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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을 기다리며

작년을 기다리며

[ 양장 ] 필립 K. 딕 걸작선-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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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1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72g | 148*210*30mm
ISBN13 9788993094404
ISBN10 899309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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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환상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 최초의 음유시인이 먼 옛날에 일어났던 전쟁에 관한 서사시를 처음으로 읊었을 때, 환상이 우리 세계로 파고들어왔다. [일리아드]는 건물 포치에서 우표를 교환하는 로번트 어린애들과 마찬가지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를 잊지 않고 그것에 현실성을 부여하려고 애써왔다. 그런 행위 자체는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과거 없이는 연속성 또한 없고, 지금 이 순간밖에는 남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가 없으면 순간-현재-은 거의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p.54

애당초 인간의 삶 자체가 은총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개중에는 그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많다. 지노 몰리나리에게 삶은 악몽이었다. 이 사내는 병들었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혀 성공할 가망이 없는 엄청난 노역을 짊어지고 있다. 동포인 지구인들의 신뢰를 전혀 못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릴리스타인들의 존경이나 신뢰나 예찬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더하여 아내의 돌연하고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시작해서 최근 그를 엄습한 복통에 이르기까지 개인사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 에릭은 갑자기 직감했다 - 그 이상의 고민거리가 있다. 몰리나리밖에는 모르지만, 남에게 밝힐 의사가 없는 모종의 결정적인 요소가. ---p.85

캐시는 윗몸을 일으켰다. "에릭, 나를 버리고 간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거야." 그녀는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무슨 뜻인지 알지?"
"응." 그는 대꾸하고 주방으로 걸어갔다.
"일생을 바쳐서라도 그러고야 말겠어." 캐시가 침실에서 말했다. 이젠 살아갈 이유가 생겼으니까 말이야. 마침내 인생의 목표가 생겼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가슴이 다 두근거리네. 몇 년이나 그토록 무의미하고 추악한 삶을 살아오다가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하느님, 정말이지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행운을 빌게."
"행운? 난 행운 따위는 필요 없어. 내게 필요한 건 노련함이고, 난 그걸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 그 약이 효과를 발휘했을 때 난 많은 걸 배웠어. 그게 어떤 경험이었는지 알려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에릭, 그건 성말 상상을 초월하는 약이야 - 우주를 받아들이는 감각 전체를 바꾸고, 특히 다른 사람들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바꿔버리지. 다시는 같은 눈으로 볼 수가 없게 돼. 당신도 그걸 써보면 좋을 텐데. 도움이 될 거야."
"그 무엇도 내게 도움이 될 수는 없어."
이 말은 그의 귀에 묘비명처럼 들렸다. ---pp.108~109

"또 뭔가?" 몰리나리는 고함을 질렀다. "그놈의 시간여행 약을 먹고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한 건가? 그래서, 자네 앞에서 작고 하찮은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어? 옆이나 뒤가 아니라? 혹시 작년이 다시 되돌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거야?"
에릭은 손을 뻗어 메모지를 집어 들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작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시 와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p.358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서기 2055년. 태양계로 진출한 지구는 인류의 먼 조상으로 판명된 릴리스타 제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곤충을 닮은 외계인 리그인들과 총력전을 벌이고 있었다. UN 사무총장이자 통일 지구 정부의 실질적인 독재자 지노 몰리나리는 패색이 짙은 이 전쟁에서 가혹한 요구를 해오는 릴리스타인들과 동맹 반대파들 사이에서 악전고투한다. 인공장기 이식 전문의인 에릭 스위트센트는 아내 캐시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에서 탈출하고픈 일념에 몰리나리의 주치의를 자원하고,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환락을 좇던 캐시는 새로운 환각제인 JJ-180을 복용한다. 그러나 JJ-180은 현실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금단의 마약이었고, 그 배후에는 지구를 장악하기 위해 암약하는 릴리스타 제국 정보부가 있었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딕이 본서 『작년을 기다리며』를 집필한 것은 히피 운동이 전 세계 청년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미국의 베트남 개입이 노골화되던 1963년의 일이었다. 사생활 면에서는 세 번째 아내인 앤과의 결혼 생활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약물 과용에서 비롯된 극심한 울증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최악의 시기이기도 했다. 딕은 각성제인 암페타민을 '연료 삼아' 하루에 A4용지로 6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썼지만 워낙 박한 고료 탓에 생계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먹고 살기 위해 또다시 암페타민에 의존하며 글을 쓰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누가 보아도 극단적(혹은 병적)이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걸작으로 간주되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딕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딕 작품들이 내포한 절실한 계시의 감각과, 인간 현실에 밀착한 용어-여기에는 SF의 클리셰도 포함된다-로 그 감각을 표현하는 경탄할 만한 작가적 역량은 딕이 왜 'SF작가 중의 SF작가'로 불리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상훈(SF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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