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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을 고민하는 나에게

[ 양장 ]
유정민 저 / 박인아 그림 | 미메시스 | 2019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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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74g | 128*188*30mm
ISBN13 9788932919690
ISBN10 8932919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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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상적으로 남편과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마당에 상추 먼저 심을까, 감자 먼저 심을까 라며 가벼운 일상을 그리기도 하고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오토바이로 오키나와 일주를 하자]처럼 설레는 여행 계획도 세웁니다. [강원도에서 계획한 만큼 매출이 나질 않으면 뭘로 대신해야 할까?] 하며 현실적인 문제나 방안도 생각해 두고요. --- p.51

답례로 되돌아온 사장님의 '오르부아르!'는 그간 '내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지', '내 다른 외모가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까'라는 자신감 결핍의 토양에서 태어난 우려들을 싹 베어 버리기에 충분히 시원했습니다. 그 짧은 프랑스어 한마디에 그동안 어디인지도 모르는 작은 마을에 저를 매어 두었던 집착의 끈이 톡 떨어지는 듯 개운한 해방감이 들었습니다. 그 길로 가까운 서점에서 여행 책과 파리 지도를 사서 가까운 곳부터 형광펜으로 줄을 그으며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도피가 끝나고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 p.66

꿈이 없다고 꼭 무기력하게 사는 것은 아닙니다. 꿈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밑그림이고, 시간을 쓰는 것은 붓 터치 하나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밑그림이 없다고 붓 놀림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스케치북은 영영 비어 있게 됩니다. 하지만 저처럼 붓을 들고 뭐라도 그리면 의도치 않았어도 누군가에겐 '오, 꽤 좋은데'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추상화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 p.138

그런데 스태프 생활이 지나고 디자이너가 되어서도 그 찝찝한 얼룩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처우나 환경 때문만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제야 비로소 오랜 시간 홀대받아 왔던 저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럼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 걸까. --- p.180

학원 책상에 앉아 누군가의 몸에 착용될 것들을 스케치북에 그리는 일은 행복,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그림에 목적이 없고 해방만 있었는데, 이제는 뚜렷한 목적이 생긴 것입니다. 그 결심을 잊지 않기 위해 타투로 언젠가 나의 브랜드가 될 그 이름을 새겼습니다. 팔목 바로 밑, 긴 소매를 입으면 가려지는 부분입니다. 이렇게라도 새겨 두지 않으면 결심의 날카로움은 결국 닳아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제 다짐을 소매 밑에 숨겨 두고는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릴 기회만을 기다렸습니다. --- p.227

사람에게는 딱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합니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어려웠는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얼마나 큰일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딱 한 번이라도 본인이 인정할 수 있는, 자신을 이겨낸 딱 한 번의 경험이면 그 뒤는 얼마든지 유연성만을
발휘해 실패의 함정을 빠져나올 힘이 됩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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