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거짓말, 잘난 척하는 것을 싫어함.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이야기, 웃음 속에 눈물이 밴 촉촉함, 절망보다는 희망을, 무너짐보다는 일어섬을 이야기하는 사람. 읽고 쓰기의 즐거움에 미친 사람. 1등이 되고 싶은 2등의 마음. 재능의 부족은 노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쓰기 작업의 제2막을 시작했다.
『그대가 손을 내밀 때』, 『이혼의 조건』, 『장미를 사랑하는 남자』, 『프롤로그 에필로그』, 『연인』, 『화홍』, 『타인의 사랑』, 『초대』, 『역천』, 『연애의 조건』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왜 이리도 마음이 쓰이는 걸까. 기껏 나무 한 그루인데. 이 중정에만 하더라도 수십 그루의 나무가 똑같이 춥게 시린 눈을 맞고서 있는데. ‘해당화 나무니까…….’ 미사함은 아무도 듣지 못할 말을 홀로 중얼거렸다. 만약 소녀가 앞에 서 있다면 지금껏 그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거짓의 속말을 고백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실 내가 그대에게 해당화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던 건 새빨간 거짓이었습니다.’ 제일 좋아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여러 개 중 하날 선택한 것이라면 그는 오직 해당화만 좋아하니까. 그가 알고 있고 기억하는 꽃의 이름은 오직 해당화뿐이니까. 미사함에게 있어 세상의 모든 꽃은 그냥 붉고 노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가시투성이 줄기가 피워낸다는 야들거리고 나른나른 바람에 춤을 추는 붉은 꽃은 해당화란 예쁜 이름을 가졌다고 그대가 알려주셨으니까. 그가 알게 된 최초의 꽃이며 유일한 꽃이니까. 아마 마지막이기도 하겠지. “이쪽으로 와보렴.” 두 손으로 차 주전자를 들고선 한령이 몇 발자국 움직여 황제 곁으로 다가갔다. “기둥 앞에 서보려무나.” 의아하지만 황제께서 하라니 해야지. 한령이 다시 몸을 움직여 지금껏 민이 인동초를 새기고 있던 기둥 앞으로 바싹 다가섰다. 민이 한령의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가 가늠하여 기둥의 한 지점을 짚었다. “되었다.” 한령은 살금살금 게걸음이 되어 기둥 밖으로 물러섰다. “여기가 네 키란다.” “쳇.” “실망은 일러. 한 계절 사이로 좀 크긴 했으니까.” 황제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네가 빨리 훌쩍 자라 어른이 되기를 짐도 바라고 있단다.” “제가 어른이 되는 것을 어이하여 황상께서 기다리셔요?” “네가 이만큼 크면.” “넷!” “네가 간직한 속내를 이야기해 주기다. 대신 짐은 네 그 소원이 무엇이 되었든 이뤄주마. 너와 짐이 서로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약조하였으니 일 통령이 증인이다. 짐은 황제이니 그 어떤 약조로 허투루 하지 않으며 반드시 지킨다. 너도 그러하겠지?” “그럼요. 폐하.” “좋다. 황제의 첫 번째 소원이다.” 황제가 허리를 굽혔다. 앙증맞은 한령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얼른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