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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 한 여자의 단기 속성 결혼 성공기

리뷰 총점9.3 리뷰 23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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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랑 에세이 top20 8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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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298g | 128*188*20mm
ISBN13 9791196637002
ISBN10 11966370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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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건 소개팅이나 선밖에 없다. 침대에서 떼굴거리고 있을 때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너 선 볼래? 동갑이래.”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 p.15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하세요, 다음에 언제 볼까요,가 아니라‘만나자’고 한다. 밀고 당기지 않는 직설적인 말투가 마음에 든다. 그는 적당한 타이밍에 필요한 말을 할 줄 알았다. --- p.19

원하는 대답이 뭘까? 나의 소비 스타일을 알아보려고 그러는 걸까? 주로 어디서 쇼핑하냐고 물어본다면 롯데백화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강남역 지하상가라고 해야 할까? 나의 경제력을 내세워야 할지, 검소한 소비 스타일을 부각해야 할지 고민된다. --- p.24

그가 내 질문의 행간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는 연애 고수일까, 연애 고자일까?
우리는2주 뒤에 만날 수 있을까? --- p.29

워크숍은 어땠어? 내 생각은 안 났어? 나는 보고 싶었는데…. 이십 대였다면, 서른세 살이었다면, 아니 서른네 살이었다면 이렇게 물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서른여덟 살이다. 그보다 두 살이 많고, 내일모레 마흔이다. 발랄함으로 승부할 나이는 아니다. --- p.36

연애하면 키스가 따라온다. ‘사귀자’라는 말에는‘너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뜻이 포함된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의 내 연애 상식으로는 그랬다. 그와 키스하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첫 키스를 향한 나의 치열한 노력에 대한 고백이다. --- p.43

내 귀를 의심한다. 여기까지 와서 간다고? 인사만 하고 다시 간다고? 믿기지 않는 마음으로 두어 발짝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본다. 그가 제자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이건 집에 데려다준 것도 아니고, 안 데려다준 것도 아니다. 터덜터덜 귀가했다. --- p.57

남녀가 두 번이나 여행을 와서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이성 관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내가 그에게 성적으로 매력이 없거나 그가 너무 말라서 성욕이 없는 것이다. 그는 무성욕자가 분명하다. 발기부전이거나 게이일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사랑은 플라토닉 러브가 아니다. 사랑은 스킨십이다. --- p.70

“이제 우리 집이 아지트가 되는 건가?”
나를 배웅해주며 그가 말한다. 그의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인다. 어젯밤 그는 긴장해 있었다.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내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의식했다. 하루가 지난 오늘, 그는 나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다. 그와 은밀한 비밀을 나눈 기분이다. 애써 웃어 보이며 택시를 탔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가 주말마다 집으로 오라고 하면 어쩌지? --- p.98

“집은 전세인가?”
엄마가 고기를 뒤집으며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묻는다. 노룩패스다. 오늘 날씨가 좋지?,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나라면 선뜻 물어보지 못했을 질문이다. 그가 전세라고 대답한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월세가 비용이라면 전세는 자산이다. --- p.100

“처음 봤는데 남 같지가 않네. 우리 식구구만.”
신발을 신으며 시아버지가 말씀하신다. 기다리던 합격 통보다. 시아버지가 나에게 악수를 청하신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 p.129

자그마치9년이다. 엄마는9년 전부터 나의 혼수를 준비해온 것이다. 사놓은 그릇을 써야 하니까 시집가라고 했던 엄마의 잔소리는 농담이 아니었다. 엄마는 진지했다. 그 상자들은 엄마의 꿈이고 희망이었다. --- p.145

결혼을 한 달 앞두고 동거를 시작했다. 이제 약속을 하지 않아도 매일 그를 볼 수 있다. 야근을 하든 회식을 하든 집에는 들어온다. 밥은 같이 못 먹어도 잠은 같이 잔다. 동거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남녀가 한 침대를 쓴다고 해서 매일 사랑을 나누지는 않는다는 것. --- p.164

결혼은 가장 오랫동안 사랑할 사람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 친구이자 룸메이트다. 그가 바쁠 때는 내가 리드하고, 내가 바쁠 때는 그가 나서면 된다.
조급해하지 말자.
우리는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을 해야 하니까. --- p.171

예식장 계약을 하면서 새로운 단어를 접했다. 최소 보증 인원. 예식장에 보장해야 하는 최소 하객 수다. 250명부터 시작이다. 하객이 미달할 경우에도 해당 인원의 식대를 계산해야 한다. 3순위 그룹까지 청첩장을 돌려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동안 내가 받았던 애매한 청첩장의 비밀이 풀렸다. --- p.185

낌새가 이상하다. 혹시 지금 프러포즈를 할 생각인가? 오, 지금은 아니야. 제발 부엌으로는 오지 마. 그에게 눈치를 내려달라고 하늘에 빌었다. 하지만 하늘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남편이 부엌으로 온다. 그는 추리닝 바람이고, 나는 고무장갑을 낀 상태다. 그가 대뜸 한쪽 무릎을 꿇는다. --- p.205

시부모님이 들어오신다. 엉덩이가1초 만에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두 발이 땅을 딛고 서 있다. 드레스 주름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두 분이 내게 기적을 행하셨다. 나는 대한민국의 며느리다. --- p.213

신혼집에 캐리어를 던져두고, 친정에 갔다. 엄마가 사위를 위해 한 상 내온다. 나의 관심사는 저녁 식사가 아니다.
“엄마, 방명록 어디있어? 축의금 정산했어?”
누가 다녀갔는지 궁금하다.
얼마를 냈는지도. --- p.229

“아들은 어째 살이 더 빠진 거 같네?”
“서울 올라가서 잘 먹이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의 질문에 대답한 건 그가 아니라 나다. 우리는 제주도에서 하루 세 끼에 간식까지 잘 먹었다. 내 얼굴에는 윤기가 흐르는데 그는 그대로다. 시어머니 말대로 더 말라보이기도 한다. 그가 살이 빠진 게 내 책임인 것 같다. 혹시 이게 며느리병인가? --- p.231

사랑은 시작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만났는지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사랑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변할 수도 있고,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사랑할 것이다.
남은 모든 계절을.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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