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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1
밤밤밤 | 동아 | 2019년 04월 2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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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72g | 147*210*30mm
ISBN13 9791163021728
ISBN10 116302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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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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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 생길 일은 몸을 사려도 생기고 아닌 일은 뭘 해도 그냥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걸 모르지 않는 분이, 왜 그렇게 노심초사하시는 거죠?”
제니스의 의문에 헤이엄이 한숨을 쉬었다.
“너는 놀라울 정도로 자기 통제가 강한 아이야. 처음 문제가 되었던 발언을 다시 입에 올린 적 없는 것만 봐도 그렇지.”
그는 제니스와 진지하게 눈을 맞췄다.
“그게 걱정이다. 네가 보여 주는 모습이 네 본질과 다를수록, 반동도 커질 테니까. 억눌러진 것은 언젠가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진짜 너를 너무 가둬 두지 말아라. 부모라면 타고난 대로 살라고 말해 줘야겠지만, 그러기엔 네가 살아갈 세상이 만만치 않구나.”
“그렇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대답은 바로 하는데 영 마음에 새기는 눈치는 아니어서 헤이엄은 애가 탔다.
“들어봐라. 인정하지 않겠지만 넌 욱하는 성격이 있어. 누군가가 널 정말 불쾌하게 만든다면 넌 참지 않을 게다. 말로든 행동으로든 상대를 박살 내 버리겠지. 또래 중 어떤 영애가 네 행동력과 언변을 받아 낼 수 있겠느냐?”
제니스가 바로 반론했다.
“저는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다른 영애들과 그런 식으로 부딪칠 일도 없을 겁니다.”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넌 네 생각보다 훨씬 충동적인 성격이라는 걸 알아야 해.”
헤이엄이 재차 강조했지만 제니스는 두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충동적이라니 이 얼마나 낯선 단어인가.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도 그건 자신과 백만 년쯤 떨어져 있는 형용사라고, 제니스는 생각했다.―여러분은 지금 존의 제안을 듣자마자 별 고민 없이 따라나섰던, 그 과거를 새까맣게 잊은 바보를 보고 있다.―덕분에 헤이엄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거무죽죽해지는데, 제니스 혼자 속 편하게 웃었다.
“어쨌거나 말씀하시는 요지는 알겠습니다. 제가 시한폭탄 같단 거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한 번은 터질 게 분명하니 적당한 완급 조절로 큰 사고는 내지 말라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버지.”
“……시한폭탄이 뭐냐?”
헤이엄의 사소한 궁금증은 무시됐다.
“그거야말로 어중간하게 비열한 자들의 먹이가 되기 딱 좋지요. 이왕 터질 사고라면 아주 크게 터져야 합니다. 펑! 핵폭탄 급으로. 비유하자면 섬 하나, 도시 하나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리게.”
제니스가 방긋 웃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가 그랬는지,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 그런 사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 어디서도 린트벨이란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중략)

플로라는 망가졌다.
어디가 어떻게, 라고 설명할 순 없었다. 다만 그날 밤 짐승처럼 울던 그녀가 메마른 눈으로 비척비척 걸어 나왔을 때, 제니스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제의 플로라와 내일의 플로라가 완전히 다르리란 걸. 제니스가 원했던 어른이 될 거라고.
바라던 일인데 기분이 더러웠다. 준비되지 않은 소녀를 억지로 어른으로 만들어선 안 되는 것이었을까?
제니스는 뭐가 문젠지 알 수 없었다. 그녀에겐 플로라의 마음을 짐작할 만한 감성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퍼진 어이없는 소문은 그 불쾌감에 불을 질렀다.
제니스는 모든 것을 엎어 버리기로 했다.
조건, 명분, 평판.
세상이 원하는 게 그런 거라면 가지게 해 줄게. 그러니 그 흐리멍덩한 눈깔 좀 어떻게 해 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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