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이 입맛을 쩝, 다셨다. 용준은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 일사천리로 진척된 다니엘과의 관계나 에릭의 경매 회사와 베르나르까지 낀 비즈니스의 실태를. 어쩌면 다니엘도 에릭도 베르나르도 서로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모를 것이다. 유미의 청사진에서 그들은 다만 큰 점일 뿐이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연결하면 유미가 원하는 별자리가 된다. “그런데 쌤은 어떻게 그렇게 능력이 좋으세요? 다니엘 화랑에서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주니 말이죠.” “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한 거지, 뭐. 다 윈윈 하는 게 좋지.” 용준이 목소리를 낮췄다. “맞아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뭐, 윤조미술관도 비자금 조성하니까 좋고.” “내가 부탁한 모든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그 영수증 사본 잘 챙겨 놔.” “쌤이 하란 대로 하고 있어요.” 유미는 윤 회장이 자신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다 카피를 떠 놓는 철저한 인간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했다.---pp.88~89
“입 다물고 있어! 너도 오늘 제삿날이야.” 조두식이 피범벅된 침을 내뱉으며 호리호리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가 말했다. “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지. 저년을 처치하면 너도 이제 가치가 없지. 재활용도 안 되고 말이야.” 조두식이 이를 갈았다. “윤규섭! 이 악마 같은 놈!” “야, 저 새끼 좀 조용히 시켜.” 그러자 덩치 큰 남자가 조두식의 입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피를 뿜던 조두식은 술에 곯아떨어진 사람처럼 힘없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두 남자가 이번에는 유미에게 돌아섰다. 유미는 저도 모르게 목구멍에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냈다. 호리호리한 남자가 빙글빙글 웃으며 유미에게 다가왔다. “바로 처리하긴 아까운데?” 유미가 겨우 비명을 지르자 남자가 유미의 턱을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며 윽박질렀다. “조용히 못 해! 입에다 뭘 물려 줄까?” 남자가 느물거리며 바지 지퍼를 내리자 유미가 그를 향해 침을 뱉었다. 그러자 그가 유미의 뺨을 때리며 식탁 위에 있던 수건을 유미 입에 물리고 테이프로 봉했다. 그리고 헝겊으로 눈을 가렸다. 누군가 유미의 목에 칼을 댔다. 섬뜩하고 날카로운 촉감이 목에 선연하게 느껴졌다. 유미의 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