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3941169
ISBN10	898394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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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아버지 서고에 꽂혀 있던 <동의보감>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책이었다. 할아버지는 오래 사는 법이 적힌 책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 책 속에 항상 끼워져 있던 10원짜리 지폐에 더 관심이 있었다. 몰래 꺼내어 눈깔사탕이랑 뽑기를 사 먹으며 흐뭇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 때는 의료 봉사 활동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어느 시골집을 가더라도 <동의보감>이 한 권씩 있다는 사실이었다. 약주를 담그는 법에서 정력 보강법, 심지어 이사하는 날과 출산일까지 모두 <동의보감>(?)을 참고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동의보감>이 단순한 의학서가 아닌 일명 가정보감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80년대 후반에는 <소설 동의보감> 열풍이 불어 한의과대학의 합격 점수가 많이 올라갔다. 텔레비전에서도 <동의보감>, 영화에서도 <동의보감>, 허준과 유의태의 관계는 마치 참스승과 제자의 표상처럼 굳어져버렸다.

사실 <동의보감>은 어려운 책이다. 70년대 이후 <동의보감>을 제목으로 달고 나온 책이 무려 80여 종이나 되지만 아직까지 우리 손으로 번역된 적이 없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난해한 의학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유교, 불교, 도교 등 좋다는 내용을 모두 모은 책이므로 전문가들도 쉽게 읽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원전 <동의보감>을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직접 번역해보리라 다짐했었다. 스스로에게 공부도 될 뿐더러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p.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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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의보감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간행되었는지, 또 역사적 의의는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동의보감은 여전히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의학서적임에는 틀림없다. 인기도 대단해서 같은 이름으로 출간된 서적만 해도 70여 종이 넘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국적 불명의 한방 처방만을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여, 동의보감의 내용과는 별 연관성이 없고, 기껏해야 원문의 한두 구절 정도를 인용해 놓았을 뿐이다. 동의보감 원문에 ＂사는 곳에 따라 사람의 체질도 틀려지니 의학도 지역에 따라 달라야 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는 같은 동양이라도 우리나라의 의학은 중국이나 일본의 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의보감은 중국의 의학서를 상당부분 참고로 하였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사상이나 약재를 취하여 우리 민족의학을 집대성해 놓은 책이다. 또한 동의보감은 단순하게 질병 치료법을 모아놓은 의학서가 아니었다. 25권의 방대함 속에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가 어우러져야 완전함을 얻을 수 있다는 철학적 닐리와 함께 여러 가지 질벼으이 원인과 해답이 숨겨져 있다. 왜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완성되면서, 변화와 희망이 필요했던 당시의 의사를 비롯한 신지식인들에게 인간의 몸과 정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즉 인간은 각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 조립체가 아니라 자연과 사회와 연결된 복잡한 인격체라는 것이다. 이 점이 허준의 동의보감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며, 바로 여기에 25권의 비밀이 있는 것이다. 이 책 <허준의 동의보감 25권의 비밀>은 1613년에 간행된 동의보감 영인본을 원전으로 삼아, 최대한 원문에 입각하여 번역, 요약한 것이다. 이 책은 원전 가운데 꼭 필요한 부분만을 400쪽 정도로 요약한 것으로, 5일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인문서이자, 복잡한 처방을 삭제하는 대신 일반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단방 부분(약초)을 최대한살려 건강서로서의 실용 가치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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