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에도 정도(正道)라는 것이 있다. 이 정도를 벗어나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고통을 받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어 편하게 산다. 우리의 사명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부자들의 행복을 가로채는 것이다. 알겠나?” ---「도둑의 글」 중
“마췌야, 도둑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도둑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입니다. 가난하니까 남의 돈을 훔쳐서 부자가 되려는 사람이지요. 도둑은 돈이나 귀중품도 훔치고, 돼지나 양도 훔치는데…….”
이때 사부가 말허리를 자르며 말했다.
“그런 거 말고. 도둑이 좋은지 나쁜지를 말해보라는 거다.”
나는 사부의 눈치를 살피며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다 대답했다.
“착한 도둑도 있고 나쁜 도둑도 있습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럼 이 세상에 도둑이 얼마나 많이 있을 것 같으냐?
“그다지 많지도 적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틀렸다, 욘석아! 이 세상에 도둑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저기에 널리고 깔린 것이 도둑이다. 공안국(公安局, 행정 집행 및 형사 사법에 관계된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 -역주)의 경찰 중에도 도둑이 있고, 마을 촌장이나 회계사, 공산당 간부나 노동자, 농부 중에도 도둑이 얼마나 많은데. 마췌야, 도둑은 잡초처럼 온 사방에 숨어 있단다. 그거 아느냐? 정육점에 가서 고기 한 보따리를 집어 들고선 돈 몇 푼만 휙 던지고 가는 경찰도 있고, 들판에서 유부녀를 겁탈하는 촌장도 있다. 이런 작가들이 도둑이 아니면 뭐겠냐?” ---「도둑이 있을까, 없을까?」 중
“언젠가 어떤 큰 부자가 나더러 절대 도둑질하지 말라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적이 있어. 그래서 내가 말했지. 부자는 가난뱅이에게 도덕성이니 뭐니 하며 설교할 자격이 없다고, 설교를 하고 싶으면 똑같은 가난뱅이가 되고 난 뒤에 하라고. 그러면 가난뱅이도 당신의 말을 잘 들을 거라고 했지.
자네한테도 말해두는데, 절대로 부자들 말을 믿어서는 안 돼. 그 사람들이 도둑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음모야. 자기들 재산을 지키고 싶어서 꼼수를 부리는 거니까 절대 속아 넘어가지 마. 솔직히 나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도 안 믿어. 그 사람들은 국민이 절실하게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쭙잖게 권력을 휘두르고 국민을 가르치려 들잖아? 나는 그 꼴이 참 역겨워. 우리와 똑같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만 권력을 휘두를 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 안 그래?”---「도둑이 있을까, 없을까?」 중
“이 세상에 두 종류의 고집불통이 있다는 거 알아? 하나는 사오얼펑같이 순박하고 고지식한 사람이고, 또 하나는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야. 그 꿈이라는 게 말이야, 말이 좋아 꿈이지 완전히 사람을 망치는 거거든. 꿈에 한번 중독돼봐, 이건 완전히 미치광이가 돼서 죽는 것도 겁을 안 내요. 사는 건 또 어떻고? 머릿속에 온통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밖에 없으니 하루하루가 괴로울 수밖에. 도대체 무슨 재미가 있겠어? 게다가 워낙 고집불통이라서 자기가 고통 속에 헤맨다는 것도 절대로 인정하지 않지.”---「다 같이 잘살자는 거지」 중
이때 문득 예전에 사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부는 이 세상에 좋은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많다고 했다. 나쁜 사람이 전체 인구의 95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말이다. … 사부는 이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권력과 재물에 눈먼 사람들로 가득하다며, 그 때문에 죽어서 천당 가는 사람은 몇몇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지옥불로 떨어진다고 했다. 그렇다. 부자일수록 죽어서 천당에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크지만 실상 부자는 가난뱅이보다 천당에 가기가 더 어렵다.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들 하지 않나? 그 이유는 신이 부자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주의사항」 중
“이 세상에서 목숨을 연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태어난 이상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전에 내가 칭다오에서 머리통에 돌을 맞아서 죽을 뻔한 적이 있거든. 피를 철철 흘리면서 땅바닥에 고꾸라져서 한참 동안 일어나지를 못했는데, 그때의 그 공포감이란……, 아마 자넨 죽어도 이해 못할 거야. (……)
난 자네랑 달라. 이래봬도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기 때문에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무슨 얼어 죽을 놈의 문학이니 미술이니 선악이니 도덕법규냐고. 다 개뿔 같은 소리지 뭐. 그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지금까지 멀쩡히 잘 살아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지금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뭔지 알아?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주제넘게 나대는 거야.”---「내가 못할 건 또 뭐야」 중
나는 이들의 생각이 한심하기만 해서 웃음이 나왔다. 마치 온 세상을 지키는 지구 방위대라도 되는 양 뻐기는 것 같아서 기가 막혔다. 젠장, 자기들이 무슨 정의의 화신이라고 저렇게 꼴값을 떠느냔 말이다. 사실, 정의의 화신은 항상 사악한 무리를 이긴다는 생각부터 틀려먹었다. 예전에 우리 사부도 불의가 정의를 이기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경찰은 도둑을 못 잡을 때가 더 많다고 말이다. 사부는 또 이런 말도 했다. 우리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가난한 자와 부자, 경찰과 도둑의 전쟁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특히 지금 내가 부자라고 해서 영원히 부자일 수 없고, 경찰이라고 해서 평생 경찰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부자도 언젠가는 가난뱅이로 전락할 수 있고, 경찰도 도둑으로 변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천대받는 도둑이라고 해서, 땡전 한 푼 없는 가난뱅이라고 해서 절대 기죽지 말라고 했다. 언젠가는 천지가 개벽하듯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추억하다」 중
“우리 도둑은 부자들 돈만 훔치고, 자네는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자들의 돈을 받아먹는 거잖아. 다 나쁜 놈들 등치는 거니까 양심에 거리낄 것 없어. 어차피 금고에 처박혀 있을 검은돈을 우리가 사회에 유통되도록 써주는 것뿐인데 뭐.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사회에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지. 예전에 사부가 그러더라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나쁜 놈들 등쳐먹는 일은 옛날부터 있어 왔대. 부정부패에 이용된 검은돈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사회에 풀어주지 않으면 가난뱅이는 영원히 가난뱅이고 부자는 영원히 부자일 수밖에 없다고 했어. 그러면 이 세상은 썩은 물처럼 고여서 그야말로 사는 재미가 없어질 거라고 하더군.”
---「화합의 상징, 소울메이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