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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무주에 어디 볼 데가 있습니까?

정원선 | 해토 | 2019년 06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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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0g | 135*200*20mm
ISBN13 9788990978387
ISBN10 8990978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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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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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무주에서, 특히 지전마을에서 일종의 가로수, 또는 미학적 역할을 담당한다. 손주 낳은 딸내미 주려고 올해도 곶감을 내건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했다. 유황 처리 안 하면 시커멓게 되는데 실은 그런 게 몸에도 좋고 맛도 더 나은 진짜 곶감이거든. 근데 거무죽죽한 곶감은 아무도 집어들질 않아. 팔려고 독성 있는 유황연기를 씌우자니 죄짓는 것 같어. 학생은 꼭 알아둬. 자연산은 예쁘지 않아. 그럴 리가 없잖여.
--- p.15~16

셈을 치르고 식당을 나설 때 엇갈리며 들어오는 장년의 사내가 양팔과 얼굴이 하도 검붉어 슬쩍 넘겨다봤다. 그는 양파자루 하나를 계산대 밑에 내려놓고는 선물이여, 담에 올께, 하고는 도로 나가버렸다. 나와는 반대쪽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지는 그를 뒤늦게 쫓아나온 사장님은 어느새 잘 보이지도 않게 된 남자의 등 뒤에 대고 뭐라뭐라 소리쳤는데 똑똑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한 그릇 먹고 가지 그냥 가냐 같은 정겨운 투정인 듯 했다.
벌써 한참 전에 그는 사라졌을 텐데, 사장님은 후다닥 뛰쳐나온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그 자리에 붙어 서 있다. 그 뒷모습에서 이상하게도 눈을 떼기 어려웠다. 당신의 모양새가 딱 어복식당 같아서.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러나 실은 아무데도 없는 진짜배기 시골 밥집, 낡고 허술하나 더없이 순순한 길모퉁이 작은 식당. 무주읍 당산리 남대천변 어복식당.
--- p.26~27

평소처럼 주민자치센터(=면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왔던 부남면 주민들은 새롭게 솟아오른 건물 앞에서 기겁한 채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게 뭣이여. 무슨 일이여. 웅성거림은 잠잠해질 줄 모르고 구석구석 퍼져갔다.
그들은 보았다. 면사무소(=주민자치센터) 마당에 천문대가 서 있는 것을. 그 천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면사무소와 기존의 보건소 건물이 다리로 연결되었으며, 보건소 건물 한켠에는 이웃한 안성면처럼 목욕탕이 지어져 있다는 것도. 그나저나 뜬금없이 돋아난 천문대를 두고 주민들은 마주칠 때마다 입을 모았다. 2002년은 월드컵 4강 진출로 한반도 이남이 온통 시끌벅적했지만 부남면만큼은 화제의 중심이 단연 천문대였다. 우려, 기대, 놀람, 당혹……. 아이나 어른이나 노인이나 젊은이나 복잡한 감회를 숨기지 못했다.
--- p.32

이곳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야말로 유명인이다. 이름까진 외질 못 해도 그녀가 일하는 장소와 취급하는 상품을 대면 하나같이, 아! 하는 감탄사를 뱉어낸다. 뜨내기라면 모를까, 군민이라면 그녀와 함께한 추억이 최소한 하나씩은 있다. 그러니까, 임정애씨는 일종의 사회복지사다. 그녀가 하는 일이란 이웃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그녀의 무대는 오일장이다. 시골에서 장터는 생활의 중심지, 시쳇말로 ‘인싸(인사이더 Insider, 무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류)’의 공간이다. 그런데, 임정애씨를 뻬고는 오일장을 논할 수가 없으니 그녀는 ‘인싸 중 인싸’, 즉 ‘핵核인싸’ 인 셈이다. 그녀 없는 무주 시장 이야기는 겉만 빤지르르한 구라, 뻔한 비유로 앙꼬 없는 찐빵이요, 꿀물 없는 호떡이다. 그러나 임정애 할머니를 논할 때 앞에 쓴 뻔한 비유는 그저 뻔하지만은 않아진다. 그녀의 본업이 호떡과 찐빵을 만들어 파는 일이니까.
--- p.55~56

그러다가 만났어예. 혼산객. 들어봤심니꺼? 혼자 오는 등산객을 기카드라꼬요. 저야 딱 혼산객이지예. 그 여자도 그랬심더. 우짜다 안성에서 동업령까지 같이 걷게 됐니더. 비슷한 연배였어예. 혼자 왔다 카는데, 오다가 물병을 떨어뜨랬능가 물 한 모금만 노놔달라 카더라고예. 어럽겠습니꺼. 안성장에서 싸온 오디도 좀 나눠줬니더. 제가 이렇게 말을 더듬고 하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더라꼬예. 그게 고마웠니더. 무주읍내서 식당일 하는데 쉬는 날이라고 혼자 놀러왔다 하대예. 그쪽도 말이 시원찮아서 물어보이 조선족이라 카고요. 눈 한 쪽이 좀 이상했어예. 왼쪽만 멀쩡하고 오른쪽은 거의 안 보인다 캤습니더. 그게 뭔가 서로 편안했던 것 같애예. 그런 게 있습니더. 나중에 보이 걔도 홀어머니가 키웠더라꼬요. 지는 아부지 밑에서 자랐거든예. 처지가 비슷하이 남 같지가 않았어예. 헤, 작가 선생님은 그런 거 잘 모르실 겁니더.
--- p.82~83

이 축제의 가장 중요한 일들은 모두 밤에 벌어진다. 당신이 관광객이라면 저녁만 먹고 훌쩍 떠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캄캄해지면 남대천 한가운데에서는 두문마을 주민들이 펼치는 낙화놀이 불꽃축제가 타닥이며 수면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가족들 소망을 담아낸 풍등이 한 점 한 점 솟아올라 막 태어난 별들처럼 여름밤을 밝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행사는 공무원 정재훈씨가 낮에 들렀던 산야에서 시작된다. 사전 신청을 받고 모여든 만 여 명의 어린아이 포함 가족들을 대절 버스에 싣고 한밤중 불빛없는 도로를 달려 호젓한 마을 뒷산에 부려놓는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가로등 하나 없는 냇가로 한참을 걸어들어가면 좌우로 늘어선 숲속에 푸른 빛들이 명멸하며 움직인다.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빛들은 더 많아지고 더 자주 더 길게 깜빡인다. 그때쯤이면 숲은 사람들이 내뱉는 탄성으로 가득해진다.
--- p.115~116

2013년, 무주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겠다고 산골영화제 집행위원회와 무주군청이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다. 영화를 좀 안다던 외지인이나 관계자들은 꿈도 크다며 비아냥거렸고, 대다수 무주군민들까지 의아해하면서며 진위를 의심했을 정도다. 사정을 알고 보면 그런 반응이 이상하지 않은 게, 무주에서 마지막으로 영화가 상영됐던 때가 무려 36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름도 고색창연한 ‘무주 문화 극장’이 폐관한 1977년 이래, 무주에는 영화관이 없었고 그리하여 주민들은 한 세대가 지나도록 영화와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다.
--- p.143

영화제가 열리는 6월 초순은 서울에서는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하지만, 무주에서는 밤이면 최저기온이 10도 내외로 떨어져 패딩점퍼가 필요한 초봄에 가깝다. 그러니까, 무주는 서울이나 부산, 대구나 광주와도 조금 다른 낯선 세계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당신에게 영화를 보여주기보다 초록으로 가득한 본연의 세계를 일깨워주는 일종의 증강현실이기도 하다.
--- p.147

무엇보다 서창마을을 통해 적상산에 오르는 즐거움은, 이 경로가 인간의 마을을 지나 가파른 벼랑길을 넘어 신의 땅(山)에 이르는 전형적인 단계를 밟아야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는 서창마을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날카롭게 우뚝 선 적상산의 호연한 풍광을 아울러 즐길 수 있는 까닭만은 아니다. 편의점은커녕 슈퍼 하나 없는 작은 동네 서창은 이웃끼리 깊이 어울리면서 사소한 불편을 나눔과 사귐으로 극복했는데, 이는 서창에만 국한되지 않는 두메산골의 습성이며 생존양식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서창과 내창, 치목마을은 물론 안국사까지도 도시와는 다르게 깊이 열려 있고 또 넓게 관계맺고 있는데, 때로 그런 풍경은 애초에 자연(혹은 신神)이 생명에게 부여한 자유이자 의무처럼 보인다. 우리는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 p.183

라제통문에서 월현마을까지 벚꽃터널 하늘하늘할 적에 주민들은 조촐한 축제를 연다. 뭐 사실, 축제라고 까지 할 정도는 아니고, 천막 몇 개를 세워 오다가다 먹을 수 있는 지역 먹거리를 내놓는다. 나물 말린 것도 팔고, 부침개도 팔며, 아침에 따온 첫 과일들도 말갛게 씻어 건넨다. 고개를 갸웃할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약사다. 천막은 노천약국이고, 앞서 말한 늦된 이들에게 당신들은 순봄을 판다. 몇 십 년 씩 계절을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자연어로 쓰여진 처방전을 발급하고, 한 번 데쳐서 먹으면 최고여!, 투약시 주의사항을 지시하기도 한다. 술은 조금만 잡숴~ , 때로는 아로마테라피 요법도 쓴다. 막 따와서 냄새가 달콤하니까 함 맡아봐. 여러 번 환자를 데려와 봤는데 부작용도 없고 반응도 열광적이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자신이 완치된 걸 감추고는 계속 데려가 달라는 파렴치한 X들도 있다.
--- p.195~198

내도리는 삼성의 故 이병철 회장이 원래 에버랜드를 지으려 했던 자리였다는 얘기가 있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접고 지금의 용인에 놀이공원을 만들게 되었다고. 산으로 둘러싼 분지에 금강이 휘감아 도는 조건까지 놀이공원 입지로는 완벽에 가까웠겠다 싶지만 무산된 덕분에 내도리는 때묻지 않은 강마을의 원형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계절따라 곱게 아롱지는 섬마을의 순간은 인공의 테마파크 따위가 감히 꿈꿀 수 없는 지고의 풍경이기도 하다.
--- p.213

이 작은 마을은 극심한 변화(근대화), 돈의 유혹(기업도시 건설), 자본의 위협(골프장 매립)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어내면서도 고유의 가치들을 훼손하지 않고 끝내 고수했다. 이제 그 어르신들도 늙어간다. 학교도 사라지고, 아이들 울음소리도 줄어만 가는 산골마을은 자꾸만 외롭고 고요해지는데, 우리는 어떻게 당신들이 지켜낸 가치들을 간직하고 보듬어 다시 전해줄 수 있을까. 낙화놀이의 곱다란 불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꽃 씨앗을 한 줌 씩 안겨 저마다 마당에 심으시라고 강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 p.225~226

본인의 삶이 그리 순탄치 못하리라고 일찌감치 예감했던 것 같다. 혹은 체념했거나. 그의 본명은 식埴. 그러나 서른 즈음에 스스로 이름을 고쳐 북北이라 했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구석이며, 삭풍이 밀려드는 방향이기도 하다. 나중엔 그 이름마저도 다시 쪼개 칠칠七七이로 삼았다. 칠칠이, 칠칠맞은 놈. 자신을 멸칭으로 불러달라는 이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다. 애초부터 그는 세상과 등지고 돌아앉았던 거다. 기록과 서화에 남긴 다른 이름도 하나같이 그러하다. 본명 대신 부른 이름은 성스러운 그릇이란 원뜻과는 거리가 먼 ‘성기聖器’였고, 아랫사람을 하대할 때 쓰거나 국부를 에둘러 지칭하는 대명사에 접미사 재齋를 붙여 ‘거기재居基齋’를 쓰기도 했다. 말장난과 자기 비하는 최북의 삶을 아우르는 특징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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