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올림픽 성화를 붙이기에 앞서서 비둘기를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많은 비둘기가 성화대 테두리에 앉았다가 성화가 점화되었을 때 그만 불에 타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제 비둘기는 성화를 붙인 후에 날린다.---p.15
육상이라는 활동의 기원을 살피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경보는 올림픽 종목인데, 현재 인류의 조상은 400만 년 전부터 이걸 했다고 알려져 있다. 창던지기 얘기를 해보자면, 심지어 야생 침팬지도 작살을 쓴다고 한다.---p.37
참으로 안타깝게도 제자리멀리뛰기는 1912년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 그리하여 ‘인간 개구리’ 레이 어리 같은 기인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그는 1900년부터 1908년까지 올림픽 3회 연속 제자리멀리뛰기 금메달을 싹쓸이한 선수였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성공은 어린 시절에 앓은 소아마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린 어리는 휠체어에서 벗어나려고 운동을 하면서 다리를 어찌나 강하게 키웠는지, 뒤로 뛰어도 2미터 70센티미터 이상은 날아갈 정도였다.---p.56
그리스 팬들에게는 스피리돈 루이스가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기쁨에 젖은 7만 명가량의 그리스 구경꾼들이 그리스 왕자 2명과 마지막 바퀴를 돌던 24살짜리 샘물 배달꾼에게 환호를 보냈다.---p.64
바로셀로나에서는 더없이 감동적인 일화가 있었다. 일은 남자 300미터 준결승전인 150미터 무렵에 시작되었다. 우승 후보였던 영국의 데릭 레드몬드가 오른쪽 햄스트링 파열을 느낀 순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무너졌다. 그의 아버지 짐이 관중석에서 달려 내려와 아파서 절뚝거리는 아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 “우린 네 선수생활을 함께 시작했다. 이 경기도 함께 마칠 거야.” 둘이 절뚝거리며 결승선으로 가는 동안에 6만 5000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p.75
카누와 카약 선수들은 둘을 헛갈려하 고 뒤바꾸어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저리를 낸다. 카누는 노깃이 한쪽에만 달린 노를 사람이 한 무릎을 갑판 바닥에 꿇고 저어 나아간다. 카약은 노깃이 양쪽에 달려 있고 자리에 앉아서 젓는다.---p.124
대부분의 다른 스포츠들과 마찬가지로 사이클도 올림픽 초창기 시절에 좀 별나고 ‘신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1896년 아테네에서 언제 끝날까 싶은 300킬로미터 트랙 경주에서 금메달을 딴 프랑스의 레옹 플라멩은 중간에 레이스를 멈추고 장비 결함 문제를 겪고 있던 상대 그리스 선수를 기다려주었다.---p.140
2004년 올림픽 사격은 최초의 중신을 섰다. 10미터 공기소총에서 동메달을 딴 카테리나 쿠르코바와 미국인 사격수 매슈 에먼스 사이에 로맨틱한 감정이 싹튼 것이다. 에먼스는 이 올림픽에서 아주 애석한 사연의 주인공이 된 터였다. 남자 50미터 소총 3자세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던 그는 마지막 발을 불스아이에 명중 시켰다. 하지만 사격 레인을 넘어 상대 선수의 표적에 맞힌 것이었다. 에먼스는 0점을 받았고, 메달을 잃었다.---p.281
조니 위에스뮬러는 1924년과 1928년 수영 금메달리스트로, 1932년에 타잔을 연기하고 1948년까지 계속 타잔 역할을 맡았다. 그가 연기한 타잔은 다이빙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저 유명한 “아아아아아~” 포효 소리도 발명해서 독특한 개성을 부여했다.---p.297
손발이 오글거리는 느끼한 미학과 주관적 채점에 의존한다는 점에 조롱이 쏟아지는 종목이기는 하지만, 둘 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무자비하게 지난한 경쟁을 벌이는 종목이며, 어마어마한 힘과 민첩함, 완벽한 타이밍과 거대한 허파가 필요한 운동이다.---p.304
태권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무술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무술이다. 생긴 지가 60년이 채 되지 않는데도 6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사람들이 이미 태권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인 척노리스와 〈뱀파이어 해결사〉의 주인공 사라 미셸 갤로도 여기에 포함된다. 둘 다 검은 띠를 찼다.---p.326
테니스의 득점 시스템은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천재이자 미치광이가 만들었음에 분명하다. 룰에 이렇다 할 논리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시합이 긴장감을 유지하고 균형을 똑바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고안되어 있다.---p.340
배구는 실내 배구와 비치발리볼로 나뉜다. 한 팀이 6명이던 실내 판은 배불뚝이 매사추세츠 주 그리스교도 사업가들을 위한 건전한 스포츠 오락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영예로운 아마추어리즘을 만끽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치발리볼은 향락적이고 현란하고 아크로바틱한 변종 배구로,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해변에서 태어났다.---p.354
올림픽 역사상 가장 심각한 주먹다짐이 1956년 헝가리와 소련 사이에 벌어진 준결승점에서 터졌다. 하지만 이 사건에 견줄 만한 사건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00년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헝가리 사이의 쓰라린 재대전이 벌어졌고, 뒤늦게 올림픽 데뷔한 여자 수구도 수영복 벗기기, 주먹질 하기 등 온갖 구경거리를 제공하면서 남자들만 난투극의 전매특허를 낸 것만은 아님을 보여주었다.---p.370
일부 역도 선수들은 경기대에 올라가면서 매우 유별난 행동을 보인다. 멕시코 올림픽 밴텀급에서 금메달을 딴 이란 선수 쿠르드 모하마드 나시리는 30초는 기도하는 데 쓰고, 바를 집으며 “야 알리!”라고 외쳤다. 1984년 올림픽 밴텀급에서 4위를 차지했던 일본의 이치바 다카시는 경기를 하러 나올 때마다 뒤로 공중제비를 한 번 넘었다.---p.380
1920년 이후 줄다리기가 빠졌다. 올림픽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시합 가운데 하나를 앗아가버린 것이다.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 혹은 동독과 서독, 혹은 북한과 남한의 긴장감을 상상해보라. 이제까지도 그랬고, IOC가 이 스포츠를 다시 들여올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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