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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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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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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55쪽 | 232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3447
ISBN10 892780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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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무언가를 견디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는 도처에서 중얼거리면서, 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문득 정신을 잃어보려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면 그래야 할 것이다. 그는 밥 먹는 것보다 더 자주 먼 곳에 닿아 서성이고, 여기 없는 소리들을 음악보다 더 생생히 듣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은 없음으로 존재하는 “당신” 또는 “사랑”의 기억에 연루되어 있지만, 사실 우리의 존재 곳곳에 이미 모르는 구멍들이 뚫려 있다. 그래서 어긋나고 부서지고 흩날리는 감각의 편린들이 시집 속에 가득하지만, 나는 “이번 세상과는 아무 관계도 나누지 않는” 운명에 무언가 관계를 걸어보려는 골똘한 몰두의 기록으로 이 시집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가도 가도 모르는 길 말고 우리에게 어떤 삶의 길이 있을 것인가. 그의 목소리는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사람이 제 몸에 새겨진 리듬을 따라 부르는 취한 노래를 닮았다. 조금은 늦게 도착한, 하지만 오래 벼린 출발 하나를 마음에 담게 되어 반갑고 기쁘다.
이영광(시인)
처음에는 ‘지상(地上)의 하루’라는 제목이 심심하게 들렸다. 그런데 시편들을 읽다 보니 그것이 유일하고 맞춤한 시집 타이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임곤택은 어젯밤에서 시작하여 오늘 새벽을 맞고 아침 오전 정오 하오 일몰 저녁 밤으로 흘러가 결국 내일에 이르는 상상적 과정을 일관된 서사 충동으로 그려낸다. 일상의 범용하고도 단조로운 되풀이 속에서 비루하고도 소중한 삶의 속성을 ‘하루’의 은유로 들려주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는 “아침이 다시/아침이 되는 일의 어려움”(「그대에게 닿는 허기」)을 말하는 시인의 아픈 고백이 번져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아침을 맞는 것으로 하루의 의무”(「시민의 의무」)를 다하려는 이 외로된 시인의 절제된 언어를 따라 하루를 동행함으로써 삶의 궁극적 긍정에 가닿는다. 이처럼 하루치의 희망과 고독으로 “한 생애를 약간 들어 올렸다고 믿는”(「이름을 바꾸다」) 그에게, 이제는 우리가 말해줄 수 있으리라. “괜찮다, 당신은/정말 그런 하루를 보냈다면”(「쉽게 보내는 하루」). 그 지상(至上)의 하루가 “굼실거리는 천만 개의 이야기”(「그동안 내내」)를 품은 채 묵묵하게, 살풋하게, 때로는 글썽이며, 시집 곳곳에서 느런히 펼쳐져간다.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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