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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또 다시

그때 또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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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496g | 140*210*30mm
ISBN13 9788996869160
ISBN10 8996869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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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아, 너는 믿을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자신의 물음이 못마땅하다는 듯 되물어오는 지석을 잠시 뚫어질듯 쳐다보다가 마른세수를 했다. 이런 식으로 가까운 사람들조차 의심하게 만들게 한 그들이 증오스러웠다.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머릿속에 심어놓은 것인지 왜 그랬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난 감정이라는 거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 그 정도랄까. 그런데 이 아이한테만은 항상 예외였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꾸 거슬리고 신경 쓰이고 시선이 갔다. 정말 내 자신이 이상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어, 웃고 있는데도 아파 보이고. 어딘가 채워지지 않았다고 할까? 그런 아이에게 감정이란 놈이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에서 소녀로,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해 가는 지안이를 보면서 심장이 떨렸다. 안 보면 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마음 아냐? 아직 여자로 피지 않은 아이에게 그런 마음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죄짓는 것 같아서 내 마음 아주 조금만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아이 나한테 기댔어. 그때는 정말 하늘을 날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제일 힘들고 아파할 때 같이 있어주지 못하고 떠났을 때 나도 이 아이 말처럼 내 심장 죽었다. 나 심장이 죽었을 때 어떻게 버틴 줄 아니? 지안이 때문이었어. 믿었다. 지안이에게 가면 살아날 심장이었으니까 믿었어. 그래서 버텼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아파도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나한테는 희망이 있었으니까. 그때 나에게 유일한 희망은 지안이었어. 지안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 새로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야. 절망 속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했던가? 나에게 그 꽃은 지안이었던 거야. 그런 지안이를 위해서 나 스스로를 위해서 버텼어. 노력했어. 힘겹게 보낸 시간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감싸줄 수 있는 지안이를 찾고 싶었어. 내가 일어섰을 때 처음 찾았던 사람도 지안이었다. 힘겹게 찾아낸 사람이야. 절절할 정도로 보고 싶어서 인내하는 것도 힘들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심장이 여성으로 변해 내 눈앞에 보인 지안이를 보면서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안이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해. 왜 그러는지 아는데, 아는데도 자꾸 밀어내는 지안이 때문에 내 여기가 너무 아프다.”
시혁은 한손을 들어 올려 심장 위에 올려놓았다, 피를 흘리고 있는 심장을 움켜쥐려는 듯이.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흘러내리는 피를 보면서도 움켜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보다 더 지안이 아파하니까.
“내 아픔보다 지안이가 느끼는 아픔이 더 크리라는 것을 아는데도 내 욕심이 커져만 간다. 나를 비롯해 지안이를 상처 준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는데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지안이 옆에서만 내가 숨 쉴 수 있다는 이기심이 지안을 놔주지 못하고 있어.”
“휴우… 복잡하다. 내 머리로는 너희 두 사람 너무 복잡하지만 어떤 사연이 있어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힘내라. 그러려면 우선 치료부터 하자. 네 여자한테 달려가야 하는데 발이 다쳐서 달려가지 못하면 그건 더 우습잖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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