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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인성의 쌍소금 소리

처인성의 쌍소금 소리

북멘토 가치동화 시리즈-34이동
손주현 글 / 최현묵 그림 | 북멘토 | 2019년 04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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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334g | 152*210*20mm
ISBN13 9788963192963
ISBN10 8963192962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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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군에 대한 소문은 무시무시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가끔 이런 말을 했다.
“저 오랑캐 놈들은 말 위에서 자고 먹는단다. 고기를 말려서 말 엉덩이에 매달고 한번 발을 떼면 백 리를 간대. 얼마나 빠르고 무시무시한지 그놈들이 지나간 곳에는 쥐 새끼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한다더라.”
고려의 임금과 높은 관리들은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온 몽골군을 간신히 구슬려 돌려보내 놓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우리가 언제 항복했느냐며 딴소리하고 몽골과 다시 싸우겠다고 큰소리를 탕탕 쳤다. 그래 놓고 임금과 고려의 최고 관직인 문하시중은 몽골군이 못 쫓아오는 강화섬으로 들어가 버렸다.
몽골군이 또다시 쳐들어와 본토의 백성들이 죽어 가고 집들이 불탈 때 임금과 높은 관리들은 무사할 것이다. 백성들만 터진 데 또 터지고, 지금보다도 더 살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아버지는 계속 농사를 지으며 살아도 되는 건지 불안해했다. --- p. 11

“넌 입만 대면 뭐든 소리를 잘 내잖아. 배우지도 않은 쌍소금은 그리 잘 부는데 왜 죽자고 하는 수박치기는 안 되나 모르겠다.”
“쌍소금 잘 분다는 소리 좀 하지 마. 그딴 거 안 할 거야. 난 이제 진짜 중요한 일만 할 거야.”
담치는 물고기를 잡아도 몰아가는 일보다는 그물로 잡는 일을 하려고 했다. 사냥도 마찬가지. 잘하지도 못하면서 돌팔매질 아니면 절대 하지 않으려고 했다. --- p.25

“여기는 주인이 없는 땅이우. 우리가 관아에 다 확인해 봤다고.”
담치 아버지의 말에 수노가 비웃었다.
“관아에 확인할 거 뭐 있나? 이 산과 저쪽 강을 경계로 이쪽은 만호댁 땅이고 저쪽은 이웃 마을 시랑댁 땅이지.”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떴다. 모루 아버지가 나서서 따졌다.
“이 산부터 저 강까지 전부 만호댁 땅이라고요? 사방이 전부? 조상 대대로 같이 써 왔는데 언제부터 산과 들이 전부 만호댁 땅이 됐다는 거요?”
“맞소. 관아 땅 기록에도 없는 산과 들의 땅을 그저 내 땅이라고 하면 다요?”
마을 남자들이 맞서자 가노들이 손에 든 몽둥이를 허공에 대고 휘둘렀다. 수노가 가노들에게 가만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식한 것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먼. 이 땅은 대대로 만호댁 땅이었다고. 타고나길 가지고 태어났는데 어쩌란 말이야? 주인 있는 땅에 농사를 지었으면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지. 강도도 아니고, 원.”
“강도라니, 이 사람이! 이 땅 주인이 만호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시우.”
“증명은 무슨 증명이야. 땅을 함부로 썼다고 관아에 고발하기 전에 곱게 다 두고 돌아가도록 해.” --- p.55

“다들 들으시오. 몽골군이 이 땅에 다시 쳐들어온 지도 벌써 두 달이오. 강화에 있는 조정에서 항복을 거부했소. 몽골은 본토의 백성들을 더욱 함부로, 참혹하게 죽일 것이오. 우리는 고을과 가족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 뿔뿔이 흩어지면 모두 죽습니다. 모여서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슨 수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몽골군을 이길 수 있는 군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우리가 어떻게 맞선답니까?”
사람들이 겁에 질려 물었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감싸 안은 채 몸을 떨고, 남자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주먹만 불끈 쥐었다. 스님이 힘차게 답했다.
“도망가다 죽느니 싸우다 죽는 게 낫습니다. 지난번 침입때 귀주성은 끝내 몽골군을 막았습니다. 거의 진 적이 없다는 엄청난 수의 몽골군에 맞섰지요.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 p.119

“너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네가 얼마나 잘하는가에 따라 질 전투를 이기게 할 수도 있지.”
담치는 귀가 솔깃했다. 담치가 가장 바라는 것은 누구보다 중요한 임무를 맡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무엇이든 할게요.”
“쌍소금을 부는 일이다.”
쌍소금이란 말에 한껏 올라간 담치의 어깨가 털썩 떨어졌다. 스님이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냥 부는 게 아니다. 군대의 대열을 맞추고 앞으로 나갈지 뒤로 물러날지 등을 알리는 신호란다. 네 쌍소금 소리에 군대가 움직일 거야. 그 소리가 없다면 아수라장 같은 전투장에서 우왕좌왕하다 끝나게 되지.”
뜻밖의 말에 담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전투 한가운데 세우는 게 걱정이다만 평소의 너를 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구나.”
“제가……요?”
“그래. 신호를 보내는 병사는 사방에 화살이 날아다녀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정해진 신호를 보내야 하지. 나는 침착하고 상황 파악을 잘하는 네가 그 자리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활은 누구나 쏘지만 쌍소금을 부는 건 너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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