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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원의 연인
eBook

설원의 연인

[ EPUB ]
정이원 | 가하 | 2012년 06월 2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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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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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3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1.6만자, 약 7.1만 단어, A4 약 136쪽?
ISBN13 978896647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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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정이원
겨우겨우 해치운 글: 『금지애』, 『인생미학』 등
징하게 잡고 있는 글: 『얼음에 마비되다』, 『마린(馬藺)』 등
완소 스포츠 선수: Ballack(축구), Delerue Brothers(보더크로스)
서식처: 정크파라다이스 http://junk.by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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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달리 하고 싶은 일이 생각이라도 나면 좋을 텐데. 어쨌든 멋지다. 적어도 자기 인생을 걸고 할 수 있는 걸 찾은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남보다 한발 앞선 거라고 생각해. 멋지다, 정말.”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브랜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브랜트는 갑자기 곤란한 표정이 되더니 손을 들어 미간을 문지르고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아까의 뻔뻔하리만치 직선적인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수줍은 청년의 모습이 되어 있다. 미은은 왠지 모르게 우스워져서 쿡, 하고 웃었다.
“칭찬에 약한 사람이네.”
“그렇게 대놓고 말하지 마.”
브랜트는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힐끗 노려봤지만 다시 눈을 피했다. 괜스레 즐거워진 미은은 혀를 날름 내민 다음,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 보였다.
“먼저 대놓고 말한 게 누구였는데 그래? 아아, 역시 농담이었…….”
말하고 있는데 갑자기 뺨에 손이 와 닿았다.
따스하고 촉촉한 감각…….
살짝, 아주 잠시 동안 입술이 겹친다. 미은은 깜짝 놀라서 자신에게서 막 떨어진 상대의 얼굴을 바라봤다. 방금 전의 난처한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남자의 얼굴은 평온하다 못해 느긋하게 돌아와 있었다.
“농담 아냐. 정말로 맘에 들었어.”
그렇게 장난스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면 전혀 신뢰가 안 가잖아!
“더 만날 일도 없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어?”
“어째서 더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브랜트가 여유 있게 미소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눈초리가 즐기는 듯 가늘어지는 걸 보며 미은은 한숨조차 쉬지 못했다. 속쌍꺼풀조차 없는 홑꺼풀의 눈은 그런데도 시원하고 강한 인상을 준다. 그런 만큼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갭이 커서 굉장히 복합적인 성격이란 느낌을 받았다.
“난 여기 잠깐 놀러 온 거야. 금방 한국에 돌아갈 거구…….”
“내 쪽에서 한국에 간다면?”
그가 얼굴을 바싹 가져다 댔다. 금방이라도 닿을 법한 거리.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가 없다.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입술끼리 이미 맞닿아 버린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그럴 일 없을 거야.”
어느 정도는 오기였다. 미은은 상대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만날 약속 같은 건 안 할 거니까.”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그걸 어떻게 알…….”
다시 입술이 와 닿았다. 피하려고 했지만 뺨이 큰 손에 싸인 채 단단히 붙들린 상태여서 그럴 수 없었다. 부드럽고 따스하고 아련한 감각이 몇 번이고 다가왔다 사라진다. 아주 살짝 닿을 뿐 더 이상은 다가오지 않는 상대에 대한 안타까움. 무심결에 더 다가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분명히 다시 만날걸!”
또 한 번, 그저 닿을 따름인 키스.
하아, 이게 벌써 몇 번째인 거야?
“어떻게 알아?”
“그냥 알아. 이래 봬도 그런 건 잘 맞힌다고.”
“그게 무슨……, 읍!”
이번엔 강하게 입술이 눌렸다. 미은이 그 강도에 놀라 몸을 뒤로 빼려는데, 그 리듬에 맞춰 입술을 뚫고 혀가 침입해 왔다. 완전히 굳어져 버린 그녀의 입속을 상대의 혀가 매끄럽게 헤집기 시작했다.
“으…….”
스스로 듣기에도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온다. 숨이 막혀 죽겠다고 생각한 순간, 입 안을 빠짐없이 한바탕 헤집어 만족한 상대가 그제야 입술을 뗐다.
머리가 아찔했다. 앉아 있는데도 상체가 비틀거린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우는 미은의 몸을 브랜트가 붙들어 주었다. 그 팔을 거부하듯 붙잡기는 했지만 그녀는 차마 밀어낼 수 없었다. 전신의 힘이 풀려 버린 것 같았다.
“술에 약하구나, 너.”
“음…….”
“다음엔 샴페인을 마시고 해 보자. Beer, 아니, 맥주는 맛이 별로야.”
뭐……? 고개를 들어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는 농담을 한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검고 맑은 눈동자에 비춰져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 참을 수 없이 부끄러우면서도 그 눈에서 시선을 뗄 수 없다. 미은은 묘하게 그런 자신에게 감동해 버렸다.
“내기해 볼까?”
브랜트가 희미하게, 그러나 맑게 웃었다.
“내기?”
“한국에서 우연히 만나면, 그땐 그쪽에서 내게 키스해 주는 거야.”
“기가 막혀…….”
미은은 겨우 상대로부터 시선을 떼고 한숨을 토해 냈다. 연달아 제멋대로인 말만 하는 이 남자가 참 별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상하게 불쾌하지 않다. 살짝 열린 차창 너머로 스며들어 귓가를 간질이는 서늘한 바람과 저편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기타 소리, 거기에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아찔하게 달아오른 술기운까지 합쳐져 기분이 썩 좋았다.
그래서 미은은 어느새 자신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은 상대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밤바람이 추워서 그런 거야. 스스로에게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그녀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남자의 어깨에 얌전히 몸을 내맡긴 그녀의 머리카락 위로, 연인들의 시선만큼이나 광채를 발하며 마지막까지 반짝임을 잃지 않은 별빛이 살포시 내려앉아 연하게 빛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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