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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은 아내

남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은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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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88g | 127*188*20mm
ISBN13 9791186430873
ISBN10 1186430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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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티푸스 아니면 폐렴에 걸린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아주 심각해요.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아니, 내가 이 집을 나서자마자 죽을지도 몰라요.”
이런 말을 남기고 의사는 떠나 버렸다. 그러자 화가 치민 아내가 남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뭐야, 진짜 죽는 거야? 아냐, 난 당신을 죽게 놔두지 않을 거야. 병신 같은 인간이 자리에 누워서 제멋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나 본데 당신 같이 비겁한 인간을 곱게 보내줄 수는 없지.”
남편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의사 선생님도 내가 곧 죽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당신이 못 죽게 하는 거야?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아줘.”
“그 의사 놈이 뭐라고 했든 상관없어.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죽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 알았어? 아니, 뭐 이런 병신 같은 인간이 다 있어! 당신이 그렇게 부자냐?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으냐고? 당신 같은 인간은 죽을 자격도 없어. 시체 씻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아내의 말을 들은 이웃집 할머니 아니시야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걱정하지 마, 이반 사비치, 내가 씻겨 줄게. 돈 같은 건 필요 없어. 시체 씻는 일이 얼마나 좋은 일인데 그래.”
이 말을 들은 아내는 어이가 없었다.
“뭐라고? 시체를 씻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럼 시체를 넣을 관은 무슨 돈으로 사고, 관을 옮길 때 필요한 마차는 무슨 돈으로 빌려? 그리고 신부에게도 돈을 줘야 하는데……. 설마 지금 나보고 옷을 팔아서라도 그 돈을 마련하라는 건 아니겠지? 아냐, 절대 그렇게 못해. 그리고 이 놈도 그냥 죽게 내버려 두지 않겠어. 죽더라도 돈을 벌어 놓고 죽어야지.”
이반 사비치가 놀라면서 말했다.
“아니, 어떻게 그런 말을? 정말 이상한 말을 하네.”
“뭐가 이상해? 당신은 절대 못 죽어. 죽고 싶으면 돈을 벌어 와! 죽더라도 두 달 쓸 생활비 정도는 벌어 놓고 죽어야 할 거 아니야!” ---「남편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은 아내」중에서

나는 수위에게 다가가서 서툰 외국어로 지껄였다.
“쇌라, 쇌라, 샴베르, 찌미르, 쇌라, 쇌라! 야볼?”
수위가 말했다.
“뭐야, 외국인이잖아.”
이번에는 수위가 서툰 외국어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야볼, 야볼! 물론 쇌라, 쇌라, 야볼. 비테 드리테, 잠깐만요. 쇌라, 쇌라, 제일 좋은 방으로 드릴게요. 빈대가 없는 깨끗한 방으로 드리겠다구요.”
나는 도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다리가 후들거려서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외국어로 지껄이기를 좋아하는 경비가 내게 물었다.
“실례지만, 어디서 왔어요? 두 제트 독일? 어데르, 다른 나라?”
나는 속으로 ‘에이, 이 친구 이거 독일어 할 줄 아는 거 아냐? 보니까 독일어 하는 거 같은데’ 하고 생각했다.
“노우, 이흐 비느 에이네, 쇌라, 쇌라, 샴베르 지메르 에스파니올라. 쇌라, 쇌라, 스페인.
콤프레메네? 바데스파니.”
우리는 바디 랭귀지로 얘기하고 있었다.
“야볼, 비테, 추르비테. 쇌라, 쇌라. 내 가방 들고 빨리 방으로 데려가 줘요. 쇌라, 쇌라. 얘기는 그 다음에 하자고. 쇌라, 쇌라.”
수위가 대답했다.
“야볼, 야볼,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후, 나는 수위의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겉옷을 뒤집어 입은 사건」중에서

돈이 없어 짐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빈 손으로 기차역에서 나와야 했다. 내 신세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지금 같았으면 그렇게까지 속이 상하지 않았겠지만 당시에는 너무 속이 상했다.
나는 낯선 도시의 거리를 헤매 다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래를 보니 발 앞에 밝은 색의 두툼한 지갑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두툼한 것으로 보아 큰 돈이 들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섰다. 그리고 ‘이 정도의 돈이면 멋진 호텔 방에 누워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달콤한 초콜릿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허리를 굽혀 지갑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지갑이 살짝 옆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배가 고파서 헛것이 보이나 보다’ 하고 다시 한 번 지갑을 잡으려고 하는데 지갑이 또 옆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꽤 많이 움직여서 손으로 잡기 힘들 정도였다. 나는 지갑을 잡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뛰어다녔다. 하지만 내가 뛰면 지갑은 더 멀리 달아날 뿐이었다. 내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지갑을 잡으려고 뛰어다니고 있을 때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아이들이 지갑을 실로 묶어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속으로 ‘이 못된 녀석들!’ 하면서 아이들을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옛날에 나 때문에 골탕을 먹은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뜻밖의 보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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