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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다크한 주인장의 詩가 있는 골목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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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42g | 130*190*20mm
ISBN13 9788994468112
ISBN10 899446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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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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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처럼 흐리고 비 내리는 내 마음의 북쪽과 빛나고 따듯한 볕이 쏟아지는 내 마음의 남쪽이 함께일 때 따스한 관계의 봄꽃이 필 거라고 믿어요. 시골책방을 지을 때 주차장을 만들려고 한여름에 텃밭 자리로 옮겼던 나무가 이듬해 봄이 오자 기특하게도 움과 꽃을 피어냈어요. 언제부터인지 작고 소소하지만 그것이 온전한 나의 것이기에 소중한 어떤 결실의 처음인 씨앗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껴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 씨앗의 이름은 나에 대한 기대감이에요. --- p.40

나와 인연이 닿은 조그만 땅을 사서 염두에 두었던 작고 예쁜 집을 짓고 ‘시가 있는 골목 책방’이라고 이름 붙인 공간을 채우고 꾸려가던 내내 중년 남자는 소년으로 설레었지요. 책방 연희와의 인연이 책으로 인해 다시 이어졌듯이 시골책방지기로서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시즌 2에도 그런 설레는 마음이 계속되면 좋겠어요. 이참에 분명하게 해둘 게 하나 있군요. 시골책방지기라는 이력은 지금까지의 내 이력들 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이력이면서 마지막 날까지 간직하는 인연이고 싶은 나의 정체성이라는 거 말이에요. --- p.52

삶과 죽음이 결국은 한 끗발 차이인 우리네 인생에서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영혼에게도 삶의 끝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서로 지켜봐주는 길동무가 있다면 참 좋겠어요.
마종기 시인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고 했지요. 서로의 삶을 지켜보면서 서로를 섬세하게 기록할 수 있기에, 서로의 시간들이 충분한 의미를 가지게 되어 맑은 물길을 따라 서로를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인도하는 그런 길동무 말이에요. --- p.117

남들이 안 하는 나만의 방식으로 제주를 여행하고 싶다면 이렇게 중산간에서 버스를 내려 바다까지 걸으면서 중산간과 해안의 자연도 보고 동네에도 들려서 골목과 집들과 사람 사는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면 어떨까요. 어디서 버스를 내리고 어느 마을을 지나고 어느 코스를 선택하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거예요. 유명하든 아니든, 아는 곳이든 아니든, 가본 곳이든 아니든, 마음을 열고 걷는다면 그 어느 곳이든 제주에서는 특별한 게 보이니까요.
--- p.135

사막의 밤에서 바라보는 별이나 북극지방 등에서 운이 좋아야 본다는 오로라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풍경도 좋겠지만,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나만의 독립영화처럼 나에게만 우연하게 특별한 풍경이라면 더 좋을 거 같아요. 더 바란다면 나의 세상 끝의 풍경을 드디어 찾았노라고 들떠 있는 나를 먼발치서 그저 미소 지으면서 바라봐주는 다정한 사람이 우연히 그 풍경의 끝에 있는 것이겠지요. 우연이 풍경이 되는 순간들이 있어 삶은 더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거라고 믿어요. 자발적 유배인으로 다양하게 생각하고 행위하고 싶은 나는요.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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