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직립보행을 시작한 인류에 해당하는 최초의 인간이 이 세상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약 4백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몇몇 원인에게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은 그들의 발전이 극도로 천천히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지구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살았던 대표적인 원인(
??이 변화된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극히 사소한 신체부위가 변화하는 데 수십만 년씩 걸렸다. 그러나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지구를 떠난 지는 2만 년에서 3만 년 정도 되었다. 호모(homo)라는 속명으로 시작되는 인류가 발전되어 온 기간을 하루 24시간으로 줄여보면, 인간은 23시간 이상 사냥꾼과 채집자로 여기저기 흩어져 살았다. 자정이 되기 6분 전에야 비로소 인간은 농업을 시작했고, 자정이 된 바로 그 마지막 순간에 예수가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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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책에서 언급할 석기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은 키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우구르’라는 이름의 남자다. 물론 우리의 선조가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 아는 바가 없다. 그들에게 오늘날처럼 이름이라는 것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지만 여기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주인공 우구르는 26세이다. 그는 별들의 주기에 맞춰 생활했고 서로 다른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하는 자연현상에 기대어 살았으며, 더운 여름엔 기뻐하고 겨울엔 잔뜩 웅크려 동굴에서 지냈을 게 틀림없다. 그런 그가 날짜를 세면서 3월 14일이 어떤 날이며, 9월 3일이 무슨 요일인지 알았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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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매머드와 싸우지 않는다. 그러나 타닥타닥 유쾌하게 타오르는 모닥불의 매력에서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반딧불처럼 밤새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열꽃을 만들어내는 ‘불’과, 불이라는 단어에 담긴 가장 진정한 의미 그대로 우리를 따뜻하게 덥혀주는 열은 긴밀한 연대감을 만들어주고 모험의 욕구를 일깨워준다. 우리가 모닥불에 흥미를 갖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불은 결코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엄청난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심지어 생명을 앗아가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모든 동물이 불을 보는 즉시 도망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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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지갑에 ‘행운의 1페니’를 넣지 않고는 집을 나서지 않고, 나쁜 일이 생길 것 같은 조짐이 있을 때는 “굽어 살피소서”라고 중얼거리면서 나무를 두드린다. 그런 의식에 대한 효험이 있다고 확신하는 그들은 집에서는 도자기로 만든 돼지를 은밀하게 쓰다듬고, 클로버 들판에서는 가까운 미래 일어날 행운을 위해 네잎클로버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알렌바흐 여론조사기관이 2005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퍼센트가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확신했다. 이와 거의 동일한 수, 즉 40퍼센트는 별똥별이, 그리고 36퍼센트는 굴뚝청소부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확신했다. 설문응답자의 4분의 1은 검정고양이 ? 특히 왼쪽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횡단하는 ? 가 불행의 조짐을 예시하는 거라고 인정했다. 인구의 약 30퍼센트가 모든 것이 미신일 뿐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사람들 역시 행운을 빌어주기 위해 상대방의 엄지손가락을 누르는 의식을 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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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선조들이 자신의 주거지를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오직 그들에게 유리할 경우에만 타 부족의 출입을 허용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각종 단체도 여전히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 오늘날 대도시의 보행자 전용거리에서 대중 사이에 섞여 걷고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해봐라.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는 낯선 사람과 밀착되는 것을 싫어한다. 병원의 환자 대기실에서는 기다리는 환자 사이의 의자 하나는 늘 비어 있다. 음식점에서 다른 손님이 식탁에 합석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차에서 낯선 사람이 들어서면 이미 앉아 있던 손님들이 모두 그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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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키 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키 큰 남자가 훌륭한 사냥꾼이며, 믿을 수 있는 가족의 부양자였던 태고의 유물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키 큰 남자는 질 좋은 스테이크와 가득 찬 식량창고에 대한 보증수표였다. (…)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좋은 아버지가 될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다. 남자는 다정다감해야 하고, 자식에게 최상의 성장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상적 남편을 묘사하는 개념을 고르는 설문조사에서 여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단어는 ‘정이 많음’,‘다정함’ 그리고 ‘신뢰감’이었지, 결코 ‘잘생김’이나 ‘섹시함’이 아니었다. (…) 이런 부양의 특성은 외양적으로도 드러난다. 여자는 이틀 연속 똑같은 옷을 입지 않지만, 남자들은 입을 것이다. 남자들은 어떤 와이셔츠가 마음에 들면 그 와이셔츠를 즉시 세 장 더 사는 것이 보통이다. 남자는 단조로울 정도로 항상 똑같은 옷을 입음으로써 그들의 절개와 신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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