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부모들이 진정으로 아이들과 공감하고 사랑으로 키워가기 위한 실천법
흔히 IQ로 대표되는 기억, 지각, 추리, 계산 등이 머리의 힘이라면, 공감, 소통, 이해, 감정표현과 관계대처능력 등은 ‘마음의 힘’인 정서지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표현하고 조절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공하며, 건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연구 결과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서지능은 아동들과 청소년들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십대들 가운데에는 정서적으로 고갈된 아이들이 많습니다. 생기발랄하고 즐거워야 할 나이에 가장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짜증나!”입니다. 그것은 아이들만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가정, 교육, 사회 등 총체적인 환경의 문제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공부와 경쟁 등 온갖 스트레스에 억눌려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채워질 기회나 경험이 부족합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감정코칭을 통해 그런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채워줄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 [3장 21세기 생존력, 정서지능을 높이는 감정코칭] 중에서
생각, 판단, 계획, 충동 조절, 감정 조절 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사춘기에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확장공사를 겪습니다. 집에 비유하자면 20평 아파트를 100평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확장공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4학년 때까지 가완성된 전두엽으로도 학교와 집을 오가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성인이 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복잡다단한 일들을 다면적으로 처리하려면 20평짜리 집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청소년기 내내 전두엽의 확장공사가 이루어져서, 여자는 스물네 살쯤, 남자는 서른 살쯤 돼야 완성됩니다.
사춘기에는 공사 중인 집처럼 머릿속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태가 정상입니다. 확장공사를 하면서 뇌세포의 연결망이 과잉 생산되고,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이 굉장히 많이, 빠른 속도로 일어납니다. 연결망이 과잉 생산되면서 회질은 일 년에 두 배나 증가하고, 뉴런과 연결되는 시냅스가 너무 많아서 다면적인 사고를 잘 못합니다.
― [4장 사춘기는 감정 기복이 심한 게 정상이다] 중에서
축소전환형 양육자 : 아이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른다
축소전환형 교사·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엄마는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안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의아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슬픔이나 분노 같은 감정은 믿을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억압형 양육자 : 아이가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억압형 교사·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떤 감정은 좋은 감정이고 어떤 감정은 나쁜 감정이라고 배웁니다. 그래서 슬프거나 화가 나는 등 ‘나쁜’ 감정을 느끼면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방관형 양육자 : 아이가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방관형 교사·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은 어떤 것이든 괜찮다고 느끼고 받아들입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강한 감정을 느낄 때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고 배우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감정코칭형 양육자 : 아이가 감정과 행동을 구분할 줄 안다
감정코칭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감정은 소중하고 믿을 만한 것이라고 배우며 자랍니다. 내 감정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감정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감정을 잘 알고 느낍니다.
― [8장 아이의 행동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중에서
감정코칭형 양육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초감정을 알아야 합니다. 초감정(meta-emotion)이란 간단히 말하면 ‘감정에 대한 감정’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아이가 슬퍼서 울고 있다면 그것은 ‘슬픔’이라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봤을 때 아이의 감정(슬픔)에 대한 부모의 감정은 초감정입니다.
부모는 화가 날 수도 있고, 속상할 수도 있고, 남 앞에서 아이를 울린다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를 충분히 돌봐주거나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는 게 속상하거나 후회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울고 있는 아이의 감정에 대해 부모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을 ‘초감정’이라고 합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래서 부모가 화가 조금 났습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 보니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얘는 왜 비싼 것만 사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아이가 사달라는 것을 사주지 못하니 수입이 변변치 못한 남편에게 원망을 느낄 수도 있죠. ‘우리 부모님은 왜 나에게 감정코칭을 안 해줘서 감정적 상황에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고요. 아니면 화를 내고 야단친 것에 대해 미안하거나 후회가 될 수도 있죠.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대한 감정 역시 초감정입니다.
― [9장 아이를 대할 때 내 감정의 뿌리를 보라] 중에서
아이가 강한 감정을 보일수록 감정코칭을 하기에는 더 좋은 기회입니다. 키우던 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성적이 안 좋게 나왔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할 때는 강한 감정이 들겠죠. 어른들은 ‘그게 뭐 대수라고’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겪는 충격적인 일이자 처음 느끼는 강한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강한 감정을 느낄 때일수록 부모나 교사 입장에서는 초감정이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하게 반응할 수 있죠. 하지만 아이가 강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서 어른이 “너 지금 왜 그래?” “조용히 하지 못해!” “어디 그렇게 해봐!” 하는 식으로 격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느끼면서 도피나 공격 반응을 더 심하게 보일 것입니다.
이때 감정코칭을 해주면 감정을 좀더 천천히 이해하고 처리하는 전두엽을 가동시킬 수 있습니다. 어른이 부드럽고 침착하게 반응하여 아이가 안전감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고 이해받는다고 느끼면 안심이 되면서 좀더 여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 [14장 감정코칭 2단계 : 강한 감정을 표현할수록 좋은 기회다] 중에서
감정코칭이라고 해서 어느 상황에서나 무조건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에 쫓길 때나 관객이 있을 때는 감정코칭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수업과 상담, 각종 보고서 등으로 여유가 없을 때 무리하게 감정코칭을 시도했다가 학생이 막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데 “아, 내가 지금 좀 바빠서…… 이제 그만하자” 하면 안 됩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는 감정코칭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학생이 강한 감정을 보인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대화를 시도한다면, 학생도 선생님도 교실에 있는 다른 학생들을 의식하게 됩니다.
교사와 부모의 감정이 격할 때,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안 좋을 때도 감정코칭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자신의 감정도 다스리기 어려울 때는 자신의 감정에 압도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감정코칭을 해줄 여력이 안 되죠. 그럴 때는 자기진정을 먼저 해야 합니다. 자기진정을 해서 긍정적인 마음 또는 최소한 감정적 중립상태가 된 다음 감정코칭을 해야 합니다. 또한 부모나 교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는 감정코칭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을 하고 나서 기분이 굉장히 안 좋을 경우에는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 [19장 감정코칭을 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중에서
감정코칭은 다섯 단계를 거치는 ‘과정’입니다. 과정에는 시작(출발점)과 끝(목적지)이 있습니다. 감정코칭의 끝은 아이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바람직한 행동입니다. 끝까지 잘 가기 위해서는 먼저 출발점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바로 아이의 환경을 아는 것입니다.
감정코칭을 할 때는 3단계와 4단계를 간단하게 거쳐서 5단계로 가서는 안 됩니다. 3, 4단계를 수차례 되풀이하면서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어 아이가 말을 하도록 이끌어주고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사정을 듣고 진심으로 이해가 되어야 비로소 5단계로 진입하여 아이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바람직한 행동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 아이가 처한 환경을 아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과 행동은 상당 부분 아이의 환경(특히 가정환경)의 결과이기 때문이지요.
예전에는 가정환경이라고 하면 주로 부잣집인지 가난한 집인지를 생각했습니다. 텔레비전이 있느냐 없느냐, 냉장고가 있느냐 없느냐 등으로 가정환경 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과거에는 주로 경제적 수준으로 환경에 차이가 나타났다면, 요즘은 다릅니다. 정서적으로 풍요로운지 빈곤한지에 따라 가정환경이 많이 달라집니다. 부부가 얼마나 화목하게 지내느냐, 얼마나 갈등하고 서로 미워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정서상태가 달라집니다.
― [22장 아이의 가정환경을 보라] 중에서
ADHD, 폭력, 집단따돌림…… ‘문제’에만 집중하면 역효과를 일으키거나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행동’에 자꾸 초점을 두면 더 강한 부정적인 ‘감정’들이 나옵니다. 악순환에 들어가게 되죠.
학습부진아를 대할 때도 문제에만 초점을 두면 악순환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려워집니다. 흔히들 학습부진아를 대할 때는 감정코칭이 아니라 학습코칭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대다수는 학창시절에 우등생이었기에 열등생의 정서와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지극히 인지적인 활동인 공부를 못하는 학생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간들 성적이 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잘 못하는 아이들은 단지 학습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때문이든, 애착손상이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든, 정보를 흡수하고 처리하고 기억하는 뇌의 회로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선생님들은 먼저 학습부진의 다양한 이유를 알고,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28장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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