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젊은 양반, 난 그렇게 생각해. 인간은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는 거라고. 어떻게 죽은 사람을 로봇으로 되살릴 수 있겠어. 기업 앞에서 농성을 했어. 살인로봇 판매를 중단하라고. 소식이 인터넷에 퍼지며 불매운동도 일었지만 얼마 안 가더라고. 그래도 계속 농성을 했지. 돌아가면서. 모두가 지치고, 힘들고, 슬펐어. 특히 부모형제 다 죽고 혼자 남은 태호가. 그 작은 어깨에 짐을 얹어야 얼마나 얹을 수 있었겠어. 그래서 한편으론 이해해 태호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어린 나이였거든. 그때가 여덟 살이었나.”
“태호가 뭘 했는데요?”
“받아들였지. 제 형을 로봇으로 만들기로.”
---「김승환, 〈튜링의 생각〉」중에서
4년 넘게 이곳에서 살았지만 그의 눈엔 아직도 모든 게 기괴하기만 하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다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눈을 뜨자마자 쥐덫의 지배를 받을 테니까. 그러나 그는 13년 동안 쥐덫 없는 세상에서 살았다.
---「이수진, 〈그 미소에는 도파민이 없다〉」중에서
“교수님은 만약에 교수님의 아이에게 유전적 문제가 있다면, 유전자 조작으로 맞춤형 아기를 낳으실 건가요?”
아마도 이번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 된 맞춤형 아기에 대해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저는 그럴 생각이 없어요.”
승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인간이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맞춤형 생명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조물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난 복제인간 따위를 만들 생각이 없어요.”
“그러면 왜 이 기술을 연구하시고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셨어요?”
뜻밖의 질문이었다.
---「차지윤, 〈꿈의 지팡이〉」중에서
「그러니 한 가지 꼭 명심해요. 절대,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골든 레코드를 재생시키지 말 것. 거기엔 인간에 대한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요. 누군가 그걸 읽었다면 당신을 이해하고 있다는 거죠. 혹시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가 담겨 있다면, 그걸 재생했다가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아요?」 ---「해도연, 〈보이저 아노말리〉」중에서
“순수 인간이지요?”
“잘 모르겠구나. 남은 핏자국이 없어서.”
“….”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서로 안아 주고 있으니까요.”
---「최석규, 〈소녀, 동반자 그리고 노란 눈동자〉」중에서
“이 시대에 그런 게 있기나 해. 어차피 시간이 남아도는데 오늘 못 읽으면 내일 읽으면 되고, 아님 10년 있다 읽든 100년 있다 읽은들 무슨 상관이겠어. 안 그래? 없으면 없는 대로 다 살지. 이 시대가 그거 하나는 좋아. 뭐 하나에 목숨 줄 거는 짓들은 이제 안 하잖아.”
---「경지숙·최수경, 〈시간의 모자이크〉」중에서
널 살려야 하는 이유·…?
아니, 나한텐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야. 나 혼자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너와 나, 둘이서 우리가 되어야 하니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어려 가지 이유가 머릿속에 방울방울 떠올랐어. 우선 딱 한 번만이라도 네 얼굴을 다시 보고 싶어. 녹화해 놓은 동영상이나 폰카로 찍은 사진 따위로가 아니라 실물로. 너랑 마주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수다 떨며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먹기. 그게 우리가 살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야.
---「김종일, 〈우리가 살아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중에서
“하겠습니다. 대신에 조금이라도 위험해질 것 같으면 바로 나올 겁니다.”
불카누스가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다이빙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빼고 나면 실제 작업은 60분 남짓일 것이다. 필연적으로 서두를 수밖에 없다. 서두르다 보면 위험 요소가 생겨난다. 게다가 불카누스는 죽어 가는 몸이다. 죽음과 가까워지고 무의식이 붕괴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그건 알아서 해. 다만 이거 한 가지만 기억하게. 자네들에게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네.”
젠장. 빌어먹을.
역시 그때 거절했어야 한다.
---「전건우, 〈다이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