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에서 춘향이가 이몽룡을 위해 차린 주안상에는 국화주, 송엽주, 백화주, 이강고 등 다양한 전통주가 나오는데, 특히 한양으로 가는 이몽룡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이별주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감홍로주라고 합니다. 가장 좋은 술을 대접함으로써 최대한 늦게 보내려는 춘향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그리고 『별주부전』에서는 별주부가 ‘용궁에 가면 감홍로가 있다’며 토끼를 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요, 조선 최고의 기생인 황진이는 그가 그리워했던 서화담을 빛이 붉고 맛이 강한 감홍로주에 빗대서 이야기하는 등 그 맛과 품위가 남달랐던 술이 바로 감홍로주입니다. ― 감홍로주 명인 이기숙
기계 기와는 흙을 기계로 눌러서 똑같이 잘라냈기 때문에 전라도에서는 ‘깡깡하다(단단하다)’라고 합니다. 반면에 수제 기와는 사람이 발로 이겨서 하니까 공기가 많이 들어가 두꺼워도 가벼운 게 특징입니다. 기와가 가벼우면 그만큼 지붕의 하중이 줄어들어 목조건축물이 변형 없이 더 오래 유지됩니다. 그래서 목조건축물이 많은 우리나라 사찰의 법당 건물을 보수할 때 주로 전통기와가 쓰이는 것이지요.
― 제와장 전수교육조교 김창대
허리춤이나 옷고름에 찬다고 해서 패도(佩刀), 주머니 속에 지니고 다닌다고 해서 낭도(囊刀)라고도 불렀는데요, 아들의 성인식 때 아버지가 충, 효, 의, 예를 갖추라는 뜻에서 허리춤에 채워주었던 것이 장도였습니다. 그리고 딸에게는 한 남편만을 섬기라는 일부종사를 가르치는 의미에서 혼례 필수품으로 은장도와 빗, 거울을 주었다고 해요. 은장도를 준다는 것은 그 ‘집안의 얼’을 준다는 뜻입니다. - 장도장(粧刀匠) 박종군
윤도(輪圖)를 가장 많이 쓰는 지관들은 주로 9층짜리를 선호하는데요, 1, 2층에는 묏자리(묘 자리)나 집터의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정보를 담고, 3층에는 ‘수, 금, 화, 목, 토’라고 하는 ‘오행’의 삼합을 담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4층에는 풍수에서 일컫는 산이나 능선의 흐름을 뜻하는 용(龍)의 위치를 가늠하는 내용을 담고, 5층에는 좋은 에너지가 응집된 명당자리인 ‘혈’ 뒤의 산을 볼 수 있는데 필요한 내용을 담는다고 하네요. 6층은 전체적인 산수(山水)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7층과 8층에는 길흉을 가늠하는 내용을, 마지막 9층은 돌아가신 분의 사주에 맞춰 관(棺)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120분금을 새겨 넣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분금(分金)은 윤도의 생명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하는데요, 이 분금을 잘 맞추면 집안의 행복이나 훌륭한 후손을 기대할 수 있기에 예로부터 풍수지리가의 능력을 결정짓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 윤도장(輪圖匠) 김종대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한지는 천 년 가고, 비단은 500년 간다는 말처럼, 장지방은 천 년이 가는 종이를 만들기 위해 가성소다 같은 양잿물 대신 고춧대, 목화대, 메밀대를 태운 잿물로 종이를 표백하고, 닥에 남아 있는 잡티를 일일이 손으로 없애는 ‘티 고르기’ 작업도 빼놓지 않습니다. 조선시대 『조지서』에서 티가 6개 이상이면 곤장이 1대였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전통한지를 제작하는 데 ‘티 고르기’ 작업은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습니다.
― 한지장 전수교육조교 장성우
‘돌’로 만든 악기는 딱 하나 ‘편경’밖에 없는데요, 돌에서 나는 편경의 소리를 우리 조상들은 ‘백아(白鵝, 흰기러기)가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내는 청아한 울음소리’라고 묘사했습니다. 편경의 밑받침에는 흰기러기 두 마리가 있는데요, 시베리아 북동부에 서식하는 흰기러기가 겨울철에는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였기 때문에 예부터 길조로 불렸습니다. 길조로 불렸던 흰기러기만큼이나 ‘편경’ 역시 희귀한 악기였기에 우리 조상들은 모든 악기 가운데 편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입니다. ― 악기장 김현곤
귀한 소뿔로 만든 화각은 조선시대 꽃을 피웠지만 일제강점기 셀룰로이드와 유리로 만든 값싼 유사품에 밀려 급속히 사라져갔습니다. 처음에는 왕가에서만 썼기 때문에 그 기술도 소수만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임진왜란 때 일본이 우리나라의 사기장과 칠장을 데려갔으면서도 화각장을 데려갈 수 없었던 이유가 그만큼 그 수가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 화각장(華刻匠) 이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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