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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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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56g | 130*200*20mm
ISBN13 9788965707981
ISBN10 896570798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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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누군가 나에게 사랑해, 라고 말했다. 사랑해, 라는 말은 어떤 구조로 생겨먹은 걸까?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어버버거린다. “나… 나를…? 나는 쓰레기예요….” 쓰레기라고 자랑하는 게 아니고, 쓰레기라고 겸손 떠는 것도 아니다. 쓰레기라는 건 그저, ‘내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어쩌죠?’ 하는 불안이다.
왜 사람은 누군가를 안는 구조로 생겨서 타인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왜 사람은 누군가를 안는 구조로 생겨서 타인을 갈망하게 되는 걸까」 중에서

떠난 애인을 잡는 데나 소용되는 게 눈물인데 나는 성격상 그게 안 된다. 눈물을 제대로 써먹어본 적이 없는 셈이다. 나는 울 때 제일 아름다운데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 우는 모습을 아껴두었다가 필살기로 써야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애인들은 내가 우는 걸 구경도 못 하고 떠났다. ---「울지도 않았는데 사랑해준다고요?」 중에서

“겉모습 말고 내면을 사랑해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무섭다. 협박에 가까운 말이다. 내 안의 이판사판을 보고도 사랑해줄 사람이라. 도망가고 싶어질 테지. ---「우리는 오직 사랑을 잃었을 때만 연락한다」 중에서

사랑해, 라는 말은 BB크림이나 쿠션 콤팩트처럼 지속력이 반나절밖에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확인받고자 한다. 어떤 애인과는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애인을 부잣집에 입양 보내고 싶을 때」 중에서

결혼이 마치 사랑의 결말인 것처럼 말하는 이야기들은 우습다. 사랑한 게 운명인 거지. 결혼한 사람들만이 사랑에 성공한, 운명적인 인연인 거라고 믿고 싶지 않다. ---「공주와 왕자는 결혼을 하였고, 오래오래 오락가락 살았답니다」 중에서

사랑과 실망은 동의어가 아닐까. 왜 같은 단어를 두 개나 만들었을까. 실망할 것이 남았으므로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나 보다. (중략) 사랑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나의 무능인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곡」 중에서

헤어지던 날 우리는 공원 벤치에 오래오래 앉아 있었다. 우리는 온 힘과 정성을 쏟아 딴소리를 지껄였다. 딴소리와 딴말이 누적되고 모여야 비로소 우리가 진정 하려는 말에 이르기 때문에. ---「오늘은 네가 따뜻했으면 좋겠고, 내 생각을 몇 번 하면 좋겠다」 중에서

머리를 감으면서 여러 명을 떠올렸다. 원망스러운 사람들과 떠난 애인들을. 그들이 머리 감는 장면을 상상하니 미움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마음이 괴로울 때 유용한 민간요법이다. 내복만 입고 머리는 욕조에 처박아두고 뒤통수를 박박 긁으며 머리를 감는 모습. 그런 모습의 인간을 질투하고 시기하기란 쉽지 않다. ---「애인이 쓰던 칫솔은 쓰레빠 밑창을 닦을 때 쓴다」 중에서

나는 춤을 춘다. 힙합을 좋아한다. 힙합은 기본자세가 저자세다. 몸을 낮게 쓰기 때문에 바닥과 친해진다. 매일 바닥에서 놀아서 어느 날 인생이 바닥을 쳐도 당황스럽지가 않다.
---「좋아하나? 기다리나? 좋아한다! 기다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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