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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2년 07월 04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32쪽 | 456g | 153*224*30mm |
| ISBN13 | 9788965190325 |
| ISBN10 | 8965190320 |
마지막 황후
박승현 저
|
북스(VOOXS)
|
2012년 07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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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승현
아동들을 위한 글을 주로 써왔던 작가입니다.
몇 해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조선의 마지막 국모 윤 황후’에 관한 기사를 읽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까지는 명성황후가 조선의 마지막 국모라고 당연시해 왔으니까요. 이 새로운 깨달음 자체가 신선해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종께서 승하하신 이후, ‘왕실의 명맥만은 이어 달라’는 소명을 이어받아 40년 동안이나 창덕궁 낙선재를 푸른 이끼처럼 지켰던 황후님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고 소설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쓰면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서서히 삶의 불꽃이 꺼져가는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한 사람의 삶이란 화려했든 초라했든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몇 해 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조선의 마지막 국모 윤 황후’에 관한 기사를 읽고 크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까지는 명성황후가 조선의 마지막 국모라고 당연시해 왔으니까요. 이 새로운 깨달음 자체가 신선해서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종께서 승하하신 이후, ‘왕실의 명맥만은 이어 달라’는 소명을 이어받아 40년 동안이나 창덕궁 낙선재를 푸른 이끼처럼 지켰던 황후님의 삶에 깊은 감동을 받고 소설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쓰면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도 했습니다. 서서히 삶의 불꽃이 꺼져가는 어머니를 곁에서 지켜보며 한 사람의 삶이란 화려했든 초라했든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이 책 한 권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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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전하!”
일본인 의사가 주사를 한 방 더 놓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왕의 눈에 초점이 사라진 것을 보고 증순은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안개 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왕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증순이 그 손을 강하게 잡으며 애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마음을 편히 하소서. 제가 여기 있습니다.”
“야…… 약속해 주실 수 있겠소……?”
“말씀만 하십시오. 무슨 약속이든 못 하겠나이까?”
“초, 초라한 나의 소명을 이어주시겠소? 이 비루하고 가여운 왕가를 보존해 주시겠소? 다른 무엇도 바라지 않으리다.”
“약속합니다. 약속합니다. 제 모두를 걸고 반드시 그리하겠노라 약속합니다, 전하.”
지아비의 손을 움켜잡고 맹세하는 증순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왕은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머, 머리를 아버님의 무덤이 보이는 쪽으로 돌려주시오.”
증순이 조심스럽게 왕의 머리를 홍릉이 있는 금곡 쪽으로 돌렸다.
“아아, 시원하다. 시원해. 정말 시원하다.”
왕이 웃옷을 풀어헤치고 크게 한 번 웃더니 이내 고요해졌다. 자신의 손안에 있는 왕의 손이 서서히 식어감을 느끼며 증순은 오열했다. 마치 견고했던 둑이 터져버린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오랜 세월 무슨 고집처럼 혹은 신념처럼 참아냈던 눈물이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뜨겁게 흘러내렸다.
“시원하십니까, 전하? 이제 눈을 부라리는 총독도, 세 치 혀로 위협하는 친일파도 없는 세상으로 가소서.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로운 창공으로 날아가소서. 훨훨 가소서.”
일본인 의사가 주사를 한 방 더 놓고 나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왕의 눈에 초점이 사라진 것을 보고 증순은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안개 속을 헤매는 사람처럼 왕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증순이 그 손을 강하게 잡으며 애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마음을 편히 하소서. 제가 여기 있습니다.”
“야…… 약속해 주실 수 있겠소……?”
“말씀만 하십시오. 무슨 약속이든 못 하겠나이까?”
“초, 초라한 나의 소명을 이어주시겠소? 이 비루하고 가여운 왕가를 보존해 주시겠소? 다른 무엇도 바라지 않으리다.”
“약속합니다. 약속합니다. 제 모두를 걸고 반드시 그리하겠노라 약속합니다, 전하.”
지아비의 손을 움켜잡고 맹세하는 증순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왕은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머, 머리를 아버님의 무덤이 보이는 쪽으로 돌려주시오.”
증순이 조심스럽게 왕의 머리를 홍릉이 있는 금곡 쪽으로 돌렸다.
“아아, 시원하다. 시원해. 정말 시원하다.”
왕이 웃옷을 풀어헤치고 크게 한 번 웃더니 이내 고요해졌다. 자신의 손안에 있는 왕의 손이 서서히 식어감을 느끼며 증순은 오열했다. 마치 견고했던 둑이 터져버린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오랜 세월 무슨 고집처럼 혹은 신념처럼 참아냈던 눈물이 지난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뜨겁게 흘러내렸다.
“시원하십니까, 전하? 이제 눈을 부라리는 총독도, 세 치 혀로 위협하는 친일파도 없는 세상으로 가소서.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로운 창공으로 날아가소서. 훨훨 가소서.”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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