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1920년대에 작성된 영국의 뉴턴 위원회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연기(煙氣)는 번영의 상징’이라는 의식이 지금도 강하다. 환경보전을 위한 시책이나 연구 개발은 평화로운 호황기의 ‘한계 활동’에 지나지 않으며 불황이나 전쟁 중에는 제일 먼저 중단되는 존재일 뿐이다. --- p.22
신고전파 경제학에서 보면 환경 비용이 낮은 발전도상국에 ‘공해 수출’을 하여 폐기물 처리를 맡기고, 댐 건설 등의 대규모 공사로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위에서 말한 WRI의 주장에서도 선진국의 환경기준 등의 안전기준을 전 세계에 일률적으로 적용해버리면 무역경쟁에서 평등은 실현되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즉 자본의 논리에서 보면 글로벌 미니멈(global minimum: 지구상의 인류에 대한 최저 수준의 인권보장)의 확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이다. --- p.37
한국의 공업단지에서 발생한 ‘온산병’, 공업단지의 페놀 폐수에 의한 낙동강(대구) 오염 등 동아시아의 산업공해는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똑같거나 또는 그 이상으로 심각하다. ‘온산병’은 한때 이타이이타이병이라고 일컬었으나, 하라다 마사즈미(原田正純)에 따르면 중금속 복합오염의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미 8400세대(3만 7600명)가 이주해버렸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점이 많다. 대만의 국영중국석유 가오슝정유총창(高雄精油總廠)의 공해사건이나 또 앞에서 밝힌 말레이시아 ARE사는 방사능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포 고등법원은 ARE을 조업정지시켰으나 대법원에서는 원고가 패소했다. 그러나 현재는 폐업을 한 상태이다. 최근 중국에는 전국에 심각한 산업공해가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 정부는 공해의 피해자를 공표하지 않았다. 지금도 역시 역학조사는 공표하지 않기 때문에, 공해 실태는 큰 문제가 된 것에 한해서만 밝혀져 있다. --- p.59
가령 환경이 재생 또는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해도 일상적인 경제활동의 재생산 시간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환경이라는 그릇의 내구성 또는 영속성과 일상적인 생산·생활의 순간성 또는 비연속성 사이의 모순, 이른바 시간의 차이가 환경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 p.137
현대 자본주의의 정부는 일찍이 없었던 수준의 공공적 개입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본축적의 조성, 시장개척, 노동력 관리, 자원개발의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공해방지나 환경보전은 사회문제가 생기고 공해반대 등의 주민의 여론과 운동이 강해져서 정치적인 불안이 일어날 때까지는 방치된다.--- p.163쪽
요시다 후미카즈는 지금까지의 환경정책이 구조적 전환을 수반하기보다는 기술적 선택지를 추구하였고 또 환경기술 공급자는 정책의 지원을 요구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M. 예니케의 ‘생태적 근대화’ 이론을 토대로 생태적 구조개혁을 추진할 기술혁신을 주장한다. 지금까지 일본의 공해방지기술의 개발은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에너지나 물을 절약하는 기술은 산업구조 개혁과 도시의 물 부족 해결 등에 공헌했다. 그것은 중간 시스템의 개혁과 연동되었을 때 큰 성과를 낳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술의 성과는 한 마디로 말하면 ‘사후처리(end of pipe)’ 기술이며,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생산과 유통 과정의 최종 단계에서 오염물을 제거하였다. --- p.273
석면 재해는 이렇게 생산, 유통, 소비, 폐기의 경제의 전 과정에서 건강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복합형 재해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단계에서 건강재해의 인과관계와 그에 근거한 책임추궁이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향후 적어도 반세기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고, 상품수출에 따라서 해외로부터 책임추궁도 나오게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법으로 구제기금을 설립할 경우에는 상원 안에서는 1100억 달러로는 부족하고 1400억 달러 이상이라고 한다. 즉 과거의 공해와 비교가 안 되는 규모의 재해와 보상이 필요해진다. --- p.383
대량소비생활양식을 개혁하려면 소비〓욕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은 자발적인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잉의 대량생산·서비스의 구조를 개혁하고 환경교육을 추진하고 공공서비스를 충실하게 하는 것이 요구된다. --- p.502
공·사 양 부문의 배분을 어떤 원리로 수행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책을 쓰고 싶지만, 적어도 이제까지의 사실로 알 수 있듯이 공해를 방지하고 환경보전을 추진하고 내발적 발전을 추진하려면 주민의 여론과 운동에 의해 공공적 개입을 수행하게 만드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환경은 분명히 공공의 분야에 속한다. 환경정책 중에는 과징금, 환경세, 배출권거래와 같이 시장 원리를 응용하는 것도 있지만, 이것은 환경기준처럼 공공정책을 전제로 해서 성립하는 것이므로 시장 원리는 아니다. 경제학에 대해 환경보전의 틀 안에서 경제발전이나 관리의 시스템·방법을 창조하는 것은 마지막 해법에 다가가는 것이며, 경제학의 제3의 길을 찾기 위한 중심적인 분야일 것이다.
--- p.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