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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보는 길

눈을 감고 보는 길

정채봉 | 샘터 | 2000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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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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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13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6413023
ISBN10 894641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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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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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
사람들은 만남 이라는 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다는 공식으로 말한다. 곧 자신들이 직접 만난 것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만남 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만남 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신과의 만남도 있고 위인과의 만남도 있다 . 나는 독서를 간접대화라고 생각한다. 지은이와의 만남인 것이다. 그것도 불필요한 잡담을 제거한, 전달해 주려고 하는 요체만을 얻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피천득을 만난 것은 큰 축복이요, 행운이다.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국어책에서인지 작문책에서인지 피천득의 수필 '내가 사랑하는 생활'을 읽었다........ 나는 잔디밟기를 좋아한다. 젖은 시새를 밟기 좋아한다. 고무창 댄 구두를 신고 아스팔트 위를 걷기 좋아한다.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지기 좋아한다. 나는 보드랍고 고운 화롯불 재를 만지기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 없는 방안에서 내 귀에다 귓속말을 하는 서영이 말소리를 좋아한다'고..그뒤부터 나는 이 분의 저서를 구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 p.130~2
사랑하는 사람의 맑은 눈동자 속에 자신이 담겨져 있는 것을 그윽이 바라봄은 행복입니다. 아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언젠가 사무실의 창 밖을 무심히 내다보다 말고 빙그레 웃으며 구경하는 것조차도 행복한 정경이 있어 마음이 젖어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젊은 연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다른 연인들처럼 허리가 으스러져라 팔을 감고 가는것도 아니고, 서로가 상대방의 청바지 뒷주머니에 X자로 손을 집어 넣고 걸어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정경은 여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걸어가기 위해 뒷걸음질로 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상대를 사랑하면 걸어가는 그 사이에도 얼굴을 마주보며 방글거리고 싶어질까 생각해 보세요. 함께 행복해지지 않는가요?

저는 정호승 시인한테서 직접 들었습니다. 아기를 보다 말고 아기 눈동자 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든 표현해 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국어사전에서 '눈부처'라는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게 되었노라고.
---p.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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