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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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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220*20mm
ISBN13 9791188672165
ISBN10 11886721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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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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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을 좋아하였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볕 좋은 날 풀밭을 뒹굴며 노곤한 졸음에 겨웠던 날 이유 없이 풀잎들을 한 움큼씩 잡아 뜯을 때 조금 저항하다가 뜯겨 나오는 그 자연스런 힘의 한계를 좋아하였지 무엇도 할 수 없고 또 그 무엇도 용서될 수 있는 시간들 마른 번개가 갑작스런 운명의 위기처럼 내리치고 장정들이 황황히, 황야의 황폐함을 못내 견디지 못해 식구가 있는 노란 창 속 같은 데로 꺾여들던 날 함부로 쏘아대는 바람의 칼을 등에 태우고 이리로 저리로 유연하게 춤을 추는 저곳의 풀 몇 포기. 그 순진한 운동의 원리를 좋아하였지 이슬 내릴 때 다시 제 물결 찾는 그 의연함에 감복하였지 찬 비,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쏟아져 내려 잎을 쑤시려 들 때 슬쩍슬쩍 건덩거리면서 제법 오랫동안 떨어진 빗방울을 다 받아내는 풀잎 풀잎들을 좋아하였지

그러나 어떤 소녀들이 갖고 있는 지나치게 깨끗하고 지나치게 호기심에 들뜬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검은 눈 그 멀뚱멀뚱한 표정을 볼 때, 풀잎만 죽자 사자 평평한 바다인 양 펼쳐진 그 막막한 눈동자에 빠져들면서 묘연한 현기증이 치밀어 오르는 오전 한때
전 생애를, 고작 몇 낱의 실오라기 뿌리에 의지하는
풀잎이 싫어져
제 속 어디에서 밀지도 어디에서 당기지도 않는
그 아슬아슬한 긴장의 힘도 갖추지 못한
독하게, 홀로 누구를 위해 긴 잎맥을 뻗칠 악다구니도 없는
버팅기며 버팅기며 아프다고 아프다고 아프나 아름답다고 경련조차 속으로 삭이는 침묵의 신성함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게도 사랑해야 할 것 미워해야 할 것 구별 못하는
풀잎이 싫어져, 역겨워
다만 역겨울 뿐이야
--- 「풀잎이 싫어져」 중에서

연보 이외의 사생활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그가 죽고 나면, 호기심에 들뜬 연구자들이 그 짧은 연보를 과도하게 분석할 것이다. 그의 친지와 동창생 들을 만나 세세한 이력을 들춰낼 것이다. 개울가에 버려진 조약돌의 생김새로 난해하게 뻗어가는 물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예측해낼 것이다. 마치 지나간 연보의 총합이 그의 실체이기라도 한 것처럼.

하지만 미간이 늘 꼬여 있는 그는 ‘生생은 이곳에 있지 않다’고 어디에선가 말했으며, 연보에 나오는 각 사항들은 그때마다의 걸림돌임과 동시에 피할 수 없는 타협점이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을 내용물이 없는 무엇이라고 여겼으며, 그래서 생애 전체에 어떠한 것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작품과 아내, 두 개의 단정한 울타리 속에서만 아주 옅은 희망의 윤곽을 스케치하고 싶어 했으나, 그것들 역시 生생의 다른 곳에 내기를 거는 소량의 판돈 이상의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뒤에 남은 굳어버린 찌꺼기 같은 것. 그는 실체가 없는 사람이며, 그가 바라보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어디엔가 이런 투의 장면도 있었다.

들춰내면 그 뒤에 아무것도 없는
한 장의 종이
당신은 세상을 믿으십니까?
나는 그 종이를 마구 핥아대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답니다

그는 작품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에게 붙박인 연보로부터 탈출하고자 하지만 그렇게 쓰여진 작품들이 다시금 연보를 더욱 늘린다는 사실 앞에 경악하고는 만다
--- 「그의 연보」 중에서

절그럭 절그럭 추억의 양이 많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동산에 올라
몸의 어딘가에 있는 뚜껑을 열고
절그럭대는 모든 것을 부어내었다
그것들은 구름이 되어 올라가기도 하고
공기의 알갱이들을 감으며 녹아들기도 했다
나는 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고
그러자 세상이 온통 내 것, 아니 나
아니 다 세상이 되었다
동산에서 내려다보이는 미로의 골목길 그 가지 않던 시간이
다 내가 되어 세상으로 흘렀다
나는 마치 산모가 된 듯한 기분으로 온몸을 축 풀어서
길게 드러누웠다 한껏
그러자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 있는데 저기 나무둥치에서
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섬뜩 빛나는 이빨을 갖고 있었다
살며시 다가오더니 다리를 깊게 찔렀다 반짝
그리고 사라졌다
뱀은 나에게 잃어버린 살갗의 아픔을 되찾아주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이제 나는 명주실보다 가느다란 어떠한 바람 한 줄에도 반응할 줄 알게 된 것이다
(어떤 바람들은 내가 반응하기 전에 나를 통과해 지나가기도 하지만)
나는 성능 좋은 감각의 기계가 되었다
--- 「텅텅 가벼웠던 어떤 꿈 얘기」 중에서

미미한 전류에도 그는 꽤 오래 감전된다

눈을 뭉치듯 제 몸을 꽁꽁 뭉치고 다져
쪼그만 공 좁쌀 만한 공 먼지톨 만한 공으로 만들어
누렇게 바랜 벽지의 얇은 균열 같은 데를
들어갔다 나온다

그는 식탁에 웅크려 채소를 천천히 씹는다
벽 뒤에 무엇이 있었느냐고
나는 묻지 않는다

바싹 마르고 선이 아주 가늘고 투명하달만큼 창백하고 무감각한
막(膜)을 하나 싼 것 같은
그의 얼굴은 한밤에
미치광이들처럼 빛나는 별밭을 바라볼 때
약간, 경련을 일으킨다
막(膜) 뒤에 자우룩한 개미떼들 같은 무엇이 들썩인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막(膜)을 살짝 들춰내면 그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미미한 전류에도 그는 꽤 오래 감전된다
그러므로 사뭇 억센 전류가 닥칠 때
좋은 수들을 그는 많이 알고 있다
--- 「K 씨」 중에서

잠이 들어 눈을 뜨면 늘 거기에 있어요
혀가 저들끼리 얄밉게 날아가버린 고요한 어둠
상처들이 서로 반짝여주는, 콕콕 아파오는.
저만치 문이 보여요 끝까지 내뻗으면
닿을 성도 싶은, 죽어라고 닿지 않는.
선명히 찍힌 발자국이 등 뒤로 찌릿찌릿 불 밝혀요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길 안인

잠이 들어 눈을 뜨면 늘 거기에 있어요
혀가 모두 망명당한, 시끌벅적한 것이 점령한, 뒤엉킨 어둠
다 아프거나, 다 멀쩡해요
어딘가 문이 있을 거라 언제나 믿어요
누군가 문 열어줄까 간절히 기다리는 곳
발 없이 쏘다니는 곳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길 밖인
--- 「늘 거기에 있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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