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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분필을 들다

탄자니아에서 분필을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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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66g | 150*200*30mm
ISBN13 9791189254216
ISBN10 118925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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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탄자니아에서 뜨거운 크리스마스.
덥다. 밖에 나갔다 오면 땀에 티셔츠는 젖는다. 예전에 호주 이후로 맞이하는 두 번째 썸머 크리스마스다. 그때도 어색했는데 여전히 어색하긴 하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어디서나 크리스마스는 즐겁다.
하얀 눈과 아무리 껴입어도 차가운 공기, 거리엔 붕어빵 냄새, 반짝반짝 초록색 빨간색의 절묘한 조화, 붐비는 사람들, 웃으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
이곳은 없다. 다 어디로 갔는지, 거리에 그 많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집 옆에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가게는 손님은 없고 직원들만 붐비고 있었다. 달라달라도 가득 차야 하는 시간대인데 빈자리가 많았다. 그들은 표정으로 ‘휴일인데, 전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휴일에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쉬거나 놀러 가는데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나는 왜 이곳에 있는가’를 말해 주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나를 본다면 시선은 뒤바뀔 것이다. 나와 이들은 이 시간, 이 공간에서 단지 존재의 이유가 달랐다. 탄자니아라는 땅 위에서 같은 공간, 같은 날에 있지만 여행과 삶으로 엇갈리고 있었다. ‘여행으로는 그 어떤 곳도 좋고, 삶으로는 그 어떤 곳도 힘들다’는 문장을 나도 모르게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안쓰럽게 보던 시선은 곧 일을 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었음을 깨달았다. 과연 여행과 삶이 똑같을 수 있을까? 환경은 똑같지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은 같을 순 있겠다.

‘그래! 매 순간 여행하는 마음으로 일 할 때도 기쁘게! 행복하게!’
기계적으로 ‘카리부(환영합니다)’를 외치던 분위기 속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인사를 건넸다. 직원 표정이 달라졌다. “너도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한마디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형식적인 인사로 과분한 답례를 받았다. 그 직원은 오늘 정말 즐거운 하루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촉촉한 눈빛과 내 마음의 울림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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