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미(美)는 대중적인 것이다. 쉬운 것이며, 쉬운 것 속에 모든 심오한 이념과 사상이 압축되고 육신화(肉身化)한 것이 미의 극치다. ---p.14, 「참된 아름다움은 대중적인 것이다」 중에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것은 침묵에 반대되는 것이며, 자유로운 말을 뜻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감춰진 진실이 가차없이 폭로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나는 진리가, 그리고 오로지 진리만이 인간을 해방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폭로된 진실이 억압자들의 주술에 걸려 침묵의 문화 속에서 얽매여 있던 민중의 의식을 뒤흔들어 해방하고 그들을 자유로운 비판 정신의 폭풍이 휘몰아치는 광야로 인도할 때에야말로 민중의 날이 올 것이다. ---pp. 63~64, 「양심선언」 중에서
시인이라는 것은 본래부터 가난한 이웃들의 저주받은 생(生)의 한복판에 서서 그들과 똑같이 고통 받고 신음하며 또 그것을 표현하고, 그 고통과 신음의 원인들을 찾아 방황하고, 그 고통을 없애며 미래의 축복받은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고, 그 꿈의 열매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선사함으로써 가난한 이웃들을 희망과 결합시켜 주는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참된 시인을 민중의 꽃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p.85, 「나는 무죄이다」 중에서
나는 이 나라가 허리가 동강 나고 가난하고 초라하기 때문에 더욱더 사랑하고, 그러기에 내가 이 나라 국민임을 짙은 열정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곳밖에는 살 데가 없습니다. 내가 쓰는 시도 모국어로밖에는 표현될 수 없는 예술 장르입니다. 나의 모든 상상력과 아름다운 언어의 영상들과 창조적인 생각들의 모든 오묘한 색깔들이 태어난 고장도 바로 이 땅이올시다. 내 태(胎)가 묻힌 곳입니다. 나는 가장 짙은 어둠 속에 비치는 빛이 가장 강렬하다는 것을 나의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p.87, 「나는 무죄이다」 중에서
우리 민중의 참된 자유와 민주, 평등과 화해, 민중 주체에 의한 민족통일과 제3세계 중심의 새로운 세계 문화 및 새로운 세계 문명 건설, 그리고 나아가 전 우주 생명의 보편적인 평화와 친교 및 화해의 성취 등은 모두 다 생명운동 안에 수렴되어야 하며 이 천해 빠진 생명, 짓밟히고 파괴되고 죽임당하는 인간 생명, 민중 생명의 사회적 성화, 즉 인내천 운동으로부터 출발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p.138, 「인간의 사회적 성화」 중에서
저자의 말
이 책, 《남조선 뱃노래》(당시엔 《남녘땅 뱃노래》)가 출간된 것이 벌써 20여 년 전이다. 20여 년 전의 옛 책을 다시 붙들고 있자니 감회가 기묘하다. 우선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제목이다. 나의 첫 제목은 지금과 같은 ‘남조선(南朝鮮)’이었는데 주변의 여러 친구들이 자꾸 말려서 ‘남녘땅’으로 바꾼 것이다.
왜? 내가 긴 감옥살이에서 막 출옥한 뒤였고 또 세상이 아직도 ‘남조선’이란 말에 익숙하지 않을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바로 그놈의 ‘남조선’이란 말 한마디 시방 막 세계적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아닌가! 내가 ‘간태합덕(艮兌合德)’이라는 정역(正易)의 한 화두(한미 연합을 뜻함)를 가지고 워싱턴 강연차 그곳에 갔을 때 한 전직 주한 특파 기자였던 지식인이 가라사대, “미국인은 한국이 지구의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는 모른다”고 하던 그 말 한마디가 아직도 내 뇌리에 마치 더러운 똥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는 판에 ‘남조선’이라! ‘South Korea’라!
나의 대학 선배인 김준길 선생이 필리핀의 마닐라 대학에서 쓴 한 논문 「South Korea」가 뉴욕에서 큰 상을 받았다. 이 서문과 함께 그 수상소감을 번역해서 끝에 싣는다.
그 선배 왈, “그 글의 시작은 바로 자네의 책 《남녘땅 뱃노래》야!”
이렇게 되었다.
김치, 비빔밥, ‘K-pop’ 때문인가? 아마도 월가의 금융쇼크 이후 세계문명의 중심이 서쪽(대서양)에서 동쪽(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음 때문인가? 더군다나 바로 지금 이 ‘개벽’의 때에, 이 ‘화엄’과 동서 융합, 그리고 ‘네오-르네상스’의 한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는 바로 이때에……?
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의 아내가 유일하게 평가하는 책이 바로 이 《남조선 뱃노래》다.
기이하고 기이하다. 20여 년이 지난 뒤에 다시 붙들고 있자니 아무래도 기이하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거의 다 그대로 두고 지나간다. 그쪽이 훨씬 편해서다.
편한 것!
그것이 바로 ‘South Korea’ 아니던가!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