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성공은 전략적 안목이 결정한다. 장사꾼이 상술을 운용해 정치경영에 나선 것 자체부터가 여불위가 보통 상인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여불위는 천하를 상대로 도박을 감행해 대성공을 거두는 전무후무한 사례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천부적인 상인의 감각을 비롯해 안목, 수단 그리고 지혜를 종합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투자의 대상을 고를 줄 알았고, 투자 시기도 정확하게 예측했다. 변수가 발생하면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고려해 제2, 제3의 투자 대상도 정확하게 골랐다. 만약을 위한 대비책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며, 위기가 닥치면 과감하게 돌파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철저한 준비의 결과였고, 그 준비의 원천은 여불위의 남다른 안목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위기는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로 전환되어 성공을 앞당기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행운도 준비된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다. 천하를 건 여불위의 전략은 안목과 준비에서 판가름이 난 것이다. --- p.63
강태공의 통치전략은 간소하고 쉬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주나라 초기 강태공이 제 지역을 봉지로 받을 당시 강태공과 함께 주나라 건국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주공은 노 땅을 봉지로 받아 노나라의 제후가 되었다. 그러나 주공은 중앙 왕실의 중요한 업무를 맡다보니 자신이 직접 봉지로 가지 못하고 아들 백금을 대신 보냈다. 백금은 봉지로 간 뒤 3년이 지나서야 주공에게 그간에 노나라를 스린 상황을 보고하러 중앙으로 올라왔다. 주공이 이렇게 늦은 이유를 묻자 백금은 “그곳의 풍속과 예의를 바꾸고, 3년 상을 치르느라 늦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제나라로 간 강태공은 이보다 앞서 불과 다섯 달 만에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주공은 왜 이렇게 빨리 왔냐고 물었다. 이에 강태공은 “소신은 그저 군신의 예의를 간소화하고 그곳의 풍속과 일처리 방식을 따랐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주공은 “어허! 훗날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되겠구나. 무릇 정치란 간소하고 쉽지 않으면 백성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 정치가 쉽고 백성에게 친근하면 백성들이 절로 모여드는 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p.71
한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첩첩 곤경에 처했을 때, 결정과 선택을 내리기가 어려울 때, 심신이 다 지쳐 있을 때라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집착보다는 포기를 선택하는 것이 더 큰 용기와 담력을 필요로 하며, 더 큰 의지와 지혜를 필요로 한다. 역사상 이 한순간 포기를 결행하지 못해 실패한 리더들의 사례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가진 것은 소홀히 하고, 어떻게 하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가에만 골몰해 그것을 쟁취하는 데 대부분의 정력을 쏟는다. 때로는 적당한 포기와 양보가 죽을힘을 다해 쟁취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보다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 같다. 전략에는 적극적 전략과 소극적 전략이 있다. 상황에 따라 리더는 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결행해야 한다. 적극적 전략이라 해서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소극적 전략에서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 pp.95~96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리더십과 관련해 금과옥조처럼 전해오는 천하의 명언이다. 그런데 그렇게 얻은 천하는 누가 다스리는가? 바로 인재들이 아닌가? 그래서 한나라 초기의 정치가 육고는 황제 유방에게 창업이 마무리된 제국의 통치를 위해 경서를 읽으라고 권하면서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천하를 얻는 것과 다스리는 것은 그 방법이 다를 뿐만 아니라 기용해야 하는 인재도 다르다는 말이었다. 요컨대 인재를 얻은 자가 천하를 얻고, 인재를 제대로 기용하는 자가 천하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인재들이 실력을 연마하며 자신을 알아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인재가 성공과 실패, 흥성과 멸망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 명제에는 조건이 따른다. 즉 인재를 얻고 그를 대접하고 격려해 조직과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실수와 실패에 연연해 인재를 중도에
서 버리거나 놓치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된다. --- pp.118~119
어떤 사람이 말 등에 소금을 가득 싣고 가파른 태항산을 오르고 있었다. 말은 무릎이 꺾이도록 언덕을 오르려고 무던 애를 썼지만 좀처럼 오를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땀에 젖었다. 돌아가려 해도 길이 너무 멀었다. 이 말은 한창 나이의 말로서 소금을 잔뜩 싣고 죽을힘을 다해 태항산을 넘으려 했지만 결국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말은 그저 평범한 말이 아닌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때 지나가던 백락이 이 말을 보고는 수레에서 내려 눈물을 흘리며 자기 옷을 벗어 말에게 덮어주었다. 그러자 말은 정신을 차리며 머리를 들어 높은 소리로 울부짖었는데 그 소리가 하늘까지 울렸다. 말은 자신을 알아주는 ‘지기’를 만나자 천리마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천리마를 알아보지 못하면 세상에 천리마는 존재할 수 없다. 천리마가 ‘지기’를 만나지 못하면 소금 따위나 지고 나르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인재와 인재를 알아보는 관계에서는 인재를 알아보는 후자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 pp.124~125
인재는 대부분 자존심이 세다. 인재의 뛰어남과 자존심의 크기는 비례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인재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인정욕구’ 또한 강하다. 이런 인재의 성향을 대개는 성격이나 기질로 치부해버리지만 단순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리스 속담에 ‘성격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이 속담을 인재와 연계시켜 보면 꽤 흥미로운 논의가 가능해진다. 인재라는 존재에 그만큼 묘한 구석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초한쟁패의 실질적인 영웅이라 할 수 있는 항우의 실패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흔히들 항우의 실패를 그의 기질 탓으로 분석한다. 분명 그의 기질이 실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특히 다 쥐었던 천하 패권을 항우는 어리석게 놓쳤고, 유방과의 마지막 승부에서 단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것은 자포자기에 가까웠다. 죽음을 앞둔 항우의 최후 탄식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항우의 실패가 과연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좀더 면밀하게 분석해보자. 특히 격동기에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인 인재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 pp.144~145
항우는 다 잡은 승리를 놓쳐서 역전패했다. 그렇다면 그 경쟁상대였던 유방은 역전승한 셈이다. 항우의 실패 원인을 앞서 분석했으니 여기서는 유방이 역전할 수 있었던 요인들을 분석해보자. 사실 항우의 실패 원인 자체가 유방의 역전을 가능케 한 요인이기 때문에 유방의 승리 요인을 다시 분석한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의 실수와 실패가 나의 승리로 그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상대의 실수와 실패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과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상대의 사소한 실책을 재빨리 역이용하는 기민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인재와 상대의 인재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판단과 활용이 관건이다. 치열한 경쟁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인재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이 부분 역시 인재에 대한 초점을 잃지 말고 이야기를 따라가자. --- pp.160~161
사실 리더십과 팔로십에 관한 논의는 얼핏 동전의 양면이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결론이 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리더의 리더십 발휘가 없이는 팔로십 또한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충실하고 충직한 팔로십을 통해 리더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여기서도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따라주지 않고 따르려고 하지 않는데 리더가 제아무리 뛰어난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면 뭐 하느냐는 푸념은 말 그대로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따르지 않는 사람, 따르려 하지 않는 사람까지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만 포용하는 리더는 리더가 아니라 골목대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고요는 성군의 대명사 순 임금에게 리더는 이런저런 전제 조건을 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다. 고요는 리더의 자질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 pp.261~262
오늘날 인류는 민족, 문화, 종교는 다르지만 같은 공동체, 다시 말해 ‘이질적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대개 같은 민족이나 종족으로 구성된 국가인 동질적 공동체에서 주로 살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족과 국가의 경계가 없어지고 민족과 국경을 초월해 서로 섞이고 교류하면서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이를 다소 전문적인 용어로 ‘이질적 공동체’라 부르는 것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중국 역사는 이와 비슷한 이질적 공동체 시대를 일찍이 경험한 바 있다. 물론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이질적 공동체와 그 성질이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닮은 면이 적지 않다. 따라서 그 시대의 성격과 특징을 살펴보면 앞으로 전개될 이질적 공동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유용한 정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사에 있어서 이질적 공동체의 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시작되어 기원전 222년까지 무려 550년 동안에 걸쳐 형성되고 완성되었다. 역사에서는 이 시대를 흔히 춘추전국 시대라 부른다. --- pp.279~280
가정이나 조직이나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과 리더의 위기 대처능력이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상황 대처능력이 되겠는데, 리더가 어떤 자세로 어떤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위기상황에 맞서 헤쳐 나가는가, 이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역사상 많은 리더들이 큰 고난과 역경을 겪었다. 성공한 리더들은 대부분 고난과 역경 속에서 단련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리더십이 오래도록 주목을 받는 것이고,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더 빛이 나는 것이다. 리더의 위기 대처능력 내지 극복의 힘은 대부분 그들의 강인한 의지와 정확한 판단력에서 나온다. 이는 아마 거의 모든 리더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일 것이다. 이밖에 나름대로 독특하고 특별한 개성과 능력으로 위기를 헤쳐 나간 리더들도 있다. 이런 리더들이 남긴 사례들은 그 독특하고 특별한 능력만큼이나 흥미롭다. --- p.321~322
고대 중국 리더들의 리더십과 관련해 ‘삼년불언’이니 심지어 ‘구년불언’이니 하는 고사성어가 전한다. 직역하자면 3년 또는 9년 동안 말하지 않았다가 된다. 리더가 자리에 올라 3년 동안 또는 9년 동안 말이 없었다는 것인데 정치를 돌보지 않았다는 비유다. 그렇다면 이 고사성어들은 무능한 리더들을 비유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와는 반대로 뛰어난 리더, 식견 있는 리더, 기다릴 줄 아
는 리더를 대변하는 표현들이다. 말하자면 상당 기간 차분히 주위를 지켜보면서 상황을 분석하고 사람을 파악해 때가 오면 힘차게 떨치고 나갔던 리더들을 비유하는 성어인 셈이다. 삼년불언이나 구년불언은 중국 리더들을 상징하는 특유의 고사성어이기도 하다. 중국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바로 그에 딱 맞아떨어지는 용어들이다. 따라서 중국의 리더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이 고사성어는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 pp.374~375
『사기』에는 성공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사실 못지않게 실패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사실도 많다. 인간의 작용을 기록한 역사는 늘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존망을 다투는 경쟁 속에서 성공한 리더 뒤에는 실패한 리더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성공한 리더의 성공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함께 실패한 리더의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수천 년 동안 끊이지 않았고, 『사기』에는 실패한 리더십에 관해 심층적으로 분석을 가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이 또한 『사기』의 매력이다. 사마천은 결과로서의 성공과 실패만을 가지고 인간을 판단하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만 하면 권력과 영광을 모조리 누리는 ‘승자독식’을 사마천은 찬성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는 부도덕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하고 출세하려는 자들은 경멸했다. 대신 성공과 실패에 이르는 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그 인과관계를 실사구시적으로 논증했다. 그래서인지 『사기』에는 실패한 영웅들에 대한 애틋한 동정심이 넘쳐흐른다. --- pp.382~383
직언이나 충언과 같은 충고는 좋은 약과 같아 듣기에 거슬리나 행동에는 유익하다. 충고는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발견하게 해준다. 허심탄회하게 경청하면 더 많은 도움이 된다. 리더는 특히 더 그렇다. 타인의 충고를 수용하느냐 여부는 리더의 포용력과 리더십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직언이나 충고는 대개 민심을 대변하는 여론을 집약한 것이기 때문에 리더에게 특히 중요하다. 역사상 충언, 직언, 충고를 듣지 않거나 무시하다 낭패를 본 리더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반면에 마음을 열고 충고와 직언을 흔쾌히 받아들인 리더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귀에 거슬리는 충고를 받아들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충고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실행한 리더만이 성공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 pp.413~414
대개 큰 위기를 겪고 나면 일시적으로 중흥의 기운이 나타난다. 자질이 뛰어난 리더가 아니더라도 그 리더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구심점을 향하는 ‘향심력’이 특별히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이 점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선왕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소공과 자신을 추대한 중신들의 의중 그리고 백성들의 희망을 정확하게 읽었어야 했다. 그러나 선왕은 중신과 백성들의 강렬한 향심력과 기대치를 자신의 능력으로 오인하는 우를 범했다. 리더로서 자신의 능력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적인 개혁에 만전을 기했어야만 했다. 여기에 더해 선왕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두백을 살해하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 이는 못난 리더가 사태를 어떻게 악화시키는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못난 리더들을 보면, 한순간 작은 실수를 저질러 놓고는 실수를 인정한 다음 이를 수습할 생각은 않고 더 큰 악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할 수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 pp.426~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