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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침묵

하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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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274쪽 | 382g | 153*224*20mm
ISBN13 9788996875611
ISBN10 899687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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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헌
2004년 장편 소설 볼프-갈무리 출판사, 2004년 이오카스테-신들린 여인 제 6회 옥랑희곡상 수상, 2009년 장편 소설 시간은 피다-로크미디어 노블레스 클럽, 2010년 극단 실험극장 창단 50주년 기념 공연 이오카스테 상연, 2012년 장편 소설 예술신화-도서출판 상상하는 지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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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시리도록 차갑고 그지없이 맑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말도 그대로 통과시키니, 술이 찰랑대다 비워져도 흔적일랑 없는 투명한 유리 술잔과 같았다. 왕의 비통 앞에서도, 가슴 속 냉혈은 유유히 흘렀다. 주변의 몇 사람인가 냉기에 몸을 떨었고, 감현과 마백 또한 심상찮은 기운을 눈치채기는 하였으나 그 근원을 몰랐다.
어전에서 산 귀신으로 화했으니, 궐에서 내쳐져 창날에 찍힐 터. 그러나 앞날에 대한 예지도 각오도 차가운 무관심에 마비되었다. 마음은 초연히 제 변모를 개의 송장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궐로 기어들어 말석을 차지했던 내가 곧 오늘의 흉조였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왕을 바라보지 않았다. 차마 부끄러웠기에. 나는 선뜻 가고자 하였으나, 왕의 청이어서도 명이어서도 아니었다. 왕은 나를 죽일 수 있으나, 그 때문에 나는 왕을 가련히 여겼다.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쥔 자에게 바치는 충절이 무언지 나는 몰랐다. 그에 대한 나의 애정은 참된 것이었으나, 그가 왕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성군이 될 그릇은 아니었고, 그것이 내가 높이 산 점이었다. 그 힘겨운 자에게 충성 대신 연민을 바치매 군왕의 위엄에 흠이 되었다.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말이오? 이미 약조가 다 되어 있소. 그쪽으로 넘어가면 부귀영화가 넘칠 것이고, 새 아내를 맞을 터인데 왜 돌아오겠소? 기다린들 헛일이라오.”
“새 아내와 있다 보면 분명 제가 그리우실 터인데, 왜 아니 돌아오시겠습니까. 기다리면 될 일이지요.”
“저런, 생각이 짧으시오. 돌아간다면 가만둘 놈들이오. 목을 베려 들겠지.”
“그러니 몸조심하시어, 잘생긴 목일랑 아무에게도 주지 마시고 고이 간직해 오소서. 제 것이 아닙니까.”

나는 유쾌했다. 실로 유쾌했다.
“내 생각과 같으이.”
“유감천만입니다.”
“싸움은 기분 좋아진 사람이 이기는 거라네.”
“얼마든지 이기십시오.”
“젊은 사람이 마음도 넓으이.”
나는 마냥 즐겁다가, 아차 싶어 무릎을 쳤다. 청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쳐다보는 것을 그저 웃어 주며, 황급히 머리맡에 베고 잔 짚더미를 쑤셔 술병을 꺼냈다.
“웬 겁니까?”
“젊은 사람은 목청도 좋구만.”
“술이 아닙니까!”
“그럼 물이겠나.”
“대관절 여기 왜 가져왔단 말입니까!”
“쥔이 있으면 마시려고 가져왔지.”
“요깃거리 하나 챙겨오지 않은 분이 술은 뭣 하러요!”
“허허, 그때야 곡기 끊게 될 줄 누가 알았나 말이지. 쥔이 예 있는 줄로만 알았다니까. 객이 되어 빈손으로 어찌 오겠나.”
청년은 주먹을 들어 가슴을 치려다 말았다. 앞서의 낭패스런 대화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무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로서는 그저 화기애애 말만 많이 하면, 허튼소리라도, 아니 허튼소릴수록 좋았으나 청년의 깔끔한 성정에는 맞지 않을 터.
“자, 자, 화를 냈으니 피곤하겠네. 한 잔 받게나.”
“생각 없습니다.”
“이보게, 늙은이가 처량하게 자작하게 해서야 너무하지 않나. 한 잔 마셔주면 좀 좋은가. 이왕 목숨까지 건져준 김에.”
“…그 나이에 늙었다 하면, 정말 노인장들께서 화내실 노릇이지요.”
“자네보다야 늙었지 않는가. 더구나 여긴 우리 단둘이고.”
“툭 하면 나이를 들먹이는 수가 빤합니다.”
“달리 수가 또 있어야 말이지. 게다가 잘 먹히고.”
청년은 아까보다 늙어 보이는 얼굴로 술병을 받아들었다. 그가 내게 따르고, 내가 그에게 따랐다. 다시 바람이 파도처럼 이는 가운데, 불은 소리를 내며 타올랐고, 차가운 술이 목구멍을 흘러내려 갔다.
“바람 소리가 통쾌하네. 듣고만 있어도 속이 다 시원하이.”
술이 그득한 대접을 바람 신께 제주라도 올리듯 손으로 받들며 말했더니, 청년이 곧장 퉁을 놓았다.
“눈이 조금만 더 내렸다면, 내일 하산하지도 못하고 이대로 둘 다 동사했을 겝니다.”
“허허, 눈이야 밤새 다시 내릴 수도 있다네. 눈이 내리지 않는들, 하산하다 산짐승과 마주칠 수도 있는 노릇이고. 지천명이라지 않는가.”
낙천적인 소리를 하려던 것이 거꾸로 나오기가, 등짝 뒤집힌 거북 같았다. 이리 황망할 줄 알고 술을 가져오기가 가히 선견지명이었다.
“걱정 말게. 나와 함께 있는 한 죽지는 않을 걸세. 나는 예서 죽을 몸이 아니잖은가.”
청년의 검은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런 당신 곁에 있기 때문에 저는 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저런, 허면 내 탓이로군.”
나는 그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깊어지던 눈이 조용히 내리감기며, 낮은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아닙니다.”
나직하나 확고한 부정을 발한 뒤, 다시 들린 시선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당신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당신의 목을 앞장서서 칠지언정 용서했을 겁니다. 허나 당신은 혼백에 날 선 칼날을 품고도, 그것을 처마 밑 낙루에 녹이 슬게 합니다. 그 또한 그 칼날만큼이나 당신의 본성이지요.
짧은 한숨 후 다시 들려진 눈은 더 예리해져 있었다.
-당신은 전하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자이나 좁쌀만 한 충성심도 없습니다. 스스로 의관을 벗어던진 벌거숭이에게 맞는 옷은 거사의 굴레뿐이지요. 그런 연유로 점괘는 당신에게 떨어졌을 것입니다. 나라 안에서 쓸 도리는 없으나, 나라 밖의 적을 향한 비수로는, 다시 없을 재목이지요.”
그 눈초리 아래 소름이 끼치다가 오한이 드는 것이 다시 없는 쾌감이었다. 염천 아래, 생가죽이 벗겨지며 내장을 땡볕에 내어 말리는 해방감이 전신을 굽이굽이 훑어 내렸다.
-나는 당신이 누군지 압니다. 난신적자보다 더 무서운 분이지요. 세상을 뒤엎고도 모자라, 불태워 재로 만들어도 성에 안 차실 분입니다. 왕과 백정을 똑같이 생각하니 공평하기가 잔인무도하십니다. 재상이나 감현보다도, 내가 당신을 더 잘 알 것이나 누구에게도 당신의 정체를 토설할 생각은 없습니다. 재상께도 반대로 말하여 당신을 무고하였지요. 전하께도 허언을 고할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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