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얼마만 하지” 대원 가운데 한 명이 물었다. “탐식자의 전체 지름은 5만 킬로미터, 너비는 1만 킬로미터, 내부 원의 지름은 3만 킬로미터다.” “킬로미터라면 지구의 길이 단위를 말하는 거야” “물론이지! 워낙에 커서 가운데 빈 공간에 행성 하나쯤을 끼울 수 있어. 너희 지구인이 사용하는 타이어 사이에 축구공이 낀 모습을 상상하면 될 거다. 그렇게 행성을 끼우고 즙을 짜듯 자원을 모두 빨아낸 다음 껍데기만 남은 행성을 뱉어 버리지. 지구인이 과육만 먹고 씨를 뱉어 내듯이 말이야.” -「우주 탐식자」 19쪽
“그렇다면 지구인 몇몇을 남겨 두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위대한 탐식제국이 지구를 먹고 나면 그 사람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가 인류의 문명을 다시 건설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큰이빨은 고개를 저었다. “탐식제국은 절대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어. 그때쯤이면 지구는 지금의 화성보다 더 황폐해 있을 거다. 너희 벌레들의 기술로는 문명을 다시 세우지 못해.”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래야 우리 지구인도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탐식제국에서 가축처럼 키우는 지구인이 멀리 떨어진 태양계에 고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살이 더 오르지 않을까요? 실제로 고향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큰이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 탐식자」 42쪽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인류는 위대한 문명을 이룩했다고요!” 인의는 탐식어로 온 힘을 다해 외쳤다. 구형과 평면의 하얀빛이 또다시 두 번 깜빡거렸다. 신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문명? 사자여, 이 벌레에게 무엇이 문명인지 알려 주어라.” 큰이빨은 인의를 자기 눈앞까지 들어 올렸다. 인의는 큰이빨의 큰 눈동자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벌레야, 여기 우주에서 문명의 기준은 차원이야. 최소한 6차원 이상의 공간에 있는 종족만이 문명이라는 대가족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존경하는 신께서는 11차원 공간 정도는 충분히 오가실 수 있지. 탐식제국은 그저 4차원 공간에 머무는 정도라 은하계에서 아직 개화되지 못한 원시 집단일 뿐이다. 그러니 신이 보시기에 너희들은 잡초와 이끼 정도에 불과해.” “어서 버려라. 더러워 죽겠다!” 신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재촉했다. -「시 구름」 100쪽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과 신의 대화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했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신이시여, 1만 년은 신께 얼마나 짧은 시간입니까?” 신이 말했다. “1초에 불과하다.” “신이시여, 1억 원은 신께 얼마나 적은 금액입니까?” “1원에 불과하다.” “신이시여, 그렇다면 제게 1원만 주시옵소서!” 인간의 말에 신이 답했다. “1초만 기다려라.” 지금은 태양이 인간에게 1초를 기다리게 하고 있다. -「미세기원」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