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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타리 꽃

한울타리 꽃

: 인성동화 따뜻한 이웃 만들기

최영신 글 / 박지경 그림 | 최강 | 2012년 05월 2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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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07쪽 | 318g | 175*235*20mm
ISBN13 9788997280001
ISBN10 899728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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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최영신
높은 담당보다 낮은 울타리를 좋아하는 작가는 경희대를 졸업했고 현재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독서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경희대에서 강의 중이며 학교 현장과 도서관에서 독서·논술전문 강사로 활동중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작가는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인성을 강조해 왔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인성 동화를 쓰는 것은 작가의 오래 꿈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담아 『최강 토론 달인 되기 1,2』,『최강 쌤과 토론 달인 되기 초중등 1.2』를 출간했다.
그림 : 박지경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미술학도로, 다양한 경험을 담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널리 알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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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가던 길인데 왜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지나가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쓰레기봉투 뒤지다 들킨 도둑고양이라도 된 기분이다.
“야, 신민철!”
아, 하필이면 은표를 여기서 보다니. 모른 척 그냥 갈까?
“야! 서민아파트 사는 신민철!”
그 말에 나는 가던 길을 멈췄다. 친구를 이런 식으로 부르는 강은표, 정말 밉상이다. (중략)
“너 몰랐니? 이제 우리 아파트 지나서 학교 가면 안 된다는 거. 특히 서민아파트 아이들은.”

예상대로 사건은 무척 커졌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우리 민철이가 큰 잘못을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원래 우리 철이는 친구랑 싸우는 애가 아닌데…….”
엄마가 사과를 하는데 은표 엄마가 끼어들었다.
“우리 애도 원래 주먹 같은 거 안 써요. 도대체 왜 우리 은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오늘 학교에서도 민철이 때문에 우리 은표가 눈물을 쏙 뺐다니까요.”
“학교에서도요? 무슨…….”
상황을 모르는 엄마가 어리둥절해하며 은표 엄마에게 물었다.
“정말 모르셨어요? 이렇다니까! 가해자는 피해자가 받은 상처 같은 건 관심도 없다니까. 불쌍해서 봐주려고 했더니.”

“또 너희들이니?”
뒤를 돌아보니 은표 엄마였다. 반짝거리는 금빛 땡땡이 레인코트를 입은 은표 엄마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벌써부터 하는 짓 하고는……. 너희들 커서 뭐가 될래? 쯧쯧.”
은표 엄마는 이유를 밝히지도 않고 혀부터 찼다.
‘설마 우리가 뽀뽀했다고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중략)
“뭐긴 뭐니? 너희들 방금 한 짓이지. 어디 대낮부터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끼리 뽀뽀야, 뽀뽀가? 우리 명품아파트 수준 떨어지게. 너희들 이러고 다니는 거 부모님 아시니?”
“저희 아니거든요!”

“그림을 전시해 놓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일 거야. 그럼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하는 어른들이 있을 거야. 우리는 주변에서 모금 운동을 해서 친구들을 도와주자. 은표 병원비도 보태 주고.” (중략)
“꼭 자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만 도와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은표를 걱정하는 우리의 마음도 전할겸. 친구끼리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하긴 캠프는 친구를 위로하고 돕는 의미로 하는 거니까.”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캠프를 우뚝산 아래서 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렇게 우리의 이른 캠프가 시작되었다.

‘나팔꽃, 봉선화, 장미꽃처럼 이웃끼리 사이좋게 어울려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내 그림에 ‘한울타리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중략)
엄마는 내 그림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며 흐뭇해했다.
“한울타리꽃이라? 정말 따뜻한 생각이다, 민철아!” (중략)
“모둠밥이요?”
우리 담임선생님이 물었다.
“모내기 끝내고 일꾼들이 이래 모여 가, 밥을 큰 함지에 수북하니 담아 놓고, 너도 나도 둘러앉아서 다 같이 먹는 밥이 모둠밥이요. 선생님이 되가 그것도 몰랐는겨?”
담임선생님이 민망한 듯 씩 웃었다. 그때 건너편에 앉아 있던 자원 봉사 아주머니가 아저씨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 어렸을 때도 시골에서 아주머니들끼리 모둠밥 먹는 거 많이 봤어요. 그런데 요새 도시에서는 이렇게 양푼에다 다 같이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알잖아요. 비위생적이라면서요. 그러고 보면 옛날에는 인심도 후하고 서로 어울려 살기도 편한 세상이었는데.”

“그러지 말고 같이 먹자. 여기서 먹는 건 다 맛있어. 너도 모둠밥 먹으면 반하게 될 거야. 아니, 이건 모둠 라면인가?”
나는 솔이와 마주보며 씩 웃었다. 은표는 우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듯했다.
“가자! 라면 불면 맛없어.”
나는 은표의 소매를 억지로 잡아당겼다. 따라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은표가 의외로 쉽게 나를 따라 왔다.
우리는 숨도 크게 쉬지 않고 후루룩 라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함께 나누면 슬픔은 반이 되고 기쁨은 배가 된다는 말처럼 모둠 라면을 함께 먹은 우리들의 우정은 우뚝산처럼 커진 것 같았다.

어쨌든 바리케이드가 없어진다는 소식은 무척 기뻤다. 이제 지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날 밤, 나는 내가 그린 한울타리꽃을 지나 학교에 가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이 꽃길을 지나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소문만 듣고 나를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은표 엄마가 이사는 천천히 가도 되니까 오래 살아도 좋다고 말해 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나는 어쩐지 은표와 모둠밥이 먹고 싶어졌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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