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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의 반타작 인생

베이비부머의 반타작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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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46g | 147*210*20mm
ISBN13 9788993632750
ISBN10 899363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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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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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반타작. 어디 농사뿐이우? 나는 마누라와도 결혼 생활을 반타작만 했다우. 스무 살에 결혼해서 쉰에 마누라 잃고 올해 팔십이니 함께 산 세월 삼십 년, 혼자 산 세월 삼십 년, 그래 이렇게 혼자 살지 않우? 어디 마누라와 산 것만 반타작인지 아시유? 자식 농사도 반타작이라우. 아들딸 모두 여덟을 낳았는데 글쎄 어려서 셋이나 잃어다우. 남아 있는 자식들 중에 제 밥 제대로 먹는 놈이 반, 이 늙은 애비 곳간만 쳐다보는 놈이 반, 그저 인생은 반타작 정도 하면 그런대로 산 것 아니겠수?”
--- 「반타작」 중에서

결혼 후 두 딸을 낳고 그 식솔들을 먹여 살리려 새벽밥을 허겁지겁 쑤셔 넣고 출근하면 오전 내내 버스 안에서 발 한 번 제대로 뻗지 못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시내버스 기사 노릇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점심은 배차 시간에 쫓겨 선 채로 냉수 들이켜듯 국에 만 밥을 마셔대다 보니 소화라고 제대로 될 것이며, 운행 중에 목이 탄다고 냉수인들 마음껏 마실 수가 있을까. 시흥동을 출발하여 동대문을 돌아 다시 시흥동 종점으로 되돌아오려면 세 시간 넘게 걸리는 긴 노선이었으니 마음껏 냉수를 들이켰다가 중간에 생리 현상을 해결할 수가 없어 큰 낭패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고역도 그런 고역이 없었다.
--- 「돌아온 몸짱」 중에서

니들 말 듣고 자제하고 집에 들어앉아 죽치고 며칠 지내고 보면 좀이 쑤시고 그들이 그리워지더구나. 사근사근 말 걸어 오고, 여기저기 쑤시는 데 주물러 주고, 매일매일 전화로 안부 물어 오고. 이게 다 거짓말인데, 이게 아닌데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면서도 몸은 벌써 문밖을 나서고 있었으니 나도 나를 모르겠더구나.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에미가 빠져든 것이지. 옛날 천둥벌거숭이 니들 아버지하고 연애할 때 홀딱 빠져든 것처럼 그랬던 것이란다. 그래도 그들이 칼 든 도둑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했단다. 긴긴 밤 말똥말똥 누워 있을 때는 도둑이라도 찾아들기를 바란 적도 있었기도 했단다. 도둑에게 돈 몇 푼 쥐어 주고 말동무하며 밤을 지새우고 싶기도 했단다. --- 「아들딸들 보아라」 중에서

“나 시집 안 갈래요. 새끼들 낳아 봐야 저 모냥들인데. 으이구 인간 말종들.”
“뭔데, 왜 그래.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말이나 해봐.”
“아 글쎄, 저 인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 모시기 내기를 한대요. 셋이 친형제 사이인데 꼴찌 하는 놈이 치매 걸린 어머님을 모시고 살기로 했다네요. 무슨 피지에이 선수들이라고 오케이한 번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치고 있다네요.”
--- 「사람이 그립다·7 - 내기 골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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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 시대라 일컬어지는 지금, 인간의 서사적 욕망을 담아내는 유력한 그릇 중의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미니픽션이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빨라진 세상의 속도와 리듬을 담아내기에 촌철살인의 미학이 숨쉬는 미니픽션은 안성맞춤인 것이다.
작가 이진훈은 현재 한국미니픽션작가회 회장으로서, 미니픽션계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그의 작품집 『베이비부머의 반타작 인생』은 그가 작품으로서도 한국의 미니픽션을 대표하는 문인임을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36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니픽션의 핵심적인 특징은 그 짧은 분량 안에 삶의 진실을 드러내면서도 읽는 재미를 주는 압축미와 날카로움에 있을 것이다.
- 이경재 (숭실대 국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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