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 전략과 조언을 개발했다. 지난 10여 년간 내가 해야 했던 연구와 상관없이 나는 거의 매일 한두 시간을 또라이와 이들에게 대항할 방법에 관해 생각하고, 읽고, 대화하고, 글을 쓰며, 때로는 자신의 일상 터전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독설을 일삼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보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에는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비하하며 경멸하고 힘 빠지게 만드는 또라이들을 다루는 방법에 관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상의 조언들이 담겨 있다. 이 조언들은 직장 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비영리단체와 학교의 자원봉사자, 교회와 종교계의 종사자들이 부딪히는 또라이 문제뿐 아니라 지하철과 공항, 쇼핑몰, 운동 경기장 등에서 마주하는 무례한 행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 pp.13-14
시스템적으로 적대감과 무례함으로 가득 찬 곳에서는 피할 데가 없다. 많은 사람을 향한 적의가 넘쳐나고, 또 여러 갈래로 퍼져나갈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똑같은 비열한 또라이로 변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주위를 둘러싼 또라이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반격을 펼치는 전략적인 또라이로 변신한다. 또한 이런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뿐만 아니라 그 정도가 갈수록 더 심해지기 때문에, 시스템적 또라이 문제는 단발적인 또라이 문제보다 더 위험하고 대처하기 어렵다. (중략) 매일 옆자리에 앉아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캘리포니아의 한 영업 사원은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고위 관리자처럼 행동하며 매일 아침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엄격하게 체크하는 동료에 관해 불평했다. 그 동료는 단지 몇 분 늦었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를 질책하거나 심지어 크게 꾸짖기까지 했다. 영업 사원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위 관리자가 그 동료를 포함한 어느 누구에게도 그렇게 까다롭게 굴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또라이 동료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물었다. “언제부터 당신에게 이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의 출근 시간을 감시하고 고자질할 자격이 생겼나요?” 이 동료는 ‘진심으로 놀라고’ 말까지 더듬거리며 자신은 ‘멘토’로서 그저 동료들을 도왔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이를 두고 영업 사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멘토가 아니라 다른 직원을 멘탈 붕괴에 빠뜨리는 또라이에 가깝죠. 그러니 당장 그만두세요!” --- pp.51-53
사람들이 또라이에게서 벗어나려는 행동은 단지 하나의 ‘성향’에 불과하다. 벗어나지 못하거나 그러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많으며, 어쩔 수 없이 묶인 사람도 있다. 기차나 비행기, 버스의 문이 닫히고 자리를 옮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목적지까지 꼼짝없이 옆에 앉은 또라이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형편없는 업무나 직장에 묶여 있는 경우도 있다. 베넷 테퍼 교수가 조사한 직원들 중 다른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가혹한 상사를 떠나지 못하는 직원들은 업무 만족도가 낮고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았다. 또한 감정적 소진emotional exhaustion과 일과 가정 사이의 갈등으로 겪는 고통도 심했다. 벗어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사람들은 보통 그럴 만한 이유를 든다. 실제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일이 너무나 중요하고 한편으로는 만족스럽다고 믿으며 굳건히 버티기도 한다. 끝까지 남아서 또라이들에게 가장 취약한 동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실제로 ‘인간 방패’를 자처하고, 힘없는 피해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막아내는 일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이 맞서는 또라이들과 싸워 이기겠다는 결심으로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 (중략) 하지만 불행하게도, 또라이 문제가 너무 심각해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너무나 많은 이들이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 즉, 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믿거나, 실제로는 벗어날 수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묶여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 불행하게도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끌어들인 다른 사람들까지 필요 이상으로 긴 시간 동안 진상, 꼰대를 비롯한 또라이들과 쓸데없이 씨름하게 만든다. --- pp.66-67
그래도 가능한 한 반응 속도를 늦추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또라이들의 공격을 지연시키며 거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또라이들의 추악한 행동을 버텨내고 더 나아가 이들의 행동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사 과정에 있는 동안, 가혹하고 괴팍하며 비이성적인 지도 교수 때문에 괴로움을 겪고 있던 한 학생이 어떻게 ‘반응 속도를 늦추는’ 전술을 통해 이런 긴장 상태를 헤쳐나가며 몇 년 간에 걸친 힘든 시기를 극복했는지 내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지도 교수가 모욕적인 이메일을 보내거나, 부적절한 시간대(이를테면 새벽 2시)에 전화를 걸어 소리치고 비난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곧바로 응답했다. 이런 반응을 통해 지도 교수는 자신이 원했던 관심을 얻었고, 이는 또 악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앞서 설명한 라헤이 교수의 실험에 등장한 또라이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도 교수의 뇌에 있는 쾌락 중추가 자극을 받은 것이었다. 박사 과정 학생은 몇 년 동안에 걸쳐 처음에는 몇 시간, 그다음에는 며칠, 그러고는 몇 주일씩 답변하는 시간을 점점 더 늦추는 식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지도 교수가 아주 불쾌하고 모욕적인 이메일을 잔뜩 보냈을 때에도 곧바로 확인하는 대신, 이틀 내지 사흘, 때로는 더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야 모든 메일을 한꺼번에 읽었다. 그러고 나서는 단 한 번의 침착한 대응만 했다. 이후 교수의 괴팍한 성격은 변하지 않았지만,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하는 횟수는 줄어들었으며, 터무니없는 시간대에 전화하는 일도 없어졌다. --- pp.120-121
이 장에서 설명한 마음챙김 비법을 요약한 다음의 리스트는 ‘또라이에 대한 생각의 재구성’을 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리스트는 추악한 또라이들과 그들의 못된 행동을 대하는 사람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지키고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짧은 문구들을 담고 있다: ‘나 혼자가 아니야’ ‘내가 비난받을 일이 아냐’ ‘별 대단치도 않네’ ‘또라이 짓도 나름 능력이잖아’ ‘난 넘어설 거야’ ‘팍팍한 세상, 착한 내가 참아야지’ ‘은근 웃긴 면이 있다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난 또라이들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아’ (중략) 생각의 재구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위에서 제시한 짧은 문구들 중 몇몇은 3장에서 설명한 또라이에 대한 무지를 불러일으키는 ‘열 가지 거짓말’을 연상시킨다. 이런 문구들은 우리가 끔찍한 또라이 짓을 일삼는 사람들에게서 곧바로 도망치고, 이들에게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는 행동이 훨씬 좋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한다. 또한 상대방을 괴롭히고 험담하는 또라이들과 싸움을 벌일 수 없게 만들어, 우리가 실질적으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며 이들을 물리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 pp.189-192
대형 공익 기업에 근무하는 한 매니저는 직장 내 벽면과 기업 홈페이지에 도배하다시피 붙어 있는 공익 기업의 ‘핵심적 가치관’에 충실하라는 임원들의 강력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장에는 또라이들이 넘쳐난다고 호소했다. 그가 내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보면, 그는 종종 기업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문구와 직원들에게 쌓인 모욕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목격했으며, 기업 가치관을 지키지 않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이를 환기시켰다. 그는 예산이 빠듯한 어느 해에 직원들의 연봉 체계를 놓고 동료 매니저들과 회의를 하는데 못된 짓만 골라하는 한 동료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은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이 말을 들은 매니저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이렇게 받아쳤다고 한다. “좋습니다. 그 발언이 공익기업의 어떤 핵심적 가치관을 나타내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정직? 존중? 아니면, 팀워크인가요? 방금 했던 당신의 발언이 기업 전체가 추구하는 방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직원들과 납세자들에게는 그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고 싶습니다.” --- pp.206-207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이런 갈등의 본질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협력 방법을 동료 교수 폴 레이하우젠Paul Leyhausen에게서 전해들은 독일 우화를 빌려 설명한다. 어느 추운 밤, 한 무리의 고슴도치들이 추위를 견디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가시로 서로를 찌르는 사태가 발생했다. 찔리기 싫어서 멀찍이 떨어지면 추위를 피할 수 없었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던 고슴도치들은 결국 서로에게 찔리지 않고도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거리를 알아냈다. 이후로 고슴도치들은 이 거리를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훌륭한 매너를 지켜주는 간격으로 불렀다. 이 우화에 등장하는 고슴도치는 우리 인간들과 매우 비슷하다. 우리 각자가 상대방 또는 우리 자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함을 가능한 한 많이 나눌 수 있으면 이 지구상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또라이들만 존재할 것이다.
--- pp.289-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