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서울에서 나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현대문학』 장편 공모에 『난쟁이 나라의 국경일』이 당선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작품집 『빈집』을 펴냈다. 이후 2년간 인도에 다녀와서 연작 장편 『부엌』을 냈다. 2003년 ‘한국작가회의’의 이라크 전쟁 파견 작가로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에 다녀왔으며, 2004년에 보고문집 『아부 알리, 죽지 마?이라크 전쟁의 기록』을 출간했다. 2006년에는 팔레스타인 현대 산문 선집 『팔레스타인의 눈물』을, 2008년에 팔레스타인과 한국 문인들의 칼럼 교환집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대화』를 기획·번역하여 펴냈다. 2007년에 연작소설 『황금지붕』을 냈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국제위원장 역임. 한국일보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신동엽창작상 등을 받았다.
꿈을 깨고 나서야 자신이 꿈을 지켜보고 있었음을 안다. 꿈속의 자기를 꿈을 꾸는 자신이 지켜보고 있었으나, 꿈을 꾸는 동안에는 후자가 없는 것 같다. 꿈에서 깨어 그 자신을 의식할 때는 꿈속의 자기는 이미 없어져서 기억 속에만 있다. 둘은 엇갈린다. 제가 꿈에서 보았던 대상이 현실에서 나타났다는 정숙의 전화를 받고 선미는 오싹했다. 기억 속에만 있는 자기, 죽은 자신이 돌아왔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런데 많이 들은 얘기이기도 했다. 꿈에 뭔가 나타나서 어떤 장소로 안내하기에 깨어나 거기 가보니 산삼이나 돌부처가 있다던, 옛이야기들.---p.50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의 인물들은 현실에서 신비의 영역으로 탈출 혹은 도피를 시도하다 도로 현실로 처박히기를 반복한다. 폴짝폴짝 뛰듯이. 나는 신의 말과 인간의 말 사이의 간극에 포착했다. 이 우스꽝스러운 반복을 그들이 고장 난 말로 제 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리고자 했다. 개인적으로는 마늘 냄새처럼 어느새 내게 배어 있는 한국 문화를 해석해보는 과정이었다. 어느 한곳이라도 접점이 있어, 독자들이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난감하다. 내가 들을 수 없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전하던 오수연은, 이제 그 너머 ‘돌’의 말까지 듣고 전하려 한다. 내가 들을 수 없었던 것일까, 들을 수 있음에도 듣지 않으려 했던 것일까? 나와 너, 현실과 무의식, 인간과 자연,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 말들의 혼돈이 내게는 너무 버겁다. 그러나 그 혼돈의 말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오수연의 소설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이 고통스런 난감함을 통해 애써 외면하던 다른 말들을 경청하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몫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마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말이 더이상 내게 낯선 언어가 아닌 것처럼,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돌의 말을 들으려는 의지가 생성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는지도 모른다. 고통스런 난감함을 우회하지 않도록 만드는 힘이 그녀의 소설에는 충만하기 때문이다. 장성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