷도 놓치지 않고 애잔한 마음으로 감상을 거듭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동네와 골목길, 개울가, 적당히 어우러진 논밭들을 입체적으로 찍은 사진을 마주하면서는 새삼 내가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마저 주었다.
강진군 전체 1읍 10면에 대한 마을마다 들판, 시냇물, 바닷가 어귀, 삶의 터전과 마을을 이어주는 구불텅한 골목길, 동네 한 가운데 자리한 사장나무의 연륜과 웅장함, 고령화와 이농현상으로 인한 시골 마을의 퀭한 빈집들, 사시사철이라는 배경, 들판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다소(?) 도시스러운 도로들, 구불구불한 산과 논으로 포위된 옛 스러움이 묻어나는 올망졸망한 꼬마 마을들, 강진인의 정신적 지주 같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당은 물론 다산 선생이 강진에 유배되어 처음 머물렀던 사의재, 그리고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같이 소중한 이유는, 그들이 함께함으로써 어우러질 수 있는 아름다운 하모니 때문일 것이다.
그는 1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고뇌하며 강진이라는 공간을 샅샅이 누볐다. 그리하여 강진군 293개 마을을 다양한 패턴의 카메라 앵글로 담아낸, 그야말로 시공을 초월한 역작을 세상에 내 놓은 것이다. 특별히 나는 마동욱의 작가적인 시각에 더하여 드론을 활용함으로써 하늘에서 내려다 본 3차원 공간의 입체감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냈다는데서 더 큰 의의를 찾고 싶다. 마동욱은 이러한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가지는 존귀함과 소중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하여 고향 강진을 그리는 많은 이들에게 오랜만에 따뜻하고 푸근한 향수를 고스란히 선물했다. 그리고 끝내는 그 향수를 통해 어머니의 품 같은 정겨움도 빠뜨리지 않고 이끌어 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강진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참으로 감사하다.
마동욱은 이전에도 사진집 ‘하늘에서 본 장흥’과 ‘하늘에서 본 영암’을 펴낸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하늘에서 본 강진’은 그에게 있어서 세 번째 고향마을 담기의 도전인 셈이다. 그의 야심찬 도전에 대해 강진을 고향으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응원할 것이며, 고향을 매개로하는 작품 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마동욱은 또한 보성군 전체의 마을담기를 전제로 한 ‘하늘에서 본 보성’이라는 사진집을 현재 편집 중에 있고, 고흥군의 산하를 두루 담은 ‘하늘에서 본 고흥’이라는 사진집도 작업 중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는 가히 드론을 활용한 고향마을 담기의 대가임에 틀림이 없다. 마동욱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남서부 해안을 끼고 있는 5개군(장흥, 영암, 강진, 보성, 고흥) 고향마을 담아내기에는 고향 사랑에 대한 진한 애착과 고향 마을 지키기에 대한 작가 나름의 철학이 숨겨져 있다. 그 애착과 철학에 무한정의 감사를 보내고 싶다.
- 김윤석 (중앙대학교 교수)
마을의 역사는 드론사진으로 남는다 -『하늘에서 본 강진』 발간에 즈음하여
고향을 잊고 사는 세태가 돼버렸습니다. 물론 고향 자체도 예전 같지 않지요. 찾는 이도 없고 지키려는 이도 없으니 고향이 잊혀지는 건 당연지사겠지요. 그러나 고향은 어머니의 따사로운 품처럼 늘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제 고향은 지리산 자락의 한적한 시골마을입니다. 열 살 때 온 가족이 도시로 이사하면서 고향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겨우 3학년을 마친 초등학교도 기억에 희미하고 고향 친구들 이름도 거의 잊어버렸습니다. 고향 떠난 40여년에 우리가 살던 집은 흔적도 없습니다. 몇 해 전에 성묫길에 보니 우리가 살던 집터에는 낯선 사람이 새로 집을 짓고 살고 있더군요.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더군요.
『하늘에서 본 강진군 마을』 사진집을 출간하는 마동욱 선생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그 무렵 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편집국장으로 있었고 마 선생은 시민기자로 활동하였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기자 가운데 마 선생이 유독 눈의 띤 것은 고향마을 사진을 주로 기사로 올렸기 때문입니다. 마 선생이 운영한 블로그 역시 사진이 주제였지요.
마 선생의 고향사랑, 사진사랑은 끝이 없더군요. 시쳇말로 돈도 안 되고 명예와도 거리가 먼 일을 지금도 계속하시는 걸 보고 놀라움을 넘어 존경심마저 갖게 됐습니다. 지난여름에는 서울에서 ‘하늘에서 본 영암’ 사진전을 열기도 하셨지요. 모르긴 해도 이 역시 자비로 작품전을 열었을 것입니다. 이번엔 강진 지역의 사진집을 내신다니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제는 드론을 사용하니 예전으로 치면 항공사진 사진집이겠이지요. 강진 곳곳의 시골마을이 한장 한장의 사진에 오롯이 담겨 있더군요.
어려운 여건에서도 고향마을을 기록사진으로 남기려는 마 선생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사진집이 고향을 추억하려는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기를 기대합니다.
-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