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분명히 환경과 에너지이다. 20세기 말까지 전 세계에서 진행된 산업화의 영향으로 지구온난화 현상을 유발하는 탄소가스 배출이 증대되어 다양한 형태의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러한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에너지 자원 생산 및 소비 부문에서는 커다란 전환이 요구되었다.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 자원에서 환경 친화적 에너지 자원인 재생에너지 자원을 개발하고 소비하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동시에 에너지 소비가 경제 성장과 비례한다는 일반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면서도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꾀하는 것 또한 에너지 전환의 중요 주제이다. --- p.107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탈석탄, 탈원전을 표방하며 야심찬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6.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2030년까지 20%까지 확대하고 원전과 화력 발전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대한민국 정부가 2015년 발족한 신기후체제의 성공을 위해 한국이 공표한 온실가스 삭감 목표를 달성하고 미세먼지 등 점차 심각성을 더해가는 국내 환경 문제들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또한 국제사회의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소위 원전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탈원전 여론이 확대되며 에너지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탈석탄 사회 및 경제로의 효과적 전환을 위해 더욱 분산적이고 민주적인 에너지 거버넌스의 구축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채택했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발전과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구상하고 발표해왔다. --- p.161
에너지 전환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과거 에너지 정책은 다분히 하향식(top-down)식으로 결정되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산업 정책이 후발 추격국 입장에서 유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 차원에서 좋은 정책이라도 지역 주민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은 현재 국민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적·지역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독일의 경우, 원전 폐쇄에 대한 추가적 전기 요금 부담을 국민적 합의에 의해 추진했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다. --- pp.190~191
재생에너지 입지 및 인허가 문제 해결에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는 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법제도의 변천사이다. 산업단지나 택지를 조성하면 당연히 폐기물이 새롭게 발생하는데, 그간 이러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면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 설치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도로 주민 반대나 지역 갈등이 발생해왔다. 즉, 폐기물 처리 시설은 에너지 생산 시설과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지만 설치 지역에서의 수용성이 매우 낮은 전형적인 사례인 셈이다. --- pp.215~216
또한 한미 무역 불균형 문제에서는 그 의미와 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제스처를 트럼프 정부에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셰일가스 수입량을 늘려야 할 정세인데, 사실상 예측 수요 면에서는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인구 증가 정체와 노령화, 국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천연가스 수요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와 어울려 가야 하는 에너지 믹스 시대에 천연가스 수요 창출의 관점에서도 천연가스 발전은 정부에서 적극 육성해야 할 분야이다. --- pp.250~251
그중에서도 에너지 정책은 경제, 안보, 환경 등 다양한 영역이 중첩되어 추진되는 영역이다. 이렇듯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며,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책 방향과 내용이 다르게 나타나게 된다. 특히 에너지 전환은 ‘탈원전 및 탈핵’에 있어 이념적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다. --- p.280
재생에너지 분야는 기후변화 대응 체제에서도 특히 경제, 산업적 이해가 첨예하게 녹아 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새로운 투자와 시장 확대 기회로서의 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공여국의 관심은 수원국 입장에서도 환영받을 만한 일이기 때문에 양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발 협력은 해외 투자로서의 접근이 아닌 원조로서의 접근을 택하기 때문에 지원 범위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원조를 통한 재생에너지 분야 국내 산업의 해외 진출이란 시장 확대의 한 기회로서 원조를 취급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개발 협력 본연의 목적과 어느 정도 부합할 것인지가 재생에너지 분야 원조 사업의 성공에 핵심적이라 하겠다. --- p.303
우리나라는 2001년에 전력 산업 구조 개편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과도한 가격 규제로 도매시장 가격 및 정산 시스템 등을 포함해 적절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어 수익 모델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전기차 관련 사업 등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사업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는 반면에, 현행 법 제도는 대형 전기 사업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법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산업들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존의 대형 전기사업자들에게 적용되던 것과는 다른 형태로 에너지 신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체계가 필요하다. 국내에도 에너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에너지를 생산하고 나아가 판매할 수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가 증가하고 있으나 전력 판매자로서 에너지 프로슈머는 아직 시장에 등장하지 못한 상태다. --- pp.365~366
원전하나줄이기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에너지 효율화,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세부 사업을 포함하는데, 그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 마을 조성이다. 이 사업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고자 에너지 소비 감소와 생산 증가로 마을 단위 에너지 자립도를 제고하는 사업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된 마을은 최대 3년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마을의 에너지 자립 기반을 조성하게 된다. 2012년 7개 마을을 시작으로 2017년 12월까지 총 80개소의 에너지 자립 마을이 조성되었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조성된 30개 에너지 자립 마을의 경우, 2015년 전력 사용량이 2012년 대비 12.2% 감소했으며, 2016년에는 3년 차 마을의 전력 소비량이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에너지 자립 마을의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 p.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