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당장 산장으로 돌아오게.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숲 내부의 길숙한 영역으로 이어지는 네 번쩨 통로를 발견했네. 시냇물이었어.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수로가 존재한단 말일세! 이 시내는 바깥쪽의 물푸레나무 와륜을 직접 관통해서, 소용돌이의 오솔길과 <돌 폭포>너머로 이어지고 있네. 이것을 이용하면 숲의 심장부로 진입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바로 시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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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모든 생물은 에너지의 오라로 둘러싸여 있다고 믿고 있었어 - 사람의 경우에도, 어떤 종류의 조명을 받으면 희미한 빛을 발하는 것을 볼 수 있지. 저 고대의 숲, <원초의 숲>에서는, 집적된 오라는 그 이상의 것, 극히 강렬한 그 무엇인가를 형성해. 우리의 무의식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종의 창조적인 장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아버지가 프리 미사고라고 부른 건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있어 - 여기서 미사고란 미스(myth, 神話)와 이마고(imago, 心象)의 합성어이고, 이상화된 신화 속 등장 인물의 이미지를 의미해. 이런 이미지는 자연 환경 속에서 실체화되지. 피와 살, 의복, 그리고 - 너도 봤다시피 - 무기 따위를 가지고 말이야. 이상화된 신화의 형태인 영웅상은 문화적인 변천과 함께 변화하고, 그 시대 특유의 정체성과 기술을 취하게 돼. 아버지의 이론을 따른다면, 한 문화가 다른 문화를 침략할 때면 영웅들이 출현하는 거야. 그것도 한 장소가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역사학자들과 전승 연구가들은 브리튼 인들의 아서와 로빈 후드가 정말로 살고 싸웠던 곳이 어디인지에 관해 논쟁을 벌이지만, 그들이 많은 장소에서 동시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미사고의 심상이 형성될 경우, 그것이 그 시대의 모든 사람들 속에 형성된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들이 더 이상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미사고는 우리의 집합 무의식 속에 그대로 남게 돼. 그리고 세대를 넘어서 전승되는 거지.
--- pp.61-62
나는 원초의 숲과, 얼음의 숲과, 돌의 숲과, 높은 산길과, 불모의 황야에서 사는 여자 사냥꾼이다. 나는 달과 토성의 딸이다. 시디신 약초가 나를 치유하고, 쓴 과즙이 나를 부양하고,반짝이는 은과 차가운 철이 나를 지킨다. 나는 언제나 대지 안에 있었고, 대지는 영원히 나를 부양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영원한 여자 사냥꾼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 페레더와 아홉 사냥꾼들을 필요로 할 때는, 나는 너희들을 부를 것이고, 내가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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