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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맛길 행복이 머물렀다

나만의 맛길 행복이 머물렀다

: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워지는 음식 이야기

김수경 저 / 이갑성 사진 | 도도 | 2019년 06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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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78g | 152*210*30mm
ISBN13 9791185330594
ISBN10 118533059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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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은은한 우유 향을 머금은 우유빙수와 단맛이 부족하지도 과하지 않는 팥이 만나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큼직한 가마 속에서 삶은 알갱이가 알알이 살아 있는 통단팥과 아삭한 생률의 식감은 이곳만의 특징이다. 찹쌀떡을 주문해서 팥빙수와 함께 먹는 것도 이곳 팥빙수를 즐기는 방법이다.
이곳은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다. 만약 그때 지금 사랑을 주고 싶은 상대방이 내 옆에 있다면 그 사람과 나는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깔끔하게 다듬고, 다소 무심하지만 나름 신경을 쓴 옷차림으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가 팥빙수를 먹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싶다. 팥빙수를 먹었고, 사랑으로 주었으니 존재가 명확해질 것이다.
--- p.84

혼자라서 죄송한 마음 없이,
혼자라서 편안한 마음 가득
주위 눈치 보지 않고 혼자 들어가 아무 테이블에 앉아 주문하고 먹으면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내 옆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있다. 6개의 테이블로 장사하는 작은 식당이기 때문에 테이블을 나눠 쓰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곳으로 혼밥을 하러 갈 때는 테이블 한쪽을 비워 놓게 된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나란히 혹은 마주보고 앉아 감자국을 먹는다. 메뉴도 감자국 하나뿐이라 굳이 주문할 필요도 없다. 그저 들어가서 앉으면 감자국을 먹는다는 의미가 된다.
--- p.190

한 발짝 물러나면
한 발짝 물러난 세상이 보인다
불행은 한 번에 몰아친다. 하나의 불행이 천천히 준비하는 시간을 주면서 다가온다면 지혜를 짜고 모아 어떻게든 방비를 하겠지만 불행은 갑자기, 느닷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하나만 오면 그나마 너그럽게 맞아줄 수 있다. 하지만 불행은 나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연타로 몰아쳐 휘갈긴다. 실직에 이혼까지 당한 한 가장은 아니더라도, 죽음밖에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막다를 정도는 아니더라도, 연거푸 찾아온 좋지 않은 소식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 p.256

내가 쏜 화살이 내 등 뒤에 꽂힐 때,억울하더라도,
분하더라도 나의 잘못도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점
먼 곳을 향해 쏜 화살이 자신 등 뒤에 와서 꽂힌 적은 분명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리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매번 그것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화살을 쏘고 만다. 마치 오이디푸스가 예언을 피해 돌고 돌았지만 그 길이 예언으로 가는 곳일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내가 쏜 화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 등 뒤로 와서 꽂힌 적도 있고, 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등 뒤에 가서 꽂혔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 굳이 가질 필요도 없는 미안함이 앞을 가린다. 물론 이것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다. 당시에는 미안함보다 억울함과 분노가 더 많았을 테니. 그냥 화살을 쏠 정도로 대담한 인간은 못되는지라 화살을 쏜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했을 것이다.
--- p.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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