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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다시, 당신에게로

길은 다시, 당신에게로

오철만 | 황도 | 2019년 05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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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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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58g | 128*188*30mm
ISBN13 9791196585204
ISBN10 119658520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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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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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을 물들이지 못해 애태우던 시간을 뒤로하고 나이를 따라 익어가며 주변에 물드는 일, 그렇게 자발적으로 마음을 휘는 일처럼 아름다운 일이 있을까.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스스로 휘어지지 못한다는 말은 내게 온통 거짓말로 들린다.
--- 「거짓말」

* 그는 한 그릇의 우동이 희망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성을 기울여 먹었다. 우선 고개를 숙이고 지그시 바라보았다. 퉁퉁 불어버린 우동이 다 식지나 않을까, 나는 신경이 쓰였다. 다음엔 아주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가져간 후 우동 그릇을 가볍게 두 번 치고 나서 느리게 면을 집었다. 소중한 자식의 뺨을 어루만지듯 정성을 다해 그릇의 표면을 이리저리 쓰다듬기도 했다.
--- 「‘우동 한그릇’ 중에서」

* 말라버린 니란자 강을 막 건넜을 때였다. 누워 있던 사내가 일어서더니 꼼짝하지 않았다. 왜 그러고 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나도 가만 서 있었다. 우리 둘 사이의 거리는 소리를 질러야 겨우 닿을 만큼 멀었고, 정오의 햇볕은 따갑다 못해 아프기까지 했다. 아주 깊고 고요한 시간이 뭉글뭉글 흘러서 현기증이 났다. 마침내 검은 물소가 고개를 돌렸으므로 나는 야자수처럼 꼿꼿하게 선 사내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셔터를 눌렀다. 낯선 교감은 희열이었다.

* 가장 평범하고 단순한 형태를 찾아서 조금 떨어져 머물렀다. 최소한의 장식이나 변형된 오랜 기억을 걷어내면 무엇인가 맑은 것, 나도 알지 못하는 것이 모습을 드러내리라. 애써 담으려고 하지 않을 때 나를 잊고 하나 되어 춤추려 할 때 순수는 내게로 흘러들 것이었다.

* 두려움과 용기가 시소를 타는 지루한 날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결전의 날이 왔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에는 아침부터 꾸물꾸물 비까지 내려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 차 안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엄마는 공항이 보인다는 말에 갑자기 돌변했다. 마법이었다. 무더운 여름날, 별안간 내린 소나기로 기온이 뚝 떨어진 것처럼 몸에 소름이 돋았다. 시계의 분침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불안으로 널을 뛰던 아낙에서 냉정하고 의연한 전사로 변해갔다. 의외의 모습에 나의 걱정도 순식간에 5할 이상 쑥 내려갔다. 답답하던 속이 그제야 풀렸다.
--- 「‘너희들은 몰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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