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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임하 씨의 삐딱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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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임하 씨의 삐딱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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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46g | 153*224*20mm
ISBN13 9791187413264
ISBN10 118741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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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만한 임하 씨는 살아오면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주변을 보지 않거나 또는 보지 못했고, 때문에 누가 옆에 있는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자신을 움직이고 자기 주변을 움직이는 힘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자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러고도 언제나 남들처럼 산다고 말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고 쉽게 말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적이고, 때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어른이 되고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매사에 삐딱하고 불평불만이 많아 촉석(矗石)이 봉정(逢釘)이었지만, 그 덕에 이제 의심이야말로 임하 씨를 이루는 중요한 장기(臟器)가 되었다. 이러한 개인적 특질이 아니더라도 시대적으로 달라져야만 했고, 또 달라질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이 변화는 임하 씨에게만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임하 씨를 비롯한 다 큰 어른들이 자신이 가진 무능을 비관하고 빠르게 체념하기보다는 자신부터 통제해가며 세상에 개입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임하 씨는 변화하는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 많은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다.
산다는 것은 종말이 올 때까지 중단 없이 자신을 자신에게 확인시키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제 임하 씨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것을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가치 있으며 옳다고 믿는 자기 신념을 위해 어떤 시도를 하다가 가로막히거나 얻어맞았을 때, 다시 일어나기 위해 괜찮다고 서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응원과 지지가 가능해진 상황을 임하 씨는 여러 차례 목격했다.
혹은 세상의 막강한 힘이 엎드려라, 꿇어라, 잊어라, 가만있어라, 침묵하라며, 행복추구의 권리 따위는 포기해도 괜찮다고, 만족하고 익숙해져도 너는 괜찮다고 할 때, 나는 전혀 괜찮지 않다고 말할 용기가 임하 씨에게 생겼다. 옆에 있는 누군가가 보여준 존중을 이제는 임하 씨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혼자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용기와 믿음.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며 넋두리나 하고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헐뜯고 싸우던 행태를 뜯어내버리고, 자신의 의견을 가져도 좋고, 개인의 문제가 모여 공동의 문제로, 사회문제로 진단되고 함께 고민하게 되는, 그런 세상도 가능하다는 믿음.
이렇게 되기까지 있어왔던 노력과 싸움들. 엄청난 땀과 무수한 피. 불의와 억압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 가스처럼 스멀스멀 퍼져나갈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목청껏 소리치던 목소리들. 나약과 가난을 변명삼아 너도 나도 도망치던 외롭고 처절한 시간을 너그럽게 참고 덮어준 애정과 연민.
방현석 작가의 작품은 임하 씨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했다. 그리고 글을 통해 여태껏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당신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그리고 참 고맙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소망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시대의 변화에 천연덕스럽게 적응하거나 우아하게 반응하거나 점잖게 달라지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저항하고 화를 내고 과격한 언동과 거센 반격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세상에는 흔하다. 그렇기에 임하 씨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직도 과정에 있다. ‘그래서’, ‘그 결과’, ‘결론은’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이른 현재다. 미래로 가는 길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성장과정, 탈피과정인 것이다.
---「태만한 임하 씨의 태만했던 지난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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