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첸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온 정신을 집중시켜 환자의 몸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민첸이 묘하게 긴장된 목소리로 엘러리에게 중얼거렸다. “뭔가 잘못되었네, 엘러리. 뭔가 잘못되었어!” 엘러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몸이 굳어 있어서? 나도 봤네. 당뇨병의…….” 두 수술 보조 의사는 수술대 쪽으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한 의사가 환자의 팔을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려 보았다. 팔은 굳어 있어 굽혀지지 않았다. 다른 의사가 눈꺼풀을 만져 눈알을 살펴보았다. 두 의사는 서로 마주 보았다. “닥터 재니!” 한 의사가 허리를 펴고 작지만 강한 목소리로 닥터 재니를 불렀다. 닥터 재니는 몸을 돌려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오?” 닥터 재니는 간호사를 밀치고 빠른 속도로 절뚝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순식간에 수술대로 다가가 무방비한 몸뚱이 위로 몸을 숙이더니 가운을 헤치고 늙은 여자의 목을 만졌다. 엘러리는 닥터 재니가 깜짝 놀라 등이 뻣뻣해지는 것을 보았다. 닥터 재니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두 마디를 내뱉었다. “아드레날린. 인공호흡기.” 마치 마법에 걸린 듯이 두 보조 의사, 두 간호사, 두 보조 간호사는 활동을 개시했다. 닥터 재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커다랗고 길쭉한 산소통이 실려 오고, 몇 사람이 수술대 주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한 간호사가 닥터 재니에게 작고 반짝거리는 물체를 건네주자, 닥터 재니는 환자의 입을 강제로 열어 그 물체를 입 앞에 갖다 댔다. 그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 물체의 표면을 살폈다. 그것은 금속 거울이었다. 닥터 재니는 볼멘소리로 욕을 내뱉으며 거울을 옆으로 던지고, 팔을 뻗어 단숨에 한 간호사가 손에 준비하고 있던 주사기를 잡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늙은 여자의 상체를 벌거벗기고, 주사 바늘을 바로 심장 위에 찔러 넣었다. 이미 인공호흡기가 준비되어 환자의 폐 속으로 산소를 집어넣고 있었다. 관람석에서는 간호사들과 인턴들, 닥터 더닝과 그의 딸, 필립 모어하우스, 닥터 민첸, 엘러리가 의자 가장자리에 간신히 엉덩이를 붙인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수술실에는 인공호흡기가 쉭쉭거리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엘러리는 기계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십오 분이 지난 11시 5분이었다. 닥터 재니는 환자 위로 굽히고 있던 몸을 펴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검지로 거칠게 닥터 민첸 쪽을 가리켰다. 민첸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을 달려 올라가더니 뒷문을 열고 사라졌다. 잠시 후, 민첸은 서쪽 복도에 있는 문을 통해 수술대로 달려갔다. 재니는 뒤로 물러서며 말없이 늙은 여자의 목을 가리켰다. 민첸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재니처럼 민첸도 뒤로 물러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번에는 검지를 들어 민첸이 떠난 옆자리에 돌처럼 앉아 있던 엘러리를 가리켰다. 엘러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러리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엘러리의 입술이 소리 없이 한 단어의 모양을 그렸다. 민첸은 그 단어를 알아챘다. 닥터 민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이것이었다. “살인?”
네덜란드 기념 병원, 수술을 앞둔 백만장자 노부인이 대기실에서 철사에 목이 졸린 채 시체로 발견된다. 우연히 병원에 머무르고 있던 엘러리 퀸은 살인임을 직감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노부인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고 수술을 담당할 예정이었던 외과의 ‘민첸’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그로 변장한 ‘누군가’로 밝혀진다. 또 병원 내에서는 범인이 입은 것으로 여겨지는 흰색 바지와 구두 한 켤레가 발견된다. 노부인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가족과 친척, 노부인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과학자 등 다양한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으로 잠기고 엘러리 퀸의 고민도 더욱 깊어간다. 그러던 중, 외과의 민첸 또한 시체로 발견되고, 엘러리 퀸은 바느질 흔적이 있는 흰색 바지와 끈이 끊어진 구두 한 켤레로 놀라운 연역 추리를 펼쳐 범인을 지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