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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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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국 | 올림 | 2019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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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07쪽 | 236g | 112*184*20mm
ISBN13 9791162620182
ISBN10 11626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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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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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지금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초록으로 덮여 있습니다. 깊은 산에만 사는 꾀꼬리가 맑고 아름다운 고음의 피콜로를 연주하면 벌떼가 잉잉거리며 반주를 넣습니다. 오늘같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은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네요. 허리를 펴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요……. --- p.19

철 따라 미세하게 다른 향들이 넘실대는 꽃길
그 꽃길의 향기 지도가
몸에 저장되어버렸습니다.

오늘은 이쪽 동네에서 조팝향을 맡고
내일은 저쪽 동네에서 찔레꽃향을 맡고
모레는 지도 어드메쯤에서 이름 모를 향기를 맡고
꽃향기가 많이 흐르는 곳을 지나갈 땐
잠시 멈춰 서기도, 뒷걸음질 하기도 합니다.
산책길인데 바쁠 게 뭐 있겠습니까! --- p.22

사실 새봄에 농부가 가장 먼저 달려가야 할 곳은 화단이 아닙니다. 감나무 밭으로 블루베리 밭으로 달려가야 마땅한데도 앞마당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지난해 피었던 꽃을 기억해내느라 코에 흙이 다 묻을 지경입니다.
정원에 피는 꽃은 자아의 은유라고 하는데, 올해는 내가 과연 어떤 꽃을 보게 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 p.27

곶감 깎을 철이 되면 살짝 흥분됩니다. 추수 끝나면 농한기라지만, 엄천골 농부는 찬 바람 불면 농번기입니다. 무서리 한두 번 내리고 우는 아이 볼때기처럼 감이 빨갛게 익으면 깎아서 덕장에 주렁주렁 매답니다. 곶감 농사를 오래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것이라고 하지만 그저는 아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별스럽지도 않은 이 소박한 상식 하나를 얻기 위해 나는 십수 년 동안 많은 감을 버렸습니다. 곶감은 말리는 게 아니라 숙성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p.38

그렇다면 내가 듣는 말러의 음악이 덕장에 매달린 곶감의 세포벽을 자극하여 곶감의 맛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곶감은 입이 없어 말을 못하니 그렇다 아니다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고객에게 한 번씩 물어봅니다. “이 곶감은 국립덕장에서 말러 음악을 들려주면서 말렸는데 일반 곶감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하고. 사실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은 “말러 음악을 들려주며 말린 곶감을 먹으니 입안에 교향곡이 울려 퍼지네요”이지만, “음악을 들려주며 말린 곶감이라니, 참 장삿속도 가지가지네요”라고 대답한다 해도 불만은 없습니다. 어차피 추운 겨울에 일도 힘들고 한번 웃자고 너스레를 떨어보는 거니까요. --- p.54

자랑이 아니라 아내는 샘물 같은 여자입니다. 샘에서 매일 일정량의 물이 솟아나듯이 아내는 매일 일정량의 잔소리를 생산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생산량의 대부분을 아이들에게 배급해주었는데 아이들이 자라 콧수염이 나고 더 이상 소비가 이루지지지 않자 잉여 생산량을 나에게 과도하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샘물처럼 자연스럽게 넘쳐흐르는 것을. 장마철 아내의 잔소리는 교향시 몰다우가 되어 골짜기에 양양하게 흐르다가 이내 볼레로가 되어 악기만 바꿔가며 같은 주제를 끝없이 반복 연주합니다. --- p.66~67

비록 홍시지만 눈두덩이에 맞으니 아프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얼굴을 찡그린 채 나무 위에 있는 춘길 어르신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어르신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어어이, 괜찮나?” 하고는 뒤로 돌아 나무둥치를 끌어안더니 쪼그리고 앉습니다. 왜 그러시나 싶어 가만히보니 어깨가 들썩들썩 엉덩이가 실룩실룩하는 게 분명 웃고 있습니다. 웃다가 나무에서 떨어질까봐 나무를 끌어안고 몰래 즐거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 p.87~88

사실 놀라기는 지네랑 내가 더 놀랐습니다. 지네로서는 생전에 그렇게 큰 비명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웬만큼 단련이 된 나도 이번에는 가슴이 철렁했으니까요. 어쨌든 가엾은 그 지네는 도로 교통법 위반으로 지붕을 날리는 고함소리와 함께 제인 오스틴과 나의 《오만과 편견》에 의해 참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 p.68

요즘 볼레로를 자주 듣습니다. 볼레로만큼 봄에 어울리는 음악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녁 맛있게 먹고 나서 사용하던 이쑤시개로 지휘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볼레로를 들으면 봄꽃들이 하나씩 피어납니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볼레로가 아득하게 또는 졸린 듯 흥겹게 목관과 금관을 오가며 리듬을 타면, 눈부신 봄꽃들이 하나씩 둘씩 피어나면서 사분의 삼박자로 흥겹게 춤을 춥니다. 그래, 봄이 그렇게 감질나게 오더니 이렇게 아득하고 이렇게 서서히 다가오는구나. 크로커스 수선화 아네모네 튤립 아이리스가 피고 지고, 마지막으로 모란이 한꺼번에 피고 질 때면 절정에 올랐던 봄도 볼레로와 함께 한 방에 끝나게 될 것입니다. --- p.158

임전무퇴, 나는 전사의 심정으로 나무의 높이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각오로 임할 것입니다. 사실 감나무 전정은 어제부터 할 작정이었는데 미세먼지로 목이 칼칼해서 오늘로 미루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꼭 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에 내가 살아야겠다 싶어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일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하기 싫은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더니 나는 지금 계속 핑계를 찾고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뭔지 참……. --- p.182

주인님이 귀농한 수백 가지 이유 중 하나가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도시에서 일에 지친 주인님은 일을 좀 적게 하고 사는 방법을 연구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그것은 일거리가 별로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거였습니다. 주인님은 하루 4시간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책을 본다든지 음악을 듣는다든지 그릇을 굽는다든지 산행을 한다든지 하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꿈을 안고 지리산 골짜기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산골 마을의 삶은 그닥 치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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