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딱 한 번, 아주 특별한 딱 한 사람과의 유일무이한 사랑이라! 그것도 그 특별한 상대가 누군지도,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좋아, 운 좋게 딱 한 번의 천생연분을 마침내 발견했다고 치자고. 과연 그 상대도 자기의 천생연분을 단박에 알아볼까? 백번 양보해서, 또 그렇다고 쳐. 서로를 알아본 바로 그때, 그 상대의 처지가 뒤늦게 나타난 천생연분과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거 정말 흥미진진한 걸? 정교해, 놀~라워! 당장이야 하트 뿅뿅 눈들을 해가지고 행복에 겨워 서로를 바라보겠지만, 두고 보라고. 그 구역질나는 꼴이 얼마나 오래갈지. 이제 이 거짓말을 인간들이 믿어주기만 하면 게임 끝. 킬킬킬.’ 그리고 비장의 마지막 아이템이 악마의 머릿속에 떠올랐으니……
---프롤로그 「악마는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 」중에서
혹시 이런 상대와 사귄 적이 있는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걸 무진장 어려워하는 사람, 상대가 거절하면 무진장 힘들어하는 사람. 그렇다면 상대로부터 다음과 같은 놀랍기 그지없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 같으니라고! 사랑한다면서 내가 원하는 것도 안 해주고…… 흑흑흑!” 헐~, 이런 황당한 말씀이 다 있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놀라울 뿐이다.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요청한다는 것은 분명 상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상대의 거절을 이기적인 행위라고 믿고 있는 당신은 상대가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절할 배짱을 가졌을 때 분명 이렇게 확신할지 모르겠다. ‘이 인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네!’ 이토록 놀랍고 어처구니없는 생각들에 대해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해볼까?
---「워~워~워~! 당신의 파트너가 독심술사는 아니잖아?」중에서
이쯤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오래된 관계 통념과 만난다. 그 통념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남녀관계는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
그토록 많은 관계들이 삐걱거리는 이유, 그토록 많은 관계들이 숱한 혼란과 불행 속에서 헤매는 이유, 그토록 많은 관계들이 서로를 상처 내며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배려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타협’ 때문이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이 서로의 눈치를 보며 타협을 한다.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당신은 어떤가? 당신 역시 타협파? 하고 싶지 않아도 상대가 원한다면 항상은 아니더라도 가끔은 예스? 만일 그렇다면 흠…… 왜? 왜 그렇게 하시는 건데요? 무엇이 두려워서? 타협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가요? 그게 아니라면……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히 배려해야 하니까 그러는 건가요?
---「남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조건이 타협이라고?」중에서
내가 저질렀던 전형적인 ‘실수’들 가운데 하나는 성적으로 강렬한 매력을 느껴 사랑에 빠지면 그와의 관계가 순풍에 돛을 단 듯 원만하리라 철석 같이 믿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사랑에 빠져들었던 처음의 강렬했던 느낌이 사그라지면 그제야 나는 진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우리가 서로에게 끌리긴 했지만 그것이 꿈꾸는 삶, 꿈꾸는 관계와 같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 걸?’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거치다 보면 때때로 ‘누군가와 사귄다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당신도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들 가운데 많은 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남녀관계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불편하다면, 전통적인 방식의 관계 맺기가 당신에게 안 맞는 것일 수 있다.
---「어쨌든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리얼리?」 중에서
잘생긴 그 남자와 매혹적인 그 여자가 사는 천국에 첫 번째 파국의 징조가 나타난다. 여자가 남자에게 이번 주말 친정 식구들과 저녁을 먹자고 한 것이다! 우리의 남자 주인공! 처음으로 관계의 딜레마에 빠졌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난관도 헤쳐나가리라 약속했던 남자다. 자기의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고 약속했던 남자. 하지만 현실은? 이미 주말에 친구들과 낚시여행을 가기로 약속한 상태. 남자는 최대한 정중하게 사랑하는 그녀에게 말한다. “못…… 갈…… 것 같아.”
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불행하게도 우리의 여자 주인공, 크게 상처를 입고 급실망 모드. 왜냐하면 그녀는 ‘사랑한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기꺼이 해줘야 한다’라는 이상한 나라의 연애학개론을 철석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커플들, 처음으로 다툰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우리의 여자 주컀공이 말한다. “난 당신이 날 정말로 사랑한다고 생각했어.”
---「로맨스 영화의 남녀 주인공, 해피엔딩 그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중에서
절대·마땅’ 클럽이라고 들어보셨는지?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핫스팟인데.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아주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악마께서 몸소 예약을 받는다. 가장 불행하다고 인정받은 VIP 손님들은 특별히 ‘이상한 나라의 관계 지옥’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방으로 모신다. VIP 가입 절차는 아주 간단하다.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반드시 ‘절대로’를 신봉해야만 한다. 모든 관계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마땅히 ~해야만 한다!’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에 따라 행동할 것! 이런, 식은 죽 먹기인데? 대부분 사람들이 바로바로 통과다. 기대에 턱없이 못 미치는 현실 덕분에, 또는 그 현실을 기대에 맞게 바꾸려면 ‘상대가 마땅히 ~해야만’ 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믿음 덕분에.
자격조건 100퍼센트 완료! 자, 이제 ‘절대·마땅’ 클럽에 잠입 취재 들어간다. 둘러보니 그곳에 모인 모든 ‘절대·마땅주의자’들에게는 일정한 행동 패턴이 보인다. 티격태격, 고래고래, 와장창창, 엉엉징징. 그들의 상대가 자신들의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자기들의 생각대로 안 따라주기 때문에 생겨난 행동 패턴이다. ‘마땅히 ~해야만’ 하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데’ 정말 왜들 그러는지 몰라.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절대?마땅’ 클럽을 아시나요?」중에서
‘오직 단 한 명, 운명의 상대만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대중가요, 뮤직비디오, 영화, 텔레비전, 책, 예술작품, 그리고 광고에 실려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패션이나 미용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생활방식이 이 관계 통념에 완전 포위되어 있다. 한 마디로 이상한 나라가 된 것이다. 악마가 만든 이 그릇된 통념이 말하는 대로라면, 행복은 결국 운명의 짝을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그 ‘운명의 짝’에게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우리를 매력적으로 꾸며주겠다고 사방팔방에서 제안을 해온다. 솔깃하다. 운명의 상대야말로 우리가 열망하는 사랑과 기쁨의 열쇠이니까. 남은 평생 사랑과 기쁨을 경험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 있으니까. (중략) 이쯤 되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이 이상한 통념을 믿는지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지 않는가?
---「위대한 사랑? 그것이야말로 남녀관계에 대한 모든 오해의 근원」중에서
1992년 출간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 팔렸으며 40여 개 언어로 번역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은 제목이 시사하듯 “남자와 여자의 소통방식은 다르다. 그 차이는 금성인과 화성인의 대화만큼이나 엄청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성 간 유사성 가설’ 연구에 따르면 의사소통에 관한 한 남녀 간에 차이가 없다는 것. 이 연구에 따르면 ‘남녀 사이의 의사소통은 본질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을 받쳐줄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중략) 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사실보다는 그릇된 통념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 단서를 미국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인 데이지 그루월이 [현대 심리학]지에 기고한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성별에 대한 진실, 즉 남녀 간 유사성 주장은 남녀 간 차이의 주장보다 장사가 안 된다. 매체, 광고산업, 혹은 자기계발 및 마음수행 업계에 종사하는 양반들이 진실에 눈을 감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화성남자, 금성여자라고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