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TV에서 우연히 본 ‘컵쌓기’는 세상을 향한 가슴 뛰는 도전이었습니다. 2년 동안 인내하면서 연습에 매진한 결과, 기대한 것보다 훨씬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방송을 보고 어머니에게 “종이컵 있어요?”라고 물어봐서 종이컵을 가져다 따라 해보기 시작했다. 컵이면 다 같은 줄 알았다. 종이컵으로 방송에서 봤던 걸 떠올리며 쌓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쌓는 것보다 내릴 때 ‘스르륵’ 겹쳐지면서 포개지는 느낌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뭔가 손에 착착 감기는 것 같은, 아무래도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에 멈출 수가 없었다. 4살이었던 동생 하은이도 재미있다며 옆에서 열심히 따라했다.
2014년 9월 21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지역예선전’. 내 생애 첫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행복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모두가 놀랐고, 나도 놀랐다. 2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설마 우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해냈다. 아무래도 처음 출전했던 대회여서 그런지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다. 그때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기억이 생생하다.
“0.002초 차이의 짜릿한 승부”
2014년 12월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캐나다 월드챔피언십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내가 출전한 두 번째 대회다. ‘9.773초로 종합우승’ 1등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국가대표들과의 경쟁은 확실히 달랐다. 특히 재호 형은 눈에 띄게 달랐다. 이미 경기 동영상을 봤었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막상 경기장면을 실제로 보니 더 놀라웠다. 사실 조금만 방심했어도 1등은 힘들었다. 나는 3-6-3에서 ‘2.075초’로 만 11~12세 연령별 신기록을 세웠고, 재호 형은 ‘2.070초’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종합기록에서 재호 형과 나는 불과 ‘0.002초’ 차이였다. 0.002초는 실제로 느낄 수도 없는 시간이다. 솔직히 운이 좋았다.
2015년 4월 10일~12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5 WSSA 캐나다 월드스포츠스태킹 챔피언십’대회. 하늘 높이 떠오르는 비행기만큼 마음도 들떠 있었다. 존경했던 스태커들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진짜 흥분되었다. 대회장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확연히 달랐다. 규모도 훨씬 컸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활기차고 대회를 즐기려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흥이 솟아났다. ‘아, 이런 게 진짜 월드클라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재발굴단이 두 번 검증한 영재 중의 영재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오후 8시 55분, SBS 영재발굴단이 전파를 탔다. 방송이 나오기까지 청송의 집과 서울 목동의 SBS 방송사, 강남에 있는 ‘공부두뇌연구원’까지 수없이 다녔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었다. 막상 방송하는 날 가족들과 모여앉아 TV를 보는데, 어색한 말투에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 신기했다. 방송 출연 이후에 확실히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청송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2016년 9월 14일, 추석특집으로 두 번째 출연하게 된 영재발굴단은 나에게 커다란 선물이다. 또다시 2년이 지나 나의 책 ‘시도하라, 최현종처럼’을 선보이게 되었다. 아버지는 2017년 말부터 나의 미국유학을 위해 여기저기 추천서를 부탁하시느라 바쁘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고 무척 죄송한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늘 “현종이 소개하는 작은 책자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진짜로 나의 책이 나오게 되었으니 얼마나 기쁘시겠는가.
“스포츠스태킹은 긍정의 스포츠입니다.”
모든 요소에 긍정의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그러므로 긍정의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오해가 생깁니다. 스포츠스태킹은 철저히 이용자 중심이어야 합니다. 특히 대회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심판이나 운영진은 선수로 참여하는 스태커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그래서 스태커에게 “준비되었으면 시작하세요.”라고 말합니다. 절대 재촉하지 않습니다. 스태커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미덕과 아량’의 스포츠입니다.
최현종은 말합니다. “몇몇 친구들에게 저의 비법을 가르쳐주려고 했지만,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라고요. 아는 만큼 보이고, 그때 보이는 세상은 이전과 다르다고 흔히 말합니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게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물음을 해보셨나요. 그 불편한 진실을 덮은 채 우리는 쉬운 방법을 찾으려 애씁니다. 진실이나 진리는 ‘불변’이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세상 만물은 모두 변한다.’는 그 사실이 진리이며 진실입니다.
전설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쉽게 만들어진 걸 전설이라고 부르지도 않습니다. 만 14세 소년은 상상보다 더 큰 노력으로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최현종은 이러한 자신의 경험과 비법을 나눠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마법 같은 진실을 캐내는 건 독자의 몫입니다. 최현종의 비법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최현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비법을 또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긍정의 힘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입니다. 그 효과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