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세상, 그물코의 비밀

세상, 그물코의 비밀

리뷰 총점9.3 리뷰 7건
정가
15,500
판매가
14,72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국내배송만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141*217*20mm
ISBN13 9791130814216
ISBN10 11308142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천장에서부터 늘어뜨린 무명천이 만장(輓章)처럼 너울거렸고 요령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또 흐릿했다가 명료해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영혼은 갈팡질팡 걸음을 뗄까 말까 망설이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첫걸음마를 하는 어린애처럼 벌벌 떨며 황천길을 노려보고 있던 망자의 모습. 그때, 정덕미 선생의 하얀 버선발이 내 눈에 띄었고, 순간 숨이 콱 막히며 예리한 금속성이 가슴을 긋고 지나가는 통증을 느꼈다. 절체절명의 순간처럼 오목가슴께가 찔리듯 아팠다. 3년 전에 떠나가신 어머니, 그분 관 속에 가지런히 묶였던 옥양목 버선발이 거기 있었다. 불교식으로 염습(斂襲)을 해드렸었다. 어머니는 동생이 직접 지은 한복 수의를 입고 가셨다. 그때 신으셨던 옥양목 버선발의 모습이 거기 있었다. 나도 모르게 입속말로 계속 주문을 외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으세요, 어머니! 빛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세요.” 하고. 한참을 비틀거리던 영혼은 마지막으로 뒤를 길게 돌아보더니, 훨훨 춤을 추며 떠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콱 막혔던 내 가슴도 시나브로 뚫리며 폐 깊은 곳까지 숨결이 닿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이 쏟아졌던지 공연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겨릅대처럼 가볍고 농익은 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이 공연장을 숨죽이게 했다. 소싯적부터 몸 안에 켜켜이 쌓인 춤출 거리가 예순이 넘어 깨어났다고 했다. 정덕미 소피아, 그의 오랜 기다림의 기도가 영성의 꽃을 활짝 피워내는 순간이었다. 화양연화(花樣年華)와 같은 절정의 순간! --- p.16~17

장미 가시가 제 꽃을 보호하기 위해 독을 품었다면 탱자나무 가시는 남을 지켜주기 위해 날카로움을 지녔다. 지금도 제 품에 깃든 생명들을 다소곳이 품고 초록 가시를 짱짱히 굳히며 겨울을 나고 있다. 나는 지금 신참내기 작가 시절 다짐했던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가, ‘생명을 살리고 보듬는 자연을 닮은 글’을 쓰겠다던 그 약속을. 탱자나무처럼 누군가에게 의지가지가 되어주고 품을 내주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면서 가슴 철렁한 계절이다.
탱자나무 울타리 앞에 자식들을 세워놓고 ‘낱생명’들의 이름을 알려주고 오묘한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눈을 뜨게 해주신 아버지, 그분의 밝은 눈길이 그리운 계절이다. 가죽나무처럼 키가 껑충했던 아버지는 뒷짐을 진 채 탱자나무 울타리 앞에서 늘 서성거리며 그 너머의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저 올망졸망한 여섯 생명들을 두고 떠날 날이 천둥처럼 다가오고 있음을 짐작했을 것이다. 붉은 핏덩어리를 한 대야쯤 쏟아내던 그날 아침, 얼마나 눈앞이 캄캄했을까? 당신 병환 중에 이 몸을 잉태시켜 부실한 DNA를 물려받아, 평생을 골골거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아버지 사랑합니다. 그곳 세상에서는 숨 좀 쉴 만하시던가요? --- p.32

나는 가슴이 몹시 답답할 때면 이곳에 온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강한 것에 중독되어 작은 소리는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소수의 뜻이거나 소외계층의 힘없는 소리들이……. 내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상대방이 나의 속내를 몰라주거나 내 작은 소리가 세상을 향해 옳다고 소리쳐도 반응이 없을 때도, 나는 나를 영악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질 때 이 무덤가에 서면, 조금은 어눌한 듯한 손돌 공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보기에는 막힌 듯하오나 좀 더 나아가면 앞이 확 트일 터이니 괘념치 마시옵소서.’ 이 어눌한 외침이 나를 위로한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손돌공의 외침 같은 순박한 소리는 묵살당하고, 그의 목숨처럼 억울하게 희생되는 이는 없는가? 날 선 목소리들이 세상을 이끌어가고 작은 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저 손돌목의 물소리처럼 울고 있지는 않은지. 귀를 열고 작은 소리를 들어보자.
--- p.108~10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트로이 발굴로 유명한 하인리히 슐리만은 젊어서 막대한 부와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는 그리스신화에 빠져 고고학을 팠고, 파다 못해 고고학 자체가 되고서야 삶의 진정한 기쁨을 느꼈다. 유경숙 작가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슐리만 중 하나이다. 『세상, 그물코의 비밀』에서 작가는 ‘시절 인연’을 만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장소가 인연이 되어 복으로 돌아왔던 사례를 소개한다.(「노학자의 깊은 눈길을 따라 겸재와 만나다」) 작가 유경숙은 그런 사람이다. 소위 시절 인연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제 몸에 불붙은 그 무엇을 뜨거운 줄도 모르고 황홀하게 바라보는 사람이다. 발목이나 발가락을 다쳐 절뚝거리면서도 기어이 걸어갔던 그의 여행길이 궁금하다. 오늘부터 나는 이 책을 베개 밑에 넣고 잠들 테다.
- 노성두 (서양미술사학자)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풍파를 겪지 않을 수가 없는데, 유경숙 작가의 산문집 『세상, 그물코의 비밀』은 풍파를 겪더라도 너끈히 견딜 힘의 비밀을 제시한다. 그 힘은, 풍파가 나에게 닥치지 않도록 기도하는 게 아니라 닥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 즉 정신적 지층에 경험의 공간을 확보해놓는 재기로부터 비롯된다.
-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 칼럼니스트)

회원리뷰 (6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4,72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