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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라는 기표

세월호라는 기표

: 교육은 4.16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

진냥 저 / 조영선 공저 / 김종구,김수현,김경빈 등저 외 13명 | 교육공동체벗 | 2019년 04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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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00g | 125*190*18mm
ISBN13 9788968801150
ISBN10 896880115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8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교육적 사건으로서 4.16’이라는 테제는 세월호 사건을 마주한 후 들었던 ‘미안하고, 안타까운’ 이 단순한 감정을 사유로 길어 올리는 과정 속에서 나올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즉각적으로 나온 수많은 교육적 대응은 거의 대부분이 허무맹랑했거나 실패했다. 그것은 기존의 교육적 모순이나 과제를 전부 ‘4.16 이후의 교육’의 과제라고 손쉽게 뭉뚱그리거나 안전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을 더욱더 통제하는 쪽으로 나아가 버리고 말았다. 혹은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들이 감정에 동요를 일으키지는 않을까, 그래서 정치적인 행동으로 잘못(?) 나가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감시, 규율 권력이 작동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부분을 세세하고도 단호히 지적한다. 그들의 글에서는 그 이유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미안하고, 안타까운’ 저 근본적 감정과 사유의 대결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긴 애도라는 사유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우린 너무 빨리 그들을 장사 지낸 것이다. (……) 지난 20년은 교육이 얼마나 퇴행했는지를 보여 준 시간들이었다. 모두 움츠러들었고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왔다. 4.16은 그런 우리들을 오랜만에 흔들어 깨운 기표가 아니었을까. 4.16은 아직 기표인 채로 남아 있고 교육적 사건이 되지 못했다. 그걸 교육적 사건으로 만드는 건 온전히 우리의 몫일 것이다. --- pp.13~14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희생된 교사들을 포함해서 학교 측 역시 과오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사고 당일 단원고 관계자들은 진도로 내려가 부모들 앞에서 사죄했다. 그런데, 죄송하다는 말 이외에 이들이 무슨 과오를 저질렀는지 밝혀진 게 없다. 아마 사과한 그들도 도덕적인 책임 외에 뭘 잘못했는지 모를 것이다. 잔인한 물음이 되겠지만, ‘가만히 있어’라는 명령 이후,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교사들이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물론, 교사들은 조난 전문가가 아니며 따라서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이, 즉 1차 위기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2차 매뉴얼로 재빠르게 이행했어야 한다. 그들이 30~40분간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을 진정시키는 것 외에, 그리고 끝내 그들과 함께 최후를 맞이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 그때 한국의 교육도 침몰한 것이다. --- pp.31~32

지필 평가 성적표에는 담임이 학부모에게 한마디 써야 하는 ‘학교에서 가정으로’라는 칸이 있다. 지금까진 으레 학부모들에게 건강하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학교 행사 날짜를 적어 왔지만 이번엔 좀 달리 써 본다. “안산 분향소에서 본 단원고 아이들이 2학년 7반 아이들 같았습니다. 제 앞에서 건강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입니다. 지필 평가 성적으로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동료 교사들은 내용이 좀 그렇지 않느냐고 한다. ‘부담스럽다’는 관리자들처럼 교육청에서 복무 관련 공문이 자주 오니까 애도의 표현마저 나쁜 의미로 읽히거나 ‘정치적’으로 비치는 것 같다. 이런 내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학부모들은 ‘가정에서 학교로’ 칸에 ‘성적이 떨어져 속 터진다’거나 ‘이 성적으로 인서울 가능할까?’를 묻는다. --- p.42

교사라면 누구나 자유롭지 못했을 질문도 뒤따라왔다. ‘나도 그 상황이었더라면…….’ 거듭 생각해 보아도 나 또한 같은 현장에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르지 않음이 벗어날 수 없는 옥쇄처럼 계속 나를 감아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사고가 좀 더 수습되면 생각이 정리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트라우마는 깊어지고, 마음은 더 이상 갈 곳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뭔가 일상이 멈춰져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은 계속되었다. 다만 뭔가 근본적인 세상의 변화 없이 이 참극은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 p.교육부 --- p.교육청 --- p.학교 --- p.교사 --- p.학생으로 이어지는 ‘가만히 있으라’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이러한 참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때 누군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는 교사 선언을 제안했고, 평소 ‘정권 퇴진 운동’ 같은 데 전혀 어울리지 않던 나는 그 선언에 닥치고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 p.51

세월호 이후 수학여행 금지, 해경 해체 등의 말도 안 되는 말들이 계속 나왔고, 그것과는 별개로 교육 환경의 쇄신이라며 4.16 교육 체제까지 선포가 되었지만, 딱히 무언가 새로운 ‘체제’가 만들어진 것 같은 체감은 없었다. 학교에서는 노란 리본을 달라고 시키고, 잠시 애도의 기간을 가지라고 말만 할 뿐, 무엇인가를 나서서 해 보려고 하면 교사의 입을 빌려 “가만히 있어라”, “그만 해라”, “너희가 다치면 어떡하냐”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학교는 겁에 질린 것처럼 점점 더 경직되어 갈 뿐이었는데, 뜬금없이 학교가 자율화되어 간다는 말이 마음에 잘 와닿지 않았다. 간혹 “너희들 또래가 그렇게 죽어서, 학교가 많이 바뀌었다”라고 말하는 교사들을 보며 단 한 번도 공감할 수 없던 이유다. --- p.80

세월호 사건 희생자의 많은 수가 청소년이었다는 점은 교육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이른바 교육 깔때기로 이어졌다. 학교에 안전교육이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다. 연일 목도되는 비극 속에서 안전교육이라는 말은 제도권 교육에서 제기되는 다른 문제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가정에서의 학대도, 학교 내 성폭력도, 학생 간 폭력이나 갈등도 안전교육에 포괄되었다. 2017년 일어난 포항 지진은 안전교육 담론에 한층 더 힘을 실어 주었다. 메르스(MERS) 사태는 교실을 매일 알코올로 소독하고 전교생이 하루 2회 체온을 재는 걸 일상으로 만들었고 박근혜 정부에서 냉각된 남북 분위기는 전쟁에 대한 위기감까지 고조시켰다. 그 각각이 새로운 위협은 아니었지만 안전교육은 공포를 먹으며 ‘가오나시’처럼 몸을 키워 갔다. 두려움의 크기만큼 학교는 대피 훈련과 예방 교육을 요구받았다. --- pp.84~85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교육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이들은 교육과 정치의 완전한 분리라는 불가능한 전제 위에서, 정치적인 것(교육적이지 않은 것)과 정치적이지 않은 것(교육적인 것)을 ‘자의적’으로 구분 짓고, 정치적인 것을 철저하게 배제한다. 스스로 재생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의적인 방식으로 규정짓고 강제한다는 점에서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러한 교육 행위를 “상징 폭력”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그것은 단순히 상징적이기를 넘어 (정치적인 것을 교육 현장에 들여온 이들에 대한) 실제적 ‘처벌’로 이어진다. 특히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원칙은 이현령비현령으로 (사회) 비판적 교육 내용이나 행위를 (좌파 혹은 빨갱이들의) 정치적 행위로 낙인찍고 규제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비판적 사고와 행위를 ‘순수한’ 학생들을 ‘오염’시켜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주장하며 ‘엄격한’ 처벌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논쟁적인 사회적 이슈가 학교에 들어설 자리가 없다. 하물며 수많은 사회적 논쟁과 민감한 책임의 문제를 촉발하는 참사가 교실에 들어서기란 더더욱 어렵다. --- pp.100~101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나선 유가족들은 정부의 무시와 탄압에 더해 유가족을 모욕하고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로부터 각종 비난과 음해에 시달렸다. 유가족 비난의 레퍼토리로 곧잘 등장했던 것이 참사를 겪은 당사자인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대학 특례 입학’ 문제였다. 2015년 1월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학 정원 외로 생존 학생들을 위한 특별 전형을 두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실제로 몇몇 대학에서 특별 전형을 실시한 것이 그 배경이었다. 특별 전형이 특혜라느니, 실력에 비해 더 상위권의 대학을 갈 수 있다느니, 심지어 대학에서 단원고 출신 학생들을 색출하자는 말까지 돌았다. 이는 분명 학교교육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현상이었다. (……) 왜 이러한 모습이 나타났는지 이야기하려면 학교교육이 학습시키고 확산시킨 능력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간과할 수 없다. 능력주의란, 말하자면 능력에 따른 차별이 공정하고 정당한 것이고, 노력과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교는 시험 성적에 따라 암암리에 또는 대놓고 각종 차별을 하고, 입시 경쟁을 통해 대학 입학 기회를 차등하고 또 출신 학교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정당화하며 능력주의를 학습시키고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 --- pp.113~114

생협 앞에서 하던 촛불 집회는 성미산 마을의 여러 단위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알려 나가기 위해 유동 인구가 더 많은 망원우체국 사거리로 공간을 옮겼다. 이런 중에 2014년 지방 선거가 있었고 더는 세상일에 무심하지 않기로 한 내면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거 운동에도 할 수 있는 만큼 참가하여 힘을 보탰다. 선거에 이어 치러진 월드컵으로 인해 행여 세월호 참사가 잊히고 진실이 묻혀 버리진 않을까 우려했으나 유가족들의 살신성인에 가까운 투쟁으로 이 위기 또한 넘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싸움을 밀고 나가는 힘이 떨어져 가 촛불을 일주일에 한 번씩만 들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세월호 가족들의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천만인 서명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마을 사람들이 매일 쉬지 않고 서명을 받았다. --- pp.125~126

K 어머니는 부산하게 차를 끓이고 과일을 내고, K 아버지더러 내게 방석을 갖다 주고 장판을 켜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미리 준비해 둔 듯 두꺼운 앨범 세 권을 옆에 두고 앉자마자 K 이야기를 꺼내었다. 나는 차분하게 내 소개도 하고 약전의 방향에 대해 설명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역시 침착하고 자분자분 말씀하지만 자식에 대해 알려 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어머니의 열정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도 침착을 가장하고, 때로는 웃으며 반응을 보였지만 이야기가 세월호 당일로 다가갈수록 점점 가슴이 답답해졌다. 허위 보도인 줄 모르고 학교에서 전원이 구조됐다고 해 가슴을 쓸어내린 일, 망연자실 차를 몰고 팽목항까지 내려간 일, 거기서 또 며칠을, 진도체육관에서 또 며칠을 보낸 이야기를 하는데 앞서 들은 P 부모님의 이야기와 하나로 뒤섞이는 느낌이 들었다. K 어머니는 약간 훌쩍일 뿐 많이 울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어머니를 끌어안고 울어 버렸다. “어머니, 죄송해요. 이제야 찾아와서 죄송해요.” 어머니가 등을 쓸어 주며 다독여 주었다. “아유, 작가님……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 하실 텐데 이렇게 우시면 어떻게 해요.” 그 순간 깨달았다. 어법에 안 맞는 말이지만 ‘알아 버렸다’. 나는 마음껏 울고 싶어서 약전 작업을 하겠다고 했던 거구나. 미안하다는 고백을 하고 싶어서, 두려워서 오지 못했다는 고백을 하고 싶어서, 그래서. --- pp.160~162

원고를 쓰고 있는 지금 나는 54일째 점심 단식을 하며 수업을 하고 있다. 4월 23일부터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 이동곤·황전원 사퇴’를 요구하면서 당시 무기한 단식 중이던 세월호 유가족을 응원하며 시작한 점심 단식이다. 지금까지 전국의 27개 학교에서 57명의 교사들이 1회 이상 단식에 참여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을 가르친다는 일 역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다. 9시부터 5시까지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 수업 등의 교육 활동을 한다는 것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인지 교사라면 다 알 것이다. 무엇이 세월호 유가족과 교사들이 이러한 결의를 하도록 한 것인가. --- p.206

세월호 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숱한 사건·사고를 통해 권위 있는 책임자들이 어떤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이를 개인에게 전가했는지를 몸으로 체험해 왔다. 다소 비약적으로 묘사하자면, 우리 사회의 사람들은 가족 또는 개인 단위로만 묶인 채 맨몸으로 부유물 하나 붙잡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처지이다. 위험은 우리의 살갗에 직접 맞닿아 있다. 때문에 사람들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작은 위험 신호에도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현대 사회의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한 생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커리어월드 설치를 반대하는 제기동 주민들의 행동 역시 이렇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때로는 과잉 행동을 보이는 발달장애인 수십 명이 주거지 인근 학교에 오게 된다는 것을 그들은 분명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였다. 교육청에서는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한다고 했으나 그 말만 믿고 있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교육청은 언제 또 말을 바꿀지 알 수 없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만 당한다. 세월호 참사가 알려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 위험한 발달장애인이 우리 동네에 들어오기 전에 사전 차단해야 한다. 그것이 나와 우리 가족을 지키는 길이다……. 주민들이 갖고 있는 논리 구조는 이런 것이 아닐까? --- pp.221~222

그리고 그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면서 하루 종일 뒤집힌 배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날 밤 야학 학생 송국현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며칠 전 그의 집에 불이 났고 그는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무언가 큰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온몸은 마취된 듯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불길한 밤이었다. 다음 날 새벽, 송국현이 죽었고, 가라앉은 배 안에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월호는 천천히 침몰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어느 해 어느 순간 도처에서 시작되었다. 송국현의 집을 덮친 화마 역시 서서히 다가왔을 것이다. 2014년 4월 13일 일요일 오전 11시가 아니라 오래전 그가 세상으로부터 내쳐지던 무수한 순간들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기업과 복지, 언론과 교육, 행정과 정치의 수많은 현장에서 사람들의 삶이 뚝뚝 끊어져 나갔을 때, 그것은 모두 하나의 말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나도 알고 있다. 분노하지 않는 내가 눈감아 버린 폭력들을, 지난 수년간 무기력해진 내가 놓쳐 버린 삶들을. --- pp.258~259

‘가만히 있으라’가 품은 정치적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면, 희생된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저 ‘아이들’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도 그렇게 버림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는 마음이었다면,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하여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가 보태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정말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고 여전히 믿는다면, 청소년의 사회적 자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은 더 많은 사회적 장소에서 환대받고 결정할 기회를 갖고 있는가. 학생과 교사는 좀 더 평등해졌는가. 학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환영하는가. 그리하여 청소년은 학교 안팎에서 모두 시민인가. --- pp.279~280

이것이 많은 유족들이 사랑하는 방식이고 용기를 내는 방식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꿈과 가장 좋은 생각을 이어 가는 것, 이것이 많은 유족들이 살아가는 이유다. 우리는 죽은 사람들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 그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슬프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러나 세월호 달력을 다시 한 번 보자. 어떤 아이도 과거형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 모두 현재형이다. (……) 부모들은 세상 온갖 것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아이들의 가장 좋은 모습과 가장 좋은 목소리와 꿈이 기억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아이들의 꿈과 가장 좋은 모습이 우리들의 삶으로 흘러들어 가길 원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만져 볼 수 없는 희미해져 가는 사랑하는 얼굴에서, 아이들의 꿈에서만 자기 자신의 얼굴과 꿈을 알아볼 것이다. --- pp.294~295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세월호가 ‘사건’이 될 수 있도록 한 운동의 발화 지점을 이야기하는 걸 잊었다. 그 불씨는 세월호의 엄마들이었다. 이들은 세상과 맞서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보통 이데올로기로서의 모성은 사회 질서 앞에, 권력 앞에 멈추는데 이들의 투쟁은 자격 없는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까지 멈추는 법이 없었다.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를 기어이 끌어올린 것도 이들이다. 이뿐만 아니다. 엄마들은 세월호 사건 이후 상처받은 자들의, 혹은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만들어 냈는데, 말 그대로 그건 코뮌이었고, 코이노니아(교회)였다. 이 코이노니아로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찾아와 세월호 엄마들을 붙잡고 울음을 터뜨렸으며, 고 장자연 씨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 윤지오 씨도 찾아와 ‘나도 세상과 맞서 싸우겠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운동의 발화 지점에 세월호 엄마들의 엄마 --- p.되기의 결단이 있었고, 그들은 엄마 --- p.되기의 서사를 현실 속에서 구현해 보인 것이다.
--- pp.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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