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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584쪽 | 634g | 123*188*35mm
ISBN13 9791160200805
ISBN10 116020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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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보조를 맞춰 갑판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을 때, 레이철은 기혼 부인들에게 화가 났는데 그들과 동떨어진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데다 어머니가 없는 것을 환기시키는 듯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합류하는 대신 뒤돌아서 황급히 떠났다. 그녀는 자신의 방문을 쾅 닫고 악보를 꺼냈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퍼셀 등 모두 오래된 악보로, 종이는 누렇고 조판은 거칠었다.
--- p.82

결국 그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던가? 그는 자기들이 말했던 것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아무렇게나 내뱉은 불필요한 말들이 원형으로 둥글게 소용돌이치고는 언제나 소진되어버렸으며, 그들 둘을 아주 가깝게 끌어당겼다가 아주 멀리 따로따로 내동댕이쳤다. 결국 그는 그녀가 어떻게 느꼈으며 그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불만스런 상태로 남겨졌다. 얘기하고, 얘기하고, 단지 얘기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었던 말인가?
--- p.333

“당신은 저를 사랑하시죠?” 마침내 테렌스가 고통스럽게 침묵을 깨뜨리며 물었다. 말을 하는 것이나 침묵을 지키는 것이나 똑같은 노력이 들었다. 왜냐하면 침묵을 지킬 때 그들은 서로의 존
재를 예리하게 의식하였지만, 단어들은 너무 시시하거나 아니면 너무 과장되었기 때문이었다.
--- p.422

한 손이 레이철의 어깨에 철과 같이 육중하게 돌연 얹혀졌다. 그것은 마치 번개가 친 것 같았다. 그녀는 그 아래 넘어졌으며, 풀잎이 그녀의 눈을 휘갈기듯 스쳤고 그녀의 입과 귀를 채웠다. 흔들리는 풀줄기 사이로 그녀는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하고 볼품없는 한 모습을 보았다. 헬렌이 앞에 있었다. 이리저리 구르며, 이번엔 단지 녹색의 숲만을 또 이번엔 드높은 푸른 하늘을 보며,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으며 감각도 거의 없었다.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누워 있었으며, 주변에 있는 모든 풀잎들이 그녀가 헐떡거리는 숨으로 가볍게 흔들렸다. (……) 몸을 일으켜 앉으며 그녀는 헬렌의 부드러운 몸과 단단하고 친절한 팔을 실감하며 행복이 하나의 거대한 물결로 부풀어 올랐다 부서지는 것을 깨달았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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