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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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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칼이 되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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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78쪽 | 638g | 145*210*30mm
ISBN13 9788901222578
ISBN10 890122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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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 딱히 흥미로운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당신에게는 주고 싶거든요. 내가 남에게 받거나 누군가한테 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들을 말이죠. 당신에겐 아무 의무도 없어요. 굳이 답장을 해줄 필요도 없고요. --- p.11~12

우리는 진실의 혈청을 주사맞은 사람처럼 마침내 진실을 털어놓게 될 거예요. 난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해요. “난 그녀와 함께 진실을 피처럼 흘렸다”라고. 그래요,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거예요. 나의 칼이 되어주세요. 그럼 맹세코 나도 당신의 칼이 되어줄게요. 예리하지만 연민이 깃든, 내 것이 아닌 당신의 단어들로요. --- p.19~20

당신이 썼던 단어를 다른 곳, 신문이나 텔레비전 광고에서 우연히 접하게 될 때면 내 동공이 확장된다는 걸 알고 있는지……. 그러니까 어떤 단어들은 아주 명백하게 당신 것이고 당신 영혼의 흔적이 깃들어 있어서, 어느 누가 그 말을 하더라도 마치 당신이 말하고자 한 것의 일부나 파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 p.30

나로 말하자면, 해변에서 옷을 벗는 것조차 부끄럽고, 길가의 우편함에 편지를 집어넣는 모습을 남에게 들키는 것도 견디지 못해요. 남몰래 편지를 부치는 사람에게는 아주 은밀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 p.67

내가 당신의 삶에 가담한 건 바로 그 순간이에요. 일종의 이상야릇하고 비참한 순간이었는데 난 그 점에 대해 생각해볼 여유조차 없었어요. 바로 그 순간 당신의 미소 밑바닥에 내 이름이 깔린 걸 보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달려든 거예요. 한편으로, 거기에 적힌 이름이 내 이름이 아닐 수도 있어요. 어쩌면 내가 당신을 알아볼 수 있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게 성급하게 뛰어오른 걸 수도 있어요. --- p.76

우리가 실제로 만났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서로를 알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난 당신을 당장 유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평소의 무지한 방식대로 당신에 대해 알아갔겠죠. 그랬더라면 우린 뭔가를 잃었을 테고, 또 뭔가를 결코 알 수 없었을 거예요. --- p.146

어제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런 편지 왕래가 무척 특이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어요. 당신이 내 편지를 뜯어 진실을 받아들일 즈음에 난 이미 다른 어딘가에 가 있잖아요. 내가 당신의 편지를 읽을 때면, 실제로는 이미 지나버린 당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난 당신이 이미 떠나버린 순간 속에 들어가 당신과 함께 있게 되죠. 결국 우리는 각자의 잊힌 순간들에 충실하게 돼요. 어때요? 아마 내가 당신의 편지 하나하나마다 슬픔을 느끼는 건 그래서일 거예요. 편지 내용과 상관없이 말이죠. 당신이 대학에서 보낸 이 재미있고 대단한 쪽지도 마찬가지예요. 삶이 지나쳐가고 있으니까요. --- p.175~176

본래 그렇잖아요?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은 좋건 싫건 간에 마개가 꽉 닫힌 결혼이라는 항아리 속에 갇혀버리기 마련이에요. 그리고 내가 숨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그녀에게서 뭔가를 빼앗게 돼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오고 가는 하찮고 내키지 않는 계산에 따라 말이죠. 결국 모든 건 계산적인 대차대조표로 바뀌고 말잖아요. --- p.227

“난 주로 내가 속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왔어요.”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거의 고함이 터져 나왔어요. 나도 그래요! 그런데 감히 그렇다고 말해본 적이 없어요. --- p.372

그런데도 난 엄마가 들어온 걸 모르는 척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화려하고 당당하게 고결한 언어로 말을 늘어놓아요. 창피해하지도 않고 혼자 흥분하면서요. 그래야 내가 얼마나 훌륭하고 매혹적인지를 엄마도 이해하고 정확히 알게 되고, 나라는 추수 잔칫상 앞에서 엄마 자신이 건포도에 불과하다고 느낄 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절대로 엄마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게 되죠. --- p.405

여기에 앉아 가장 단순한 것들에 대해 쓰고 싶어요. 조금 전에 떨어진 낙엽을 묘사한다든지, 발코니에 쌓아놓은 의자 혹은 전등불에 모여드는 나방, 온전한 하룻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기도 해요. 해가 떠오르고 어둠의 색깔이 변할 때까지 말이죠. 며칠 밤낮을 이렇게 앉아만 있어도 괜찮을 거예요. 풀잎 하나하나, 꽃, 울타리의 돌멩이, 솔방울까지 묘사하고, 그런 후에 준비가 되면 조심스럽게 나 자신에 관해서도 말하는 거죠. --- p.413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냥 본능에 따라, 하고 난 혼잣말을 했다. 옷을 걸쳐 입고 빗속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젖어버렸고,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빗거나, 립스틱을 바를 여유도 없었다. 아마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는 알아보지 못할 거야.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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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당신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독창적이고 재능을 갖춘 작가의 소설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 [뉴욕 타임스]
“열정적이고 선정적이며 아찔할 뿐 아니라 황홀하다.”
- [가디언]
“쓰기에 관한 탐구인 동시에 절대적인 자유의 한순간을 탐구하는 책.”
- [가디언]
“인간의 어두운 얼굴을 발견해내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수많은 매혹적인 오후를 선사할 작품.”
-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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