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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들의 성찬

님비들의 성찬

김경수 | 말벗 | 2019년 04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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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53*224*20mm
ISBN13 9791188286096
ISBN10 1188286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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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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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저씨는 뭐하시는 분이에요?”
그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고 싶지 않은 충동을 느꼈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을 그냥 내뱉었다. 그리고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나 사람을 죽였어. ” ---「질주, 1998」중에서

― 거, 말입니다. 선생님 취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자고로 여자란 작고 귀여운 맛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오늘 따라 그는 영화 이야기를 하더니 여배우 중에서도 전도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궤적」중에서

카이로. 건조한 바람과 모래의 도시. 모든 게 메마르게 굳어가고 결국 풍화되어 사그라
지는…. 비가 오지 않는 카이로의 하늘은 언제나 맑았죠. 전 그곳에서 시간이 멎었다고
생각해요. 마치 미라처럼 방부 처리되어 어느 이름 모를 모래언덕에 파묻혀진, 그곳에는
아빠의 얼굴이 자꾸만 바람에 부서져 판독하기 힘든 히이로 글리프처럼 사라져 가고…. ---「리틀 프린세스」중에서

그러니 우리 민족 같이 큰 뜻을 품는 사람들이 세상구석 어디에 있겠냐고. 홍익인간. 기가 막히잖아?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우리들 정신 말이야. 미국이 국제경찰을 하고 싶다면 힘쓰는 건 그놈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국제판사 같은 거 하면 어떨까? ---「님비들의 성찬」중에서

일단 군부대의 무기고에 가 봤다. 아무래도 군용소총이 그에게는 익숙했으니까. 오랜만에
M16 소총을 분해하고 조립하며 기름칠을 하였다. 실탄을 챙긴 후 혼자 영점사격장에 가서 영점을 맞추었다. 아무도 없으니 아무 데나 쏴도 상관없겠군. 거리의 한복판에서 그는 총을 마구 쏴봤다. ---「한 사람」중에서

그래, 상큼한 너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흥분하게 했다. 머릿결에서 풍기는 산뜻한 샴푸의 향기, 깔끔한 옷차림새, 늘씬하고 가녀린 몸매……. 강의가 끝날 때 활짝 기지개를 펴면 너의 보디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곤 했지. ---「로리타, 안녕?」중에서

늘 입버릇처럼 신념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다고, 누구나 아무렇게나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손을 잡아도, 어깨를 감싸도, 입을 맞추어도, 섹스를 하여도, 그리고 결국 서로의 수정란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하여도 사랑한다고 할 수 없는 건, 때로 그것이 ‘거짓 사랑’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증발」중에서

도요새. 그게 맞는 비유야. 준섭은 늘 자신을 신천옹이라 불러주었던 동생에게 언제부턴가 도요새라고 불러주고 싶었다. 밖은 여전히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하얀 인테리어로 꾸며진 실내가 차갑게 느껴졌다. 장차 비가 올 것 같으면 가장 민감하게 울어대는 새가 도요새라 했다. 그래서 비새(雨鳥)로 불리기도 했다던데. ---「신천옹」중에서

우리는 어느덧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에 의해 분해되고 있어.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감염되는 것이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았어. 널 탐한 것뿐이야. 그것이 남자의 생각이다. 그녀는 그러나 이미 그 마음을 읽고 자기를 주었다. ---「호모 루덴스 vs 호모 사피엔스」중에서

그런데 놀랍게도 중대장은 김일병, 고맙다 하면서 얼른 투표용지를 잡더군. 난 뒤도 안 보고 나와 버렸어. 첫 투표를 포기했지만 분명히 그 용지에는 여당후보에게 기표되어 개표소로 갔겠지. 처녀가 치한에게 순결을 빼앗긴 기분이 이런 걸까 싶더군. ---「담담한 이야기」중에서

‘신을 포박하기에 세상은 한 종지만큼 작았다. / 이제 합장하여 이르노니 옴마니밧메훔. / 시간은 1일념뿐 살아온 날이 다 그러니 / 어찌 세속의 일을 다 알려 할까. / 라 기알로. 라 기알로. 하르 갈리오. / 자신을 깨치는 조각 빛이 되기를. / 내 쌓아 온 카르마를 홀로 다 갚기를. / 나 이제 합장하여 이르노니 옴마니밧메훔. ’ ---「랑데뷰 타임」중에서

그것을 넘나드는 것은 여행자에게 너무 가혹한 것이다. 그 너머와 여기는 그리 다른 것이 없지만 인간들이 모든 것을 다르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에. 경계선이란 무의미한 것이다.
---「여행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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