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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우상

아버지의 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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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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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28*188*20mm
ISBN13 9791196462680
ISBN10 11964626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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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모를 기리는 기념관은 무료입장이었다. 전시물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사진들도 다양한 데다 설명도 만족스러웠다. 1958년 그가 게릴라전에서 승리한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었다. 조그만 사진 하나가 아버지의 눈을 붙들었다. 산간 마을에 들어온 일단의 무장병력이 민간인을 죽이는 장면, 그 아래 설명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탕 작전에 투입된 정부군에게 학살당했다. 게릴라에게 음식을 제공했다는 이유였다. 더듬더듬 한국어로 해설을 붙여드렸다. 아버지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머쓱해진 내가 손바닥을 뻗어 더 둘러보기를 권했으나 아버지는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이 거칠어진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 나도 사진을 재차 들여다보았다. 천으로 눈이 가려진 사내가 웅크린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허리 깊이 구덩이의 위쪽 가장자리에 무릎이 꿇린 채였다. 구덩이 안에는 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여자와 아이 셋이 널브러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젖을 빨았을 갓난쟁이의 까맣게 열린 입, 흥건한 핏자국들, 그리고 사내 곁에 놓인 삽 한 자루. 그러니까 사내가 마주한 구덩이는 좀 전에 그가 파 놓은 것이었다. 군인은 사내의 뒤통수에 총을 겨누고 있었다. 나는 먹은 게 얹힌 듯 속이 거북하여 서둘러 전시관을 빠져나왔다. 갓난쟁이의 울음소리가 자꾸만 등을 찔렀다. 기념관 앞마당에서 볕을 가려주던 정원수의 그림자가 제법 자라 있었다. 뒤따라 나온 아버지가 핏기 가신 얼굴로 입언저리를 씰룩거렸다
--- 「아버지의 우상」 중에서

죽음의 무게로 누른 시소의 끝은 그 반대쪽을 높이 들어 올리는 법. 우리는 한 덩어리가 되어 그 끝에 널뛰듯 올라앉았다. 그녀는 쥐어짜듯 몸을 꼬며 사선을 넘고 있었다. 오빠 나를 데려가. 나도 이대로 죽고 싶어. 절규였다. 그녀가 몸을 활처럼 뒤로 휘더니 이윽고 긴 신음을 토해냈다. 지그시 감은 두 눈에서 물기가 방울져 내렸다. 나 느꼈어. 드디어. 그녀의 수줍은 미소가 눈물에 섞여 볼우물 안으로 흘러들었다. 방안에는 죽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삶을 마무리한 자가 안락(安樂)하게 누워 있었다. 나는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
--- 「사망진단서」 중에서

겉도는 대화중에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돌아가면 죽을 거라는 증명을 이쪽에서 하라던가. 현재의 개연성을 근거로 장래의 위험을 인정해줄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금 불법 체류 중이지요?”
“….”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었다. 면접관이 거부의 이유를 찾는 모양이었다. 아이가 자주 칭얼거렸다. 푸삼은 아내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전의를 상실한 아내의 작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것도 불법인 거 아시죠?”
면접관은 그 말을 끝으로 시선을 책상 위의 서류에만 꽂았다. 눈이 마주치는 불편을 피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은 듯했다. 부부가 이미 불법 체류 상태였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내전이 격화된 건 최근의 일이었다. 전쟁이 끝났어도 그의 가족에게 닥칠 보복의 공포는 이제부터가 아닌가. 종교, 인종차별, 그리고 전쟁 등이 난민 신청 사유가 되는 건 분명했다. 그것은 국제법상 명시된 조항이었다. 인터뷰 시간은 20분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면접관의 혀가 법과 규정의 견고한 테두리를 핥는 동안 시간은 짧은 심지마냥 타들어갔다.
--- 「론니 플래닛」 중에서

“얌마 그걸 말이라고 물어? 그냥 매뉴얼대로 요령껏 하면 되는 거지.”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부대장이 내 대신 대꾸를 했다. ‘요령껏’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렸다. 평소의 내 말버릇을 그가 흉내 내고 있었다. 움찔했다. 나 자신도 전임자의 어투와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때문이었다. 나는 기억 속의 비좁은 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 「가만있으라」 중에서

“밤새 한 숨도 못 잤는디….”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가 보았다. 선뜻 나를 부르지 못하고 이틀을 삭힌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할매가 미간을 좁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쳐진 눈 밑이 발갛게 부어 있었다. 온갖 상상이 꼬리를 물며 그녀를 덮쳤을 것이었다. 편지의 내용이 짧았다. 결혼을 준비하며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목을 가다듬어 직역을 했다. ‘한국 방문을 앞두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동두천의 기억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요.’ 내 음성이 갈라졌고 목구멍이 좁아졌다. ‘차라리 엄마를 잊기로 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이어진 몇 마디의 변명과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문장은 눈으로만 읽었다. 메리가 돌려보낸 사진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편지에 다 쓰지 못한 단어들이 빨간 액자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 「오동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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